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약세 땐 원화를 판다…80원 오른 원-달러 환율의 비밀

한겨레 2023. 8. 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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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340원 수준까지 빠르게 상승한 뒤 1320원 수준에서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뿐 아니라 원화가 약세를 보인 것에도 기인한다.

달러 대비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인 원인은 달러의 실수요 매수가 높아졌다는 것에 있다.

환율이 크게 상승한 두 번째 원인은 미 국채금리 반등에 따른 달러 강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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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김승혁의 꼬리무는 경제
25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2.6원 오른 1325.2원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40원 수준까지 빠르게 상승한 뒤 1320원 수준에서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월 1220원, 7월 1260원 수준까지 내려갔으나 한달 내 약 80원 오르며 빠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뿐 아니라 원화가 약세를 보인 것에도 기인한다. 코로나19 이후 원-달러 환율과 달러인덱스를 비교해 보면 달러 변동성보다 원-달러 변동성이 더욱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달러 대비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인 원인은 달러의 실수요 매수가 높아졌다는 것에 있다. 환율은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스팟 환율도 있으나 ‘역외 선물환’이라 불리는 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도 존재한다. 이는 만기에 상호 원금교환 없이 차액만을 정산하는 계약이라서 실제 달러가 필요한 수요보다 차액을 벌기 위한 방향성 매매가 목적인 경우가 많다.

최근 외환시장에선 이러한 차액결제선물환 환율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보다 높아지기 시작했다. 차액결제선물환 계약상 1달러가 1000원에 거래된다고 가정하면 현물시장에서는 1달러가 1003원에 거래되고 있다.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것이 정상적인 상황임에도 현물가격이 더 높은 지금의 어색한 상황은 달러를 실물로 인수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환율이 크게 상승한 두 번째 원인은 미 국채금리 반등에 따른 달러 강세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리펀딩(차환) 계획을 발표해 국채 발행을 늘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부는 수입은 줄었지만 지출은 늘려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국채 발행이며, 이는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근거가 됐다. 현재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연 4.3%를 웃돌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2년물 채권금리 역시 연 5%를 상회했다. 국채금리와 같은 시중금리는 결국 달러의 가치이기 때문에 국채금리 상승은 최근 달러 강세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환율 상승의 마지막 원인은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중국 5위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이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 위기가 발생했고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비구이위안 신용등급을 7단계 강등했다. 중국 경제의 핵심은 인프라 및 부동산 산업이라 볼 수 있기에 부동산 산업이 개선되지 않으면 중국 경제가 반등할 여지는 크지 않다.

중국 인민은행은 여러 부양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공급한 유동성이 소비에 사용되지 않고 예금 형태로 저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유동성 함정에 빠진 셈이다. 게다가 중국 부동산 시장은 이미 많은 부채를 떠안고 있다. 부채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부동산 경기를 되살려야 하는 어려운 국면에 빠진 것이다. 최근 중국이 가계 및 기업대출의 기준이 되는 1년물 대출우대금리(LPR)는 인하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물 대출우대금리는 동결한 것도 이런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위안화는 달러당 7.3위안까지 약세 흐름을 연장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반등하지 않는 한 위안화 표시 자산에 대한 매력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원화는 위안화의 대리 통화로 분류된다. 외국인은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중국 경기가 좋지 않아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원화 역시 매도하기 때문이다. 이에 위안화의 움직임은 원화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중국 경기 부진에 따른 위안화 약세는 이런 논리를 통해 환율이 1340원까지 빠르게 상승하는 데 일조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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