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하성일 경인지방병무청장
“병역이행이 경력 단절이 아닌, 미래를 설계하는 초석이 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병무행정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모(變貌) 중이다. 오직 병역자원을 선발·관리하는 데에만 몰두했던 과거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를 거듭하면서다. 더 이상 국방의 의무라는 미명 아래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청춘의 희생’이 아닌 ‘도약의 발판’으로 삼게 하겠다는 목적이다. 취임 1년을 2개월여 앞두고 있는 하성일 경인지방병무청장(51)의 포부도 이와 같다. 병역의무자들을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주역으로 성장시키는 등 선순환적 병무행정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인지방병무청은 병역과 취업을 연계하고, 청년 일자리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병역진로설계 지원사업’과 ‘취업맞춤특기병 제도’를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군 복무가 사회 진출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는 하 청장을 만나 각종 현안과 해결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지난해 11월 경인지방병무청장으로 부임한 지 어느덧 1년여가 다 돼간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A. 경인지방병무청장으로 부임한 이래,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에 정책현장을 방문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이를 통해 병무청에 바라는 수많은 요구사항을 경청했는데, 지방병무청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특히 높아진 국민 기대 수준에 발맞춰 공정과 청렴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춘 뒤 국민이 체감하는 행정을 추진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고, 현재 실천 중이다.
Q.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 설정한 목표와 방침이 있다면
A. 국가안보의 근간인 병역에 있어 공정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정한 병역문화 조성을 위해 ▲정밀한 병역판정검사 및 정확한 병역처분 ▲병역이행자 중심의 입영제도 운영 ▲성실히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이 예우받는 사회 문화 조성에 더욱 노력하고자 한다. 아울러 혁신적인 사고로 국민이 체감하는 공정한 병무행정을 이뤄내는 게 목표다.
Q. 병역의무를 개인의 향후 취업을 위한 기회의 장으로 활용하는 시대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A. 병역과 취업이 연계되도록 지원하는 사업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취업맞춤특기병이 대표적이다. 고졸 이하 병역의무자에게 입영 전에 기술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관련 분야에서 군 경력을 쌓은 후 전역하면 해당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제도다. 우리 청은 실질적인 지원 확대를 위해 폴리텍대학, 직업전문학교, 고용센터 등 여러 유관기관과 지속적인 협업을 추진해 왔다. 2021년도에는 876명, 2022년도에는 781명, 2023년 7월 기준 330명의 청년들이 취업을 위한 기회로 활용했다. 또한 지난 7월부터는 잡코리아 ‘취업맞춤특기병 전문 채용관’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취업 직종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군에서 복무한 특기 및 직무별로 채용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2019년부터 시작한 ‘청춘 디딤돌 병역진로설계’ 프로그램을 통해 입영 전 병역의무자 개인의 적성, 전공 등에 기초해 군 복무분야 결정 등 병역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Q. 경인지방병무청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가 선례라고 생각되는데
A. 병역진로설계 지원사업은 정부 각 부처가 협업해 병역의무자에게 ‘입영 전-복무 중-전역 후’ 단계별로 병역과 취업이 연계되도록 지원하는 내용이다. 입영 전에는 병무청·교육부·고용노동부가 군 복무 분야 맞춤 설계와 국비 지원 기술훈련 등을 제공한다. 군 복무 중에는 국방부·각 군이 개인 경력개발을 돕는다. 전역 후에는 고용노동부·국가보훈부·중소벤처진흥공단에서 취업을 지원한다. 전국 센터의 서비스 인원은 사업 초기인 2020년 4천600여명에서 2022년 말 기준 3만2천여명으로 늘었고, 병역과 진로를 연계한 추천 군 특기 입영실적도 2020년 37.2%에서 2022년 말 기준 69.9%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 13일 ‘경인지방병무청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를 전국 지방청 중 일곱 번째로 개소했다. 이로써 더 많은 병역의무자가 가까운 곳에서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병무청은 2025년까지 이를 지속 확대해 전국 12개 주요 도시에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수원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에서는 직업선호도 검사를 통해 군 특기를 추천해주는 전문상담관 6명이 상주하고 있어 진로·적성을 군 특기와 연계할 수 있는 전문 상담이 가능하다. 특히 육·해·공군·해병 모의 체험장비(VR) 및 군 생활관 및 보급품 체험, 군복 입어보기, 전투식량 체험 등 청년들의 취향을 반영한 체험형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다.
Q. 다문화가족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고
A. 매년 다문화가족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당연히 다문화가족 병역의무자도 증가 추세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병역이행 정보 취득 역시 매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 청은 올해 3월 수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다문화가족에게 부모설명회와 베트남어 및 중국어 통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업선호도 검사지와 홍보 리플릿도 이해가 쉽도록 베트남어와 중국어로 번역해 비치하고 있다.
Q. 사회복무요원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A. 현재 약 7천명의 사회복무요원이 우리 지역 노인요양시설, 특수학교, 지하철 등에서 사회안전망 구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무요원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공감 받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사회복무요원 사기진작과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우리 청에서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재능을 발산할 수 있는 ‘사회복무 GOT TALENT 오디션’을 마련했다. 그리고 동료 사회복무요원들에게 귀감이 되며 본연의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한 사회복무요원을 선정해 매월 표창하고 있다. 또 이들의 선행과 모범적 복무사례가 널리 전파돼 사회복무요원 제도의 긍정적 이미지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병무청은 장애학생지원분야 사회복무요원의 특별휴가 확대, 사회복무 경험의 학점인정 대학 확대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부턴 건강보험료 전액을 지원 중이다.
Q. 병역면탈 문제가 여전한 상황이다. 앞으로의 대응 방안이 있다면
A. 병역면탈이란 병역을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쓴 행위로,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중대한 범죄다. 병무청에서는 나날이 다양화하고 있는 병역면탈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2012년부터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도입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40명의 특별사법경찰이 병무청과 지방청에서 각각 활동 중이다. 특별사법경찰은 국민 제보와 병역사항 등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병역면탈 의심자를 사전에 인지·색출하고 있다. ‘병역면탈 시도는 반드시 적발된다’는 인식을 지속 확산시켜 병역면탈을 철저히 예방하겠다.
Q. 끝으로 도민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현재 우리가 누리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는 국가, 그리고 국민을 위해 수많은 청년들이 저마다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헌신하고 있는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병무청은 그 시간이 미래 설계와 성장을 위한 빛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아낌없이 지원하고자 한다. 다만 병무행정은 병무청 단독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도민 여러분과 함께 지속적으로 소통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국민제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만족할 수 있는 병무행정을 만드는 데 적극 협조해주시기 바란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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