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수도권 위기론 현실화?…나경원·권영세 등 서울 중진 역할론 부상

박소연 기자 2023. 8. 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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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나경원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이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창립포럼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2023.08.24. /사진=뉴시스

"수도권은 항상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지난 24일, 나경원 전 의원)
"수도권 위기론이기보다는 수도권은 항상 어렵다라는 식으로 이해를 해야 한다."(지난 11일, 권영세 의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여의도 정치에서 잠시 멀어져 있던 수도권 기반의 정치인들이 하나둘 복귀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경험과 연륜, 인지도를 갖춘 이들이 역할을 해야 한단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올드보이'를 앞세워선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창립 포럼에 모습을 드러냈다. 약 5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나섰다. 그는 당에서 요청이 오면 내년 총선에서 역할할 것이냐는 질문에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모두 합심하는 게 중요하고 또 각자 자기 영역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당인으로서 늘 책임을 다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포럼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이날 포럼엔 통일부 장관직을 끝내고 여의도로 돌아온 권영세 의원도 참석했다. 권 의원은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에 참여한 정치인 출신 장관 중 가장 먼저 복귀했다. 본인의 총선 출마를 염두에 뒀을 뿐 아니라 당을 위해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제기됐다.

둘은 수도권을 기반으로 4선 고지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 전 의원은 비례대표 출신으로 중구(1선)와 동작구(2선)에 기반을 뒀다. 권 의원은 영등포구을에서 내리 3선을 한 뒤 19·20대 총선에서 낙선했으나 21대 총선에서 용산구를 접수했다. 수도권 121곳 지역구 중 더불어민주당이 106곳을 싹쓸이한 가운데 거둔 성과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부친 고 윤기중 명예교수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3.08.16. /사진=뉴시스

이들은 '수도권 위기론'을 엄중히 봐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나 전 의원은 "선거 실패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자만이라고 생각한다"며 "선거를 앞두고는 늘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수도권 위기도 그렇게 봐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권 의원 역시 서울 49개 선거구 중 40% 이상을 이긴 건 2004년 이후 5번의 선거 중 한 차례였다며 "수도권에서 패배하면 과반수가 어렵다"고 했다.

이들의 복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수도권 인재난과도 무관치 않다. 현재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사고 당협 36곳 조직위원장 인선 중인 가운데 일부 지역은 보류 지역으로 남겨둘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관악을에서 재선을 지낸 오신환 전 의원이 광진을로 컴백해 눈길을 끈다. 광진을은 오세훈 시장이 지난 총선에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에게 고배를 마신 지역구로 험지로 분류된다. 인지도를 지녔고 중도 성향을 지닌 오 전 의원의 역할이 주목받는다. 강서을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성태 전 의원도 지역위원장 지명돼 구심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권의 수도권 위기론은 일부 지표에서 숫자로 드러난다. 한국갤럽의 8월4주차 조사에서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34%, 민주당 32%, 무당층 30%로 집계됐다. 수도권으로 좁히면 얘기가 다르다. 서울에서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29%, 민주당 37%, 무당층 32%로 나타났다. 인천/경기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29%, 34%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격차는 6개월 전보다도 벌어지는 추세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8월4주차와 같았던(34%) 2월1주차 조사에서 서울지역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도는 각각 32%로 동일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올드보이들이 귀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고 새 인물이 나오려면 검찰 출신일 가능성이 높은데 더 이상 기대감도 없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인물도 어느 정도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을 때 당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서울은 젊은세대 유입이 가장 활발하단 점에서 가만 있어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윤 대통령을 기대하고 지지했던 이들이 1년이 지나 평가를 새롭게 하고 있단 점에서 위기론이 나온다고 본다"며 "현재 무당층이 30%를 넘긴 상황에서 중진들은 보수결집은 끌어낼 수 있어도 외연 확장성은 약하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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