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건강보험과 필수의료의 선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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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일의 부유한 나라 미국에서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가장 큰 요인이 의료비 지출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제도를 통해 전 국민 의료보장 체계를 갖췄다.
필수의료를 살리고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제도를 만들기 위해 비급여 적정 관리는 넘어야만 하는 산이다.
전 국민 의료보장의 근간인 건강보험과 필수의료의 선순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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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일의 부유한 나라 미국에서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가장 큰 요인이 의료비 지출이다. 전 국민을 아우르는 의료보장 체계를 갖추지 못한 세계 제일 선진국의 어두운 이면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제도를 통해 전 국민 의료보장 체계를 갖췄다. 병원비 때문에 가난해지는 경우가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 국민의 의료를 책임지는 건강보험으로 인해 필수의료가 위기를 겪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믿기 힘들지만 현실이다.
의사의 손이 가는 처치는 저수가이고 기계에 의한 검체 검사, 영상 검사는 과잉 수가다. 이러한 불균형 탓에 핵심 과목이던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내외산소)는 지원자가 줄어드는 반면 ‘워라밸’과 소득이 괜찮은 피부과·안과·성형외과·영상의학과(피안성영)에는 몰린다. 수술하다가 실수라도 하면 송사까지 휘말리는데 수가조차 낮은 필수의료에 누가 지원하겠나.
건강보험이 의료 공급자 보상의 근간으로 삼는 행위별수가제는 수입이 진료·검사의 양에 비례한다.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에 취약한 이유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안적 지불 제도를 개발해야 하나 의료계의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분만 등 수요가 줄어드는 분야나 응급의료는 기본적인 운영조차 어려워진다.
정부는 세 가지 방향성에 따라 건강보험 개혁을 추진 중이다. 첫째, 상대 가치 수가 체계를 바로잡는다. 수가 개편 주기를 단축하고 객관적·과학적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도록 한다. 검체 검사, 영상 검사 등 상대적으로 보상이 후한 분야는 낮추고 수술·처치 등 저평가된 분야는 적절히 끌어올린다. 학회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닌 과학적으로 상대 가치가 결정되도록 거버넌스 개선도 필요하다.
둘째, 행위별 수가를 보완하는 대안적 지불 제도를 마련한다. 공공 정책 수가의 활용은 올 1월 발표된 필수의료 대책에서도 예고된 부분이다. 어린이병원이 적자를 만회하도록 사후 보상 제도를 1월부터 추진 중이다. 심뇌혈관 질환 대책에서 선보인 네트워크 보상 수가도 추진한다. 분만 취약 지역에 설치할 예정인 모자의료센터와 중증 응급 환자 대응 병상 등 인프라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 기관 단위 보상 제도도 검토 중이다. 다양한 형태의 묶음 수가나 미국 책임의료기구(ACO)에 착안한 혁신 수가 등 다양한 지불 제도를 꾸준히 시도하고 평가하는 체계를 확충하려 한다.
셋째, 비급여와 실손보험의 적절한 관리 방안을 강구한다. 아무리 합리적인 수가 제도일지라도 비급여와 실손보험이 엮인 ‘밑 빠진 독’을 막지 못하면 필수의료 회생을 위한 모든 노력은 결국 물거품이 된다. 필수의료를 살리고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제도를 만들기 위해 비급여 적정 관리는 넘어야만 하는 산이다.
전 국민 의료보장의 근간인 건강보험과 필수의료의 선순환이 필요하다. 필수의료 분야가 의학도에게 외면받지 않고 고령화로 급증하는 의료비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필수의료 서비스가 원활히 공급되는 그날을 그려본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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