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업체, 수산물 메뉴 놓고 '전전긍긍'

신미진 기자 2023. 8. 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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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30일 급식업체와 간담
급식에 수산물 활성화 요청 계획
업체 "결정권 기업에 있어" 우려
식자재유통서 어민 지원 모색도
해수부는 학교 영양사 교육 확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 뒤 첫 주말인 27일 서울 시내의 한 수산 시장 매장에 국내산 원산지 표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내 단체 급식 업계가 수산물 메뉴를 활성화해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국내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방안 중 하나이지만 먹거리 불안감을 키워 자칫 고객사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은 물론 학교 단체 급식을 통한 수산물 활성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학부모 단체 등의 반발 가능성이 크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와 해양수산부·수협중앙회는 30일 삼성웰스토리·아워홈·현대그린푸드(453340)·CJ프레시웨이(051500) 등 급식 업체와 간담회를 연다. 해수부와 수협은 이번 간담회에서 급식 업체에 수산물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요청하고 이와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성일종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급식과 관련된 여러 업체와 협의해 지속해서 어민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HD현대는 수협중앙회·현대그린푸드와 협약을 맺고 사내 식당에서 우럭과 전복을 활용한 메뉴를 늘리기로 했다. 하루 식수 인원이 약 5만 5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예상되는 우럭·전복 소비량은 100톤에 달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단체 급식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체 수산물 식재료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에 가깝다. 국내로 들어오는 일본산 수산물의 80%를 차지하는 활가리비를 비롯해 생태·참돔 등은 급식 식재료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염수가 동해안 등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에 단체 급식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한 급식 업체 관계자는 “기업 단체 급식 단가와 메뉴는 사용자가 정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단체 급식 업체에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요청해도 기업에서 거절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급식 업체 관계자는 “최근 기업에서는 임직원 투표를 통해 단체 급식 업체를 바꾸고 선정하는 추세”라며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수산물 활용을 확대했다가 고객사가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9년 국내 단체 급식 시장점유율은 삼성웰스토리가 28.5%로 1위를 차지했으며 아워홈(17.9%), 현대그린푸드(14.7%) 등의 순이다. 여기에 2021년부터 단체 급식 일감 개방에 따라 같은 대기업 계열사라도 경쟁사와 급식 수주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들 업체들은 단체 급식보다는 식자재 유통 사업에서 국내 어민들로부터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수산물을 매입하는 등의 간접적인 방식으로 오염수 방류 피해를 지원해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급식 고객사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수산물 방사능 검사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25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또 다른 단체 급식 수요처인 학교를 통한 수산물 소비 활성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이 최근 제주 지역 내 공·사립학교 영양사들을 모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 해수부는 영양사 약 30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수산물 방사능 관리 정책 등을 교육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는 수산업 의존도가 큰 만큼 전국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큰 지역 중 하나다. 해수부 관계자는 “제주도 교육청과 협의한 사안”이라며 “식단을 짤 때 수산물 안전 관리 정책을 반영해달라는 취지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영양사 대상 교육이 전국 단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본격화한 가운데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가 확산하면 학교 급식의 수산물 메뉴가 급감할 수도 있어서다. 교육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튿날인 25일 “학교 급식에 사용된 수산물에 일본산은 없다”고 강조한 배경에도 이런 맥락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영양사 교육) 확대는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단체 반발은 관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부모 단체 대표는 “학교 급식 수산물 문제는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며 “(필요시)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세종=이준형 기자 gils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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