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흉상 철거’ 여당에서도 “반역사적 행위, 이념편향” 비판

이두리 기자 2023. 8. 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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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지난 2021년 8월16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 마련된 홍범도 장군 국민분향소에서 참배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 안장돼 있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78년 만인 2021년 광복절을 앞두고 국내에 돌아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윤석열 정부가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활동 이력을 문제 삼아 그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하려는 것과 관련해 23일 여권 내에서도 “반역사적 행위” “이념편향이자 이념과잉”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굴곡진 역사의 희생양인 독립투사분이셨고 박정희 대통령 이래 김영삼 대통령까지 보수정권 내내 훈장도 추서하고 수십년 간 노력으로 유해봉환해 대전 현충원에 안장까지 한 봉오동 전투의 영웅을 당시로서는 불가피했던 소련 공산당 경력을 구실삼아 그분의 흉상을 육사에서 철거한다고 연일 시끄럽다”면서 “6·25 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그 전쟁에 가담했던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그런 문제가 이제 와서 논란이 되는가”라고 썼다.

홍 시장은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하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며 “그건 반(反)역사다. 그렇게 하면 매카시즘으로 오해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SNS에 “홍범도 장군은 해방 2년 전에 작고하셨으니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이나 6·25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은 별다른 공산주의 경력도 없는데 왜 이 영웅들의 흉상까지 철거한다는 건지도 이상하다”고 썼다. 유 전 의원은 “친일 매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눈감고 종북 좌익에 대해서는 일제시대의 이력까지 끄집어내어 매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이념편향이고 이념과잉 아니겠나”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역사를 평가하는 기준과 원칙이 무엇인지부터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25일 SNS에 “그렇게 할 거면(흉상 철거) 홍범도 장군에 대한 서훈을 폐지하고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며 “국가가 수여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를 누가 어떤 잣대로 평가해서 개별적인 망신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썼다. 홍범도 장군은 1962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건국훈장을 받았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SNS에 “홍범도 장군 등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철거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면서 “제정신이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썼다. 김 의원은 “독립운동에 좌우가 따로 있는가, 좌익에 가담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도 지워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이 공산주의 계열의 남조선노동당(남로당)에서 활동했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에 “이런 식이면 박정희 전 대통령도 남로당 활동을 했기 때문에 파묘해야 하는 건가”라며 “대한민국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의 평가를 고려하지 않고 근본주의에 빠져 마녀사냥을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6일 “육군사관학교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며 육사에 설치된 홍범도·지청천·이회영·이범석·김좌진 등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을 철거·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흉상 철거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공산주의 활동을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육사는 대신 교내에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올라 있는 백선엽 장군의 흉상 설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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