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이후 혁신 멈춰…韓 0%대 성장 우려"
생산성 정체·저출생 겹치며
잠재성장률 가파르게 추락
2030년부터 일손감소 심화
반도체의 바통을 이어받을 차세대 주력 산업군 부재에 저출생까지 겹치며 저성장 위기가 한층 심해질 수 있다는 쓴소리가 학계에서 나왔다. 파격적인 혁신 기업 생태계 양성 대책과 생산인구 증대 처방이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리 자원을 쏟아부어도 경제가 자라나지 않는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한국경제학회의 '한국 경제 성장의 현황과 도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는 반도체에 이어 성장에 힘을 실어줄 혁신 산업이 부족해지며 2010년 이후 생산성이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보고서는 경제학회가 국민경제자문회의 용역을 받아 최근 작성했다.
경제학회에 따르면 미국은 2010년 총요소생산성이 경제성장률에 기여한 비중이 45%에 달했으나, 한국의 생산성 성장 기여도는 -4%로 오히려 성장을 깎아먹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생·고령화 현상도 저성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제학회는 2030년 국내 노동 성장률이 마이너스(-0.39%)를 기록하는 등 일손 부족 사태가 심해질 것으로 봤다. 경제학회가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30년 1.68%를 기록한 뒤 2040년 0%대(0.97%)로 추락한다. 이후 2050년 0.89%, 2060년 0.44% 등으로 성장률은 더 낮아질 것으로 관측됐다.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 떨어지는 속도는 더 가파르다. 이날 매일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장기 성장 전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3.09%에서 2020년대 1.89%까지 줄어든 후 2030년대에는 0.69%로 떨어진다.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는 계속 이어져 2040년대에는 0.05%, 2050년대에는 -0.03%를 기록할 전망이다.
저성장의 최대 원인은 생산성 정체다. 잠재성장률은 자본과 노동, 총요소생산성(기술 개발·경영 혁신 등 무형 효과)으로 구성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2022년 잠재성장률은 2.0%로 추정됐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총요소생산성(0.9%포인트)이 1%포인트 이내로 제자리걸음하며 성장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즉 돈과 노동력을 쏟아부어도 기술, 경영 혁신 등이 약해지며 성장 에너지가 꺼지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학회는 "한국 경제는 부가가치와 기술 수준이 높은 품목으로 성공적으로 구조를 전환하면서 지속적인 고성장을 일궜지만, 반도체 산업이 성장한 이후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이 더 이상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혁신 성장을 위한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또 연구개발(R&D) 지원, 세제 혜택 등 특정 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종전 정책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학회는 혁신 인재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정책의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학회는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했으나, 저성장 문제는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반도체 외에 혁신을 주도할 산업을 민간이 주도해 찾아야 하며 창업 자체보다는 창업 이후 성장을 촉진할 생태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경제학회는 저출생 대응과 관련해선 "핵심은 혼인율"이라면서 "결혼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이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게 어렵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환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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