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규제 해결사' 박주봉, 옴부즈만 떠난다

66개월만에 사의, 28일 퇴임식
재임 중 2만건 규제 애로 발굴
이 중 7000건 이상 개선 성과
'생맥주 배달 합법화' 대표적
"대주·KC그룹 경영 집중해
일자리 창출에 힘 보탤 것"

전국 중소기업 현장을 누비며 '규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던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사진)이 경영 현장으로 복귀한다. 최근 사의를 밝히고 퇴임을 결정한 그는 27일 매일경제와 만나 "개인 사정으로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하고 미해결 과제를 남겨둔 채 떠난 데 대해 아쉬움이 크다"며 "기업가로 돌아가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겪는 불합리한 규제를 찾아 해결해주는 공직자(차관급)다.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천과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총리가 위촉한다. 박 옴부즈만은 총 매출 1조5000억원이 넘는 '대주·KC그룹'을 일궈낸 대표적인 자수성가 경영인이다. 2018년 2월 제4대 중소기업 옴부즈만으로 취임한 후 2021년 한 차례 연임해 5년6개월간 활동해왔다.

박 옴부즈만은 재임 기간 '현장형 옴부즈만'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적극적인 현장 행보를 보여왔다. 간담회와 기업 현장 등 매년 100여 곳이 넘는 장소를 찾았다. 그가 매년 이동한 거리는 지구 반 바퀴에 해당하는 1만5000~2만㎞에 달한다. 이 같은 행보를 통해 재임 기간 규제·애로를 총 2만2000여 건 발굴하고 그중 7000여 건을 개선하는 성과를 냈다. 매년 규제를 1300여 건 개선한 셈이다.

재임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규제 철폐 사례로 박 옴부즈만은 2019년 관철시킨 '생맥주 배달 합법화'를 꼽았다. 그전까지 맥주통(케그)에 담긴 생맥주를 페트병 등에 나눠 담는 행위는 주류 가공·조작에 해당돼 치킨집 등에서 생맥주를 배달할 수 없었다. 박 옴부즈만은 "생맥주 배달 규제 철폐로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도 편리해졌다"며 "소상공인은 매출이 늘고, 소비자는 집에서 편하게 수제맥주를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듬해에는 복층 만화카페에 관해 '고무줄 규제'를 손보는 성과를 냈다. 만화카페와 키즈카페, 찜질방 등에 설치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끈 복층 다락방 형태의 입체 시설물에 대한 불법·합법 인정 기준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달라 소상공인의 위험 부담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박 옴부즈만이 직접 나섰다. 그 결과 지자체마다 동일한 기준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최근에는 고용노동부·법무부 간 3자 협의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관리 시스템의 입국 정보 공유를 이끌어냈다. 그는 "이전까지는 사업주가 고용부의 외국인 고용 관리 시스템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때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예정일을 알 수 없었다"며 "지속적으로 건의한 결과 법무부의 '사증(비자) 발급' 정보와 고용부 시스템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두 부처 간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옴부즈만 기구의 내실화에도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과장급이었던 옴부즈만 지원단장을 국장급으로 격상해 대외 협상력을 높인 게 대표적이다. 또 각 분야의 규제 애로 건의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도록 금융, 수출, 창업 등 13개 분야의 내부 전문가를 구성했다. 박 옴부즈만은 옴부즈만 규제 개선 권고의 실효성도 끌어올렸다. 옴부즈만에게 규제·애로 개선 권고를 통보받은 기관은 권고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행 계획을 제출하도록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권고를 이행할 수 없다면 옴부즈만에게 사유를 보내도록 했다.

아울러 그는 적극행정 면책 제도가 유명무실해 공무원이 선뜻 적극행정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감사원법은 제34조에 적극행정에 대한 면책 규정을 두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에서 정하도록 하다 보니 공무원이 감사원 감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적극행정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