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는 맛있습니까”…반일감정 커진 중국, 불매운동·스팸공격까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저장된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현실화되자 이를 반대해 온 중국이 일본을 향해 연일 고강도 대응을 내놓고 있다. 정부 차원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에 이어, 민간의 불매 운동과 ‘스팸전화’ 공세까지 벌어진 것이다. 자중해달라는 일본 정부의 요청에도 반일 감정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27일 중국과 일본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오염수가 방류된 뒤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일본 단체여행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관측되고 있다. 또한 씨트립 등 주요 온라인 여행 사이트에서는 일본 여행을 홍보하는 메뉴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로 내려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현지 한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며칠간 일본 단체여행 취소를 잇따라 접수했다”며 “당초 국경절(10월 1일) 연휴에 일본에 갈 계획이었던 일부 고객은 관망세로 돌아서 주문을 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앞으로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중국 여행객 감소에 따른 일본 여행업계 위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본 상품의 불매 운동에도 나섰다. 특히 과거 방사능 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됐던 화장품들이 주된 대상이다. 누리꾼들은 일본 화장품 성분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주요 브랜드를 정리한 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
스팸전화로 일본의 관공서나 상점 등을 곤란하게 하는 사례도 관측된다, 기계 번역과 음성 읽기 기능을 사용해 ‘당신들은 어제 오염수를 마셨습니까’, ‘맛있는가, 아직도 건재한가’ 등 조롱하는 내용의 전화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스팸전화 거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으로 조회수를 올리기도 했다.
이같은 ‘괴롭힘 전화’들은 오염수 방류가 이뤄진 후쿠시마현은 물론, 인근 지역과 수도인 도쿄에서도 빈발하고 있다. 고하타 히로시 후쿠시마 시장은 SNS에 “시청에 걸려온 ‘괴롭힘 전화가’ 이틀 동안 확인된 것만 200여건”이라며 “초등·중학교와 음식점, 숙박업소에도 많이 오는데, (전화가) 많은 곳은 1개 사업장만 100건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소에서는 100개 이상의 번호를 착신 거부했으나 아직도 스팸전화가 번호를 바꿔가며 계속되고 있다.
중국 내 반일 감정이 심각해지자, 주중 일본대사관과 영사관은 자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대사관 측은 25일 올린 안내문에서 “외출할 때는 일본어를 큰 소리로 말하지 말고 신중한 언동에 유의해 달라”며 “대사관을 방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대사관 주변 상황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 일본인 피아니스트의 연주회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취소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본 외무성은 26일 중국 정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나마즈 히로유키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국민에게 냉정한 행동을 호소하는 등 적절한 대응을 하고, 중국 체류 일본인 등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주일 중국대사관에)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은 중국 정부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두고도 고심이 깊어진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긴급대책으로 중국의 이번 조치에 영향을 받는 국내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상담 창구를 개설했다. 또 오염수 방류에 대비해 비축한 800억엔(7300억원) 규모의 어업 지원 기금을 활용해 국내 수산물을 구입하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전면 금수가 길어지면 이 기금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립 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중국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오는 28일 방중할 예정이었으나,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중국 측 의견을 받아 계획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전통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중히 여긴 공명당 대표를 통해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설명하고, 수산물 금수 해제를 설득하려 했던 일본 정부의 계획은 틀어지게 됐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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