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삼성, 더는 흔들려선 안돼···강한 컨트롤타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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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삼성그룹에는 전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준법경영 여부를 감시하는 외부기구인 준감위 수장이 컨트롤타워 설치를 공식 거론하면서 올해 말 삼성그룹 인사에서 '미래전략실' 부활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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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삼성그룹에는 전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유지되려면 신속하고 효율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최고의사결정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삼성그룹의 준법경영 여부를 감시하는 외부기구인 준감위 수장이 컨트롤타워 설치를 공식 거론하면서 올해 말 삼성그룹 인사에서 ‘미래전략실’ 부활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삼성은 국민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인데 지금은 너무나 좌우에서 흔들리고 있다”며 “리더가 그립감을 가지고 조직을 이끌어가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삼성 컨트롤타워를 재건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밑에서 이 조직을 운영할 경영자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작은 돛단배에는 컨트롤타워가 필요없지만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라면서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효율성과 통일성 측면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과거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 200여 명으로 구성된 미전실을 운영했으나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2017년 2월 이를 공식 해체했다. 이듬해 △사업 지원(삼성전자) △금융 경쟁력 제고(삼성생명)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별로 별도의 태스크포스(TF)가 마련됐으나 미전실 같은 최고 수준의 통합 경영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삼성그룹 전체 매출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이를 정도로 큰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거나 구조 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미전실 같은 사령탑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이날 내놓은 “삼성에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발언에 대해 삼성 내부에서는 일종의 ‘작심 발언’이 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을 감시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외부 기구 수장이 보기에도 삼성의 계열사별 독립 경영이 이제 득보다 실이 더 많은 한계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계열사 사장들에게 경영을 맡겨 놓으면 눈앞의 실적에만 얽매이면서 전체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미래 비전을 내놓고 때로는 과감한 구조 조정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오직 미래전략실만이 내릴 수 있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그룹의 규모가 계열사별 이사회에만 맡겨두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미전실 해체 직전인 2016년 말 기준 645조 2000억 원이었던 삼성그룹의 총자산 규모는 지난해 기준 914조 7700억 원으로 270조 원가량 불었다. 이 기간 매출도 271조 8800억 원에서 378조 7400억 원으로 증가했고 종업원 수 역시 25만 4031명에서 26만 7305명으로 늘었다. 컨트롤타워가 없다면 각 계열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사실상 파악하기 불가능할 정도다.
이 때문에 과거 미전실에는 △전략팀(재무·사업·M&A) △기획팀(대관) △인사지원팀(임원 인사)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홍보) △경영진단팀(감사) △금융일류화지원팀(금융 전략) 등 7개로 구성된 팀에 최소 과장급 이상 ‘에이스’ 임직원 200~250명을 배치해 삼성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현재는 이 조직이 삼성전자 사업 지원 태스크포스(TF) 등 3개 TF로 간소화됐고 그나마 지원 인력마저 최소화돼 삼성 수준의 글로벌 기업을 ‘백업’하기에도 힘에 부친다는 것이 재계의 진단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미전실의 핵심 업무였던 진단 기능이 약화되면서 삼성 특유의 발 빠른 사업 조정이나 구조 조정이 느려졌다는 시각이 많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일부 분야에서 경쟁 업체의 추격을 허용한 배경에도 미전실의 부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발등에 떨어진 숙제인 삼성 지배구조 개편도 현실적으로 그룹 전체를 통할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풀어낼 수 있는 숙제다. 현재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지만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 대부분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일명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내년 총선 등을 계기로 언제든지 다시 추진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 최대주주(18.1%)로 있으면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고리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만약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이 연결 고리가 단숨에 약해지게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태에서는 삼성 계열사 중 어느 곳도 법적으로 지배구조 문제를 전담 처리할 수 없다”며 “내년 총선과 이후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가 몰아닥치기 전에 지배구조에 대한 최소한의 방향이라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도 이 문제에 대해 “삼성 지배구조를 법으로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입법으로 단번에 해결하겠다는 것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매듭을 한 번에 잘라서 그다음에 못 쓰게 되더라도 책임을 안 지겠다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삼성 전체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전통적으로 미전실이 담당해오던 과제다. 1959년 이병철 창업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한 삼성 컨트롤타워는 이후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꾸면서 명맥을 이어왔다. 총수가 제시하는 비전을 구체화해 수백여 개에 이르는 국내외 계열사에 전달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 갈등이나 전략 불일치 등을 일사불란하게 조정하는 것이 삼성의 핵심 성장 공식이었다고 보는 분석도 많다. 실제 삼성의 반도체나 바이오 진출 등 그룹 운명을 바꾼 결정 뒤에는 언제나 총수 직속 ‘브레인’ 조직이 있었다.
컨트롤타워 부활에 앞서 미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씻어내야 한다는 지적은 물론 있다. 밀실 경영이나 정경유착 등을 확실히 끊어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미전실과 같은 조직의 장점을 더욱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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