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특사’ 받은 김태우 공천 어쩌나···국민의힘, 곧 결론 내린다

정대연 기자 2023. 8. 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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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당 소속인 김태우 전 구청장의 직 상실로 다음달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천 여부를 두고 장고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김 전 구청장이 발빠르게 재출마를 위해 뛰고 있고, 당 내에서 공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사이에는 무공천 원칙론이 여전히 우세한 가운데, 조만간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27일 김 전 구청장의 최근 출마 행보는 당이나 대통령실과의 사전 의견 교환을 거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특사 이후 곧바로 김 전 구청장이 직 재탈환에 나서면서 나오는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으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만간 강서구청장 보선 공천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거라고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구청장 출마에 대해서는 당과의 협의가 없었다”며 “머지않아 당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28~29일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 대상인 1박2일 연찬회에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당초 10월11일 강서구청장 보선에 공천을 하지 않는다는 기류가 강했다.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 전 구청장은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해 재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당해 선거구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자당 소속 구청장이 보선 원인을 제공했으니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선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가 재출마하는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사면하면서 원칙이 흔들리는 조짐이 보였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대통령이 재출마 길을 터주기 위해 김 전 구청장을 사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김 전 구청장이 ‘내부고발’을 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으니, 선거법 위반 등으로 실시하는 재보궐선거와는 달리 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 대통령은 김 전 구청장을 사면·복권해 불법행위를 폭로한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 당위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라며 “정정당당하게 공천해 국민들께 판단을 받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같은 당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5일 SNS에서 “(무공천은) 비겁한 처사”라며 “공익을 위한 폭로에 선고유예를 해도 될 사안을 (법원이) 굳이 집행유예를 했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보고 대통령께서 즉시 사면한 게 아니냐”고 했다. 하태경·권영세 등 여당 중진의원들도 최근 강서구청장 공천을 반드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구청장은 구청장직 복귀를 위해 거침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광복절 특사가 발표되자마자 사실상 출마 선언을 했고, 18일 예비후보 등록에 이어 28일 캠프 개소식을 한다. SNS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비판하고 지역 일정에 참여했다는 게시글을 잇따라 올렸다. 김 전 구청장은 본인이 지난해 서울시, 경기 김포시와 건설폐기물처리장 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며 “보궐선거로 40여억원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취임 1년도 안 돼 최소 1조원 이상의 한강변 땅을 확보했다”고 이날 주장했다.

여당 지도부는 난감한 상황에 말을 아끼면서도 여전히 공천을 해선 안 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사면이 김 전 구청장에게 공천을 주라는 메시지는 아니라는 뜻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판단에는 내년 4월 총선 전 수도권에서 치러지는 유일한 선거인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패할 경우 수도권 위기론이 재점화하며 지도부 책임론으로 당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현실적 고려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김 전 구청장 공천 시 여야가 총력전에 나서면서 윤석열 정부 2년 차에 대한 국민 평가라는 상징성이 커져 정부·여당 부담은 상당해진다. 국민의힘이 파악한 강서구 민심은 여권에 유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 전 구청장 공천 시 민주당이 (강서구청장 보선을) 윤 대통령과의 싸움으로 의미를 부여할 것”이라며 “(패할 경우) 무리한 공천을 했다는 논란이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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