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베이비부머 인턴과 Z세대 신입
베이비부머 스물세 분이 지난주에 인턴으로 입사하였다. 낸시 마이어스가 연출했던 2015년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처럼 우아한 일을 드리지는 못했다. 거친 민원인도 상대해야 하고, 무더운 현장 근무도 감당해야 한다. 이분들이 Z세대 신입사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는데, 나이 차가 아니라 성향이 달라서 힘들 것이란 간부들 의견이 다수였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출생을 1차 베이비부머라 하는데, 그 8년 사이에 태어난 분들이 현재 700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7분의 1을 점하고 있다. 2차 베이비부머는 1968년에서 1971년 사이 출생으로 1·2차를 합치면 대략 인구의 4분의 1이 된다. 경기도에만 440만여 명의 베이비부머가 살고 있는데, 이분들은 주요 일자리로부터 평균 49세쯤 퇴직하고 다른 직장을 찾는다. 은퇴 이후의 삶이 일했던 시간보다 더 많은 세대이기도 하다. 1955년 우리나라 1인당 GDP는 60달러 근방이었다. 신입으로 입사하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태어난 1995년에 1인당 GDP는 1만달러를 넘어섰다. 40년 터울에 경제적 여건은 20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다르지 않다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공통점도 있다. 베이비부머는 1960년대 초반생부터가 학력고사 세대이고, Z세대도 수능을 거쳤다. 웬만한 기업 입사시험도 객관식이다 보니, 대학과 직장 둘 다 찍어서 들어간 세대들이다. 오지선다가 공정하다고 착각하지만, 출제자 입장에서만 편리할 뿐이고, 선진국들 중 우리처럼 시험 치는 곳은 없다. 응시자의 실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는 걸 알고도 두 세대 이상 못 바꾸고 있는 것은 기업과 대학이 사회적 신뢰 구축을 못한 탓이 크다. 오지선다에서 중요한 것은 출제자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눈치이고 빨리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하다. 차분히 생각하고 자기 논리를 형성하려 하면 시험은 실패한다. 시험 방식 때문인지 그동안 우리는 조직 순응형 인간을 양산해왔다. 대학에서는 교수 생각을 복사하고, 직장에선 윗사람 의도를 잘 알아챌 사람들을 우선 뽑아온 것이다. 패스트 폴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이 쉽지 않은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베이비부머는 강의실보다 사회에서 배운 길거리 지식이 많은 세대이다. 현장에서 좌충우돌하며 자기 능력을 개발해온 노마드이다. 안주할 곳이 없다 보니 강요된 노마드로 살아온 감은 있지만,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 세대답게 어디가서 기죽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일이 주어지면 면밀하게 효용을 분석한 뒤 시작하는 Z세대와는 기질이 좀 다른 것 같다. 이에 비하면 Z세대는 굳이 노마드여야 할 필요가 없는 세대였고, 더 밀도 있는 교육과 촘촘한 사회적 규제 속에서 자랐기에 신중한 면이 많다. 기성세대에게는 소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대체로 더 합리적이다. 두 세대가 신입과 인턴으로 함께 일을 시작했다.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본다.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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