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북한인권부’ 장관?…취임 한달 일정 북한인권 문제에 편중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취임하고 한달 간 보인 공개 활동의 대부분은 북한인권 관련 행보였다. 북한과 대화·협력 등 남북관계 전반의 업무를 책임지는 통일부 장관이 북한인권 문제에 편중돼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취임해 27일 한 달을 맞은 김 장관의 그간 공개 행보는 북한인권에 집중됐다.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지난달 31일), 성균관장 예방(16일), 조계종 총무원장 예방(17일) 같은 의례적 일정과 국무회의 참석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일정이 북한인권 행사 참석이었다.
김 장관은 지난 3일 납북자·국군포로·억류자 가족과 단체를 면담하며 첫 대외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재중 억류 탈북민(북한이탈주민) 강제송환 반대 세미나’(16일),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이전 현판식(18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등이 주최한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구조 개편 및 국내외 협력 강화 방안 세미나’(24일)에 참석해 축사했다.
김 장관은 지난 25일 사단법인 ‘북한인권’ 창립 1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통일부 인권정책관이 김 장관 축사를 대독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지난 4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의 총국장 직무대행을 면담하며 정부의 첫 북한인권보고서 공개 발간 등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북한인권 문제에 선명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24일 세미나 축사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4조의 책무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데서 가장 우선시 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세미나에서는 “한국과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재중 탈북민의 구금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한다”며 “정부는 한국으로 오기를 희망하는 모든 탈북민들을 전원 수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야당을 비판하는 발언도 내놨다. 김 장관은 지난 18일 북한인권재단 출범에 대한 국회 협조를 요청하며 “과거 민주화 활동을 통해 인권을 주창하던 사람들이 북한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심지어는 반대하고 있는데 이는 자기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지난달 “통일부는 대북지원부가 아니다”라고 역할 변화를 지시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에 따라 통일부 장관 산하에 ‘납북자 대책팀’을 만들고 북한의 인권 등 객관적 실상을 북한 내부에 알리는 ‘통일인식확산팀’을 신설하는 조직개편도 추진되고 있다. 대북 강경론자로서 북한인권 문제를 중요시하는 김 장관의 소신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업무 전반을 관장하는 통일부 장관으로서 균형적이지 못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조직법은 통일부 장관 업무를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통일부 장관은 북한인권부 장관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감독이 돼야 한다”며 “북한인권에만 집중한다는 건 다른 분야 업무에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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