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상태로는..." 정찬성 전격 은퇴, 가슴 아픈 속사정 있다... 동료-경쟁자-팬-유명인 모두 한 목소리 "땡큐 좀비, 굿바이"

안호근 기자 2023. 8. 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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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정찬성(오른쪽)이 27일 할로웨이전을 마친 뒤 병원으로 이동해 병상에 누워 밝게 웃고 있다. /사진=정찬성 공식 인스타그램
할로웨이(왼쪽)가 승리 후 정찬성의 손을 들어올려주고 있다. /사진=UFC 공식 SNS
정찬성(36·코리안좀비MMA·AOMG)이 13년 간 긴 UFC 파이터 생활을 마치게 됐다. 한국 격투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됐지만 다소 아쉬움이 따라붙기도 한다. 그러나 은퇴의 이유가 단순히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건강해보이기만 하는 것과 달리 이미 많은 부분에서 몸이 많이 망가져 있어 복합적인 결정을 내리게 됐다.

정찬성은 26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할로웨이 vs 코리안 좀비(UFC on ESPN 52)' 메인이벤트 페더급 매치에서 맥스 할로웨이(32·미국)와 격돌해 3라운드 23초 오른손 훅에 KO 패배를 당했다.

경기 후 옥타곤에서 마이크를 잡은 정찬성은 "그만할게요. 울 줄 알았는데 눈물이 안 난다. 나는 챔피언이 목표인 사람이다. 할로웨이를 진심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후회 없이 준비했다"며 "3,4,5등 하려고 싸우는 게 아니다. 톱 랭커들을 이기지 못하는 걸 볼 때 냉정하게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한 뒤 많은 팬들의 격려를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정찬성이 경기에서 패배 후 은퇴 의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tvN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안타깝지만 끝까지 '코리안 좀비'다웠던 엔딩, 그렇게 전설은 막이 내렸다
그동안 수차례 존경심을 나타냈던 할로웨이와 드디어 맞붙게 됐다. 정찬성은 이전과 달리 미국 캠프가 아닌 그동안 배우고 느낀 것을 국내 자신의 체육관에서 동료들과 스스로 준비했다.

부족함 없이 준비했다는 정찬성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전 챔피언이자 페더급 1위인 할로웨이의 벽은 높았다. 1라운드 할로웨이를 압박하며 공격적인 경기를 펼친 정찬성은 2라운드 할로웨이의 강력한 펀치를 맞고 중심을 잃었다. 이후 백 포지션을 잡히며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나 이후부터 진정한 좀비의 면모가 나타났다.

정찬성은 포기하지 않고 위기에서 벗어났고 결국 다시 일어섰다. 물론 충격이 큰 상황이었다. 스텝이 이전 같지 않았고 몸 동작도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러나 종종 유효타를 날리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면모를 보였다.

운명의 3라운드. 축적된 충격으로 인해 누구보다 자신의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그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자신의 펀치를 믿고 승부수를 걸기로 한 것처럼 보였다. 라운드 시작을 알리는 버저가 울리자마자 할로웨이에게 진격했고 짧고 굵은 화끈한 난타전을 벌였으나 할로웨이의 훅 한 방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옥타곤에 쓰러졌다. 넘어지면서도 필사적으로 주먹을 휘두른 장면은 지켜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 만큼 감동적이었다.

경기 후 할로웨이도 "코리안 좀비는 전설이다. 소리 질러라"라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한 뒤 "그는 불가사의할 정도다. 내 펀치가 먼저 들어간 게 운이 좋았다"고 정찬성을 치켜세웠다. 정찬성을 위로하며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특별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찬성(왼쪽)이 할로웨이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UFC 공식 SNS
붉게 멍든 얼굴에도 좀비는 웃었다 "이룰 만큼 이뤘다, 내 머리 상태로는 욕심"... 사실 몸이 망가져가고 있었다
공식 인터뷰도 거를 정도로 급하게 병원으로 향해 검진과 치료를 받은 정찬성은 아내 박선영 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병상에 누운 사진과 함께 그동안 남몰래 준비해왔을 '격투기 선수' 정찬성으로서의 끝인사를 남겼다. 사진 속 정찬성은 붉게 멍든 상처와 다르게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모든걸 이루진 못했지만 충분히 이룰만큼 이뤘고 제 머리상태에서 더 바라는건 욕심같아 멈추려고 합니다"라며 "제가 해온것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아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이제 더 이상 평가받고 비교당하는 삶을 살지 않을 것 같아 홀가분하고 후련하고 또 무섭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뭘 할지 모르겠지만 뭘 해도 최선을 다하고 뭘해도 진심으로 해보려합니다. 그동안.... 코리안좀비를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UFC에서 싸우는 동안 정말정말 행복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UFC와 션 셸비 UFC 매치 메이커,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을 언급하며 "이런 인생을 살게 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나의 마지막 싸움 상대가 되어준 @blessedmma(할로웨이 아이디) 영광이었습니다. 언젠가 또 밝게 웃으면서 인사합시다"라고 적었다.

