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치악산’ 상영 막아달라” 법정 싸움 시작한 원주시, 왜?

문지연 기자 2023. 8. 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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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개봉 예정인 영화 '치악산' 속 한 장면. /네이버 영화

강원 원주시가 오는 9월 개봉하는 공포 영화 ‘치악산’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토막살인사건을 다룬 내용 탓에 지역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원주시가 제목과 일부 대사 변경을 요구했으나, 제작사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원주시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실제 지명을 제목으로 사용한 영화 ‘치악산’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은 물론이고 영화 상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강력한 법적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차례 회의를 통해 제작사 측에 제목 변경과 영화 속 ‘치악산’이라는 대사 등장 부분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제작사 측이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른 조치라고 부연했다.

원주시가 이 같은 법적 다툼까지 나선 이유는 영화가 치악산에서 벌어진 연쇄 토막살인사건이라는 괴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원주시는 “최근 각종 칼부림 사건과 등산로 성폭행 사건 등 강력 범죄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가운데, 원주 시민들조차 알지 못하는 잔혹 괴담이 영화화돼 지역 내 불안감이 가중되고 모방 범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또 치악산 한우, 치악산 복숭아·배·사과, 치악산 둘레길 등 지역 고유 상품과 관광지에 대한 이미지 타격도 피할 수 없다는 게 원주시의 우려다. 이에 따라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와 치악산 브랜드를 사용하는 농축산업계·관광업계까지 상영 반대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치악산 국립공원에 있는 구룡사 역시 28일 실제 지명이 사용된 영화 개봉을 반대하는 성명을 낼 예정이다.

오는 9월 개봉 예정인 영화 '치악산' 포스터. /네이버 영화

원강수 원주시장은 “전국 최고의 안전 도시이자 건강 도시인 원주의 이미지가 듣도 보도 못한 괴담으로 훼손돼 버리는 상황에 부닥쳤다”며 “개봉으로 인해 36만 시민 그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제작사 측은 원주시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영화 제목과 ‘치악산’ 언급 부분을 모두 삭제하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연결이 맞지 않는다”며 “배우 중 한 명이 군 복무 중인 관계로 재촬영 역시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지명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고 만일 실제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힌다는 문구가 엔딩크레딧 부분에 기재돼 있다”며 “원주시와 지역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영화 ‘치악산’은 1980년 치악산에서 18토막이 난 시신 10구가 연달아 발견됐다는 괴담을 소재로 했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 이야기가 실제인 것처럼 회자되고 있으나, 경찰에 따르면 영화가 다룬 내용의 사건은 발생한 기록 자체가 없다. 한편 지명을 딴 영화 제목 중 2018년 경기도 광주 곤지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공포 영화 ‘곤지암’과 전남 곡성군 동명 영화 ‘곡성’이 지역 이미지 훼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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