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여는 기관…돈줄 마른 PEF '단비'

조윤희 기자(choyh@mk.co.kr) 2023. 8. 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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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공제회 등 투자재개
펀드 위탁 운용사 선정나서
사학연금 4천억·산은 3천억
연말 출자규모 2.5조 달할 듯

올해 상반기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연기금·공제회들이 하반기 들어 사모투자펀드(PEF) 출자사업을 재개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 중인 운용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KDB산업은행과 교직원공제회를 비롯해 연기금·공제회 6곳이 PEF 블라인드 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고 있다. 이들 기관투자자가 계획하고 있는 출자 규모는 총 1조4800억원에 이른다.

6월 말 운용사 선정을 마친 국민연금에 이어 기관들도 투자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한앤컴퍼니와 IMM프라이빗에쿼티, 맥쿼리자산운용을 위탁운용사로 선정해 8000억원을 소진한 바 있다. 군인공제회를 비롯해 아직 출자사업을 진행하지 않은 기관들이 올해 말 채비에 나설 경우 연말까지 PEF에 흘러가는 출자금은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장 큰 출자사업을 진행 중인 곳은 사학연금이다. 사학연금은 총 4000억원을 출자할 운용사 네 곳을 뽑는다. 5000억원 이상 블라인드 펀드에 30% 이상 출자 확약을 받은 운용사를 모집하고 있어 대형 운용사 간 경쟁이 예상된다.

교직원공제회와 산업은행은 각각 3000억원을 출자하기 위한 운용사를 선정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대형사 1곳, 중형급 4곳, 루키 2곳에 각각 출자할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1조원 규모 정책지원펀드 조성을 목표로 운용사 9곳을 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펀드 목표 결성 금액을 500억~2000억원으로 제시해 중소형급 운용사들이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노란우산공제회는 PEF 6곳에 2600억원을 지원한다. 노란우산은 선정 유형을 대형·중형·소형 펀드로 나눠 출자할 방침이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최소 결성 규모를 1000억원 이상으로 제시하면서 중견급 펀드를 타깃으로 했다.

지난 6월 1000억원 규모의 메자닌 펀드 위탁사 선정을 완료했던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예금을 통해 중순위 인수금융 블라인드 펀드 1곳에 투자한다. 중순위 인수금융 펀드는 인수·합병(M&A) 거래의 중순위 인수금융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우체국예금이 제시한 최소 결성 규모는 1500억원 이상으로 중대형급 운용사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한국성장금융으로부터 '구조혁신펀드'의 운용 권한을 넘겨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구조혁신펀드 운용사 선정을 마치고 현재는 대출형 기업지원펀드(PDF) 출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PDF에 1000억원을 출자해 총 3000억원 규모의 펀드 결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해당 펀드에는 캠코 외에도 이미 현대커머셜이 출자하기로 예정돼 있다.

운용사들 입장에서 이번 출자사업은 '가뭄 속 단비'처럼 여겨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IB업계에 돈줄이 마르면서 펀딩이 쉽지 않았던 터다. 지난 1년간 투자자(LP)들은 금고를 걸어 잠그고 시장이 회복되길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연기금·공제회의 경우 가계대출 규제 여파로 회원들의 자금 대여 수요가 몰려 투자 여력이 부족했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 금융사들도 건전성 관리를 우선했다.

자본시장 큰손들이 다시 출자사업을 재개하면서 운용사들은 앞다퉈 경쟁전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중소형 운용사의 핵심 LP 역할을 했던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공백과 주요 기관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로 프로젝트 펀드 조성이 어려워지자 블라인드 펀드를 갖추려 입찰에 뛰어들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들의 블라인드 조성 의지가 강하다 보니 뷰티 콘테스트 경쟁률이 최근 높아지고 있다"며 "내년에도 경쟁력 있는 중대형급 운용사들이 펀딩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여 가급적 올해 자금을 받아 두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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