정찬성은 지난해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와 타이틀전에서 패 뒤에도 한 차례 은퇴 의사를 내비친 적이 있다. 이후 생각을 바꿔 다시 싸우기로 마음 먹기는 했지만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은퇴를 고민했던 이유를 전하기도 했다.

정찬성은 "나이는 그렇게 신경쓰이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아픈 곳이 너무 많다. 그게 은퇴를 고민하는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서도 "많이 아픈 게 문제"라며 경기 후 부상으로 인한 수술로 전신 마취를 9차례나 했다고 밝혔고 "수술하거나 그런 건 문제 없다. 대신 어디가 불편해진다, 머리에 문제가 생긴다 이런 건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 세 아이의 아빠로서 격투기를 은퇴한 뒤에도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런 게 고민"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러한 연장 선상에서 정찬성은 결국 결심을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격투가로서 이룰 수 있는 한계를 확인했고 이젠 은퇴 이후의 삶을 도모하기로 결했다.

정찬성이 은퇴 의사를 밝히고 옥타곤에서 흐느끼고 있다. /사진=UFC 공식 SNS
동료-경쟁자-팬-유명인 한 목소리 "고생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최고의 파이터였습니다"
이 게시글에 공감을 나타내는 좋아요는 25만 개 이상이 달렸고 팬들은 "정말 정찬성답게 끝난 것 같다. 가장 멋있었다. 나의 영웅, 나의 챔피언", "고맙습니다", "너무 멋있었다" 등 뜨거운 격려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함께 페더급에서 활약해 온 '슈퍼보이' 최두호도 "훨씬 이전부터 이미 최고였어요!! 감사합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정찬성 이전 한국 UFC 격투기의 전설이었던 김동현은 "가르시아부터 할로웨이까지 모든 경기가 다 레전드인 세계적인 격투 스타 코리안 좀비는 앞으로도 영원한 레전드! 너무 고생했고 고마웠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코리안좀비MMA에 합류해 정찬성과 동고동락하며 준비해 3연패 뒤 다시 승리를 거둔 '스팅' 최승우는 "제 마음속에는 항상 최고의 파이터입니다 형!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찬성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했던 댄 이게와 헤나투 모이카노, 더스틴 포이리에 등도 한글로 적은 정찬성의 게시글에 이모티콘 등을 통해 그동안 코리안 좀비의 행보에 대해 박수를 보내줬다.

이번 싱가포르 대회엔 소속사 사장인 박재범과 뮤지션 코쿤, 가수 김종국과 방송인 전현무, 기안84, 개그맨 유세윤, 연기자 송진우 등 많은 유명 지인들이 그를 응원하기 위해 먼길에 동행했는데 인스타그램에도 유명인들의 격려가 끊이지 않았다. 탤런트 이시언은 "고생하셧숨다 관장님", 오나라는 "지금부터 더 팬이 될꺼임", 개그맨 이용진은 "너무 고생했다 최고야"라고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이 밖에도 래퍼 쿠기와 pH-1, 연기자 허성태, 방송인 덱스 등이 줄줄이 그를 향해 따뜻한 한 마디를 적었다.

향후 정찬성은 후배 양성과 유튜브 채널, 방송 활동 등을 통해 격투기를 알리는 행보를 이어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코리안좀비MMA를 운영하고 있고 최근엔 2호점까지 개점했다. 선수 생활 중에도 다양한 방송에 출연했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무려 106만 명에 달한다. '좀비트립'과 '좀비 더 파이트' 등 시리즈 물은 이미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경기를 마치고 내려온 정찬성(왼쪽)이 아내와 끌어안고 있다. /사진=UFC 공식 SNS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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