50년 주담대 한달새 2조↑···DSR 산정기간도 손보나

조윤진 기자 2023. 8. 2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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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령 제한 도입 가능성에
"막히기 전 나도" 대출신청 급증
일부 은행선 자발적 취급중단도
한도 축소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결정된거 없다" 혼란 지속 전망
올해 7월 18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붙어 있는 현수막. 연합뉴스
[서울경제]

가계부채를 둘러싼 경고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이 이달 5대 은행에서만 2조 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이 ‘경고’만 내놓고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는 사이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둘러싼 시장의 혼란은 더 커진 모습이다. 금융 당국은 “이른 시일 내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조 886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8657억 원에서 한 달도 채 안 돼 3배 넘게 불어났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급증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잔액 역시 지난달 말보다 0.04%, 0.09%씩 늘었다.

잔액이 급증한 것은 이달 13일께부터 거론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연령 제한 가능성’이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13일부터 24일까지 8영업일 동안에만 5대 은행에서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1조 872억 원이나 증가했다. ‘나이 제한으로 인해 대출이 막히기 전에 받아야 한다’는 불안심리가 수요를 더 자극한 셈이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논란에 불을 지핀 정부가 정작 관련 지침이나 이렇다 할 방침은 내놓지 않아 시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당초 25일 금융 당국은 시중은행들과 은행연합회에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주제로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회의는 돌연 연기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 직접적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멈춰야 하는지, 연령 제한을 둬야 하는지 문의했지만 ‘아직 그럴 필요는 없고 기다려 보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은행은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 상품 취급 정책 변경은 없다”고 하는 반면 일부 은행은 자체적으로 상품 이용 연령을 제한하거나 취급을 중단하고 나섰다. 올 초 은행권에서 가장 처음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내놓은 Sh수협은행은 24일부터 만 34세 이하로 상품 이용 가능 연령을 제한했고 카카오뱅크도 25일부터 ‘만 34세 이하’ 규제를 적용했다. DGB대구은행도 이달 중 같은 연령 제한을 도입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과 BNK경남은행은 이달 말 중 상품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당국의 규제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연령 제한 가능성이 거론되더니 최근에는 이 상품의 DSR 산정 방식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약정 만기는 50년으로 하되 DSR 계산 때는 산정 만기를 30년·40년 등 실제보다 축소해 적용하는 식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실제 만기는 50년으로 유지하지만 대출 한도를 늘리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검토 중”이라며 “상황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된 만큼 혼란 상황을 마무리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해 결정된 것은 아직 없음을 알렸다.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당국은 현황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감사 인원 3명을 각 은행에 파견해 10월 말까지 은행의 △대출 규제 준수 여부 △담보 가치 평가 및 소득 심사 등 여신 심사 적정성 △가계대출 영업 전략 및 관리 체계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사실상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절차를 모두 살피겠다는 뜻으로, 점검은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다음 달 국민·우리·신한·농협은행 등 순으로 나흘씩 진행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지방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모두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출 관련 부서에 재직하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사 때도 아닌데 통상적 가계대출만을 주제로 이렇게 며칠씩 당국의 현장 점검을 받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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