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단체관광 상품 줄줄이 중단···공명당 대표 방중도 제동

장형임 기자 2023. 8. 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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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日오염수 방류에 반발
중국발 항의 전화테러 이어지자
日, 자국민에 "중국서 언행 조심
中 자국 수산물 판매량 100%↑
[서울경제]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중국이 강력히 항의하며 양국 관계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중국 시민들 사이에서도 반일 감정이 확산돼 수산물에 이어 생활용품과 화장품·관광상품까지 전반적인 ‘일본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일본은 예상을 뛰어넘는 반발에 난색을 표하면서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강행된 뒤 일본 단체여행 예약 취소가 나타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중국의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며칠간 일본 단체여행 취소 문의를 잇따라 접수했다”며 “당초 국경절(10월 1일)을 맞아 일본에 갈 계획이었던 고객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주문을 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다수의 중국 여행사들이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에 맞춰 내놓으려던 일본 단체관광 상품을 중단 및 연기한 상태다. 제일재경은 “관광사 다수가 향후 마케팅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며 반일 감정이 여행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 정부는 이달 10일 한국·미국·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3년여 만에 ‘국경절 특수’를 기대하던 일본 관광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불매운동은 중국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조치를 시작으로 시민들 사이에서도 자발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현재 온라인상에는 가오·SK-II·슈에무라 등 화장품 및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일본 브랜드를 정리한 목록이 공유되고 있다. 특히 수산물의 경우 중국 내 자국산 수산물 판매가 급증하며 강력한 ‘일본 보이콧’ 분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이날 중국 매체 중신경위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이후 온라인쇼핑몰 핀둬둬에서 중국산 바다생선과 해삼·민물고기·게 등 각종 수산물 판매는 100% 이상 급증했으며 털게 등 민물게의 경우 판매 증가율이 730%에 달했다. 중신경위는 “금어기 종료로 어로가 재개되면서 가격이 급락했던 일부 갑각류와 생선 가격도 반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일본산 농수산물을 취급하던 중국 소매상인들이 난관을 겪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27일 보도했다. 베이징의 한 수산 업자는 “당초 양식 참치를 조달했던 일본 나가사키 대신 호주·뉴질랜드·스페인 등 대체 공급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일본의 농수산물 수출국 1위는 중국이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일본 전체 수출로 따지면 수산물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금수 조치는 정치적 제스처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정치권 곳곳에서도 냉각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28일로 예정됐던 중국 방문을 이날 돌연 미뤘다. 야마구치 대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할 친서를 들고 4년 만에 중국을 찾을 예정이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이번 방중에서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설명하고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치 해제를 설득하며 양국 관계를 수습하려 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현재 직면한 중일 관계의 상황을 보면 적절한 시기는 아니다”라는 의견을 공명당 측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는 중국에서 걸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전화 테러’도 벌어지고 있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24일부터 일본 내 시청, 공공 문화센터, 식당 등에는 사흘 내내 항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전화를 받으면 일본어·중국어·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녹음된 항의 음성이 나오는 가운데 발신자 번호는 대부분 중국 국가번호인 ‘86’으로 시작됐다. 이에 중국 소재 일본대사관은 “실제 민원을 방해하는 범죄 행위”라며 중국 당국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중국과 홍콩 주재 일본대사관 및 영사관은 험악해진 분위기를 의식한 듯 24~25일 이틀 연속 자국민에게 “외출시 일본어를 큰 소리로 말하지 말고 언동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하고 행사를 취소하는 등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일본 환경성은 27일 “방류 다음날 바닷물에서 삼중수소(트리튬)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인간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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