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맞춤 스마트공장 지원"… 협력사 아니어도 삼성 제조혁신 전파

이새하 기자(ha12@mk.co.kr) 2023. 8. 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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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부산 소재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제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15년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동행 철학에 따라 삼성의 제조혁신 기술과 성공 노하우를 국내 중소·중견기업에 제공하는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2018년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가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거래 여부와 상관없이 지원이 필요한 모든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라는 전담조직을 운영한다.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는 제조 현장 혁신, 공장 운영 시스템 구축, 제조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내 전문가 총 200여 명을 선발해 기업별 상황에 맞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생산성 향상과 현장 혁신 지원뿐만 아니라 국내외 판로 개척, 전문인력 양성 교육, 애로기술 해결 지원 등을 통해 자생력 확보를 돕고 있다. 지원이 완료된 후에도 스마트365센터를 통한 사후 관리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2015~2021년 총 2800여 개 업체에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2022년 하반기 지원을 시작한 업체를 포함하면 3000개가 넘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 물품 부족 현상이 빚어졌을 때 마스크와 유전자증폭(PCR) 진단키트,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이바지해왔다.

중기중앙회가 '대·중소 상생형(삼성)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의 정책 효과를 분석한 결과, 도입 기업이 미도입 기업 대비 △매출액 23.7% △고용 26.0% △연구개발(R&D) 투자 3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2018~2019년 동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 302개와 동일 업종·매출액 구간의 스마트공장 미도입 중소기업 304개에 대한 실태조사, 재무제표 및 국민연금 가입자 수를 결합한 패널 데이터 실증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정책은 기업의 경영 성과 증대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 및 생산 현장 개선 등 혁신 성과를 촉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8년 스마트공장 도입 기업의 매출액은 도입 1년 후 19.1%, 도입 2년 후 23.9% 더 성장해 시간이 지날수록 도입 효과가 향상됐고, 고용과 R&D 투자도 미도입 기업에 비해 지속적으로 더 높은 성장성을 보였다.

스마트공장 도입 기업은 미도입 기업과 비교해 △1일 생산량 증가 △공정시간 감소 △납기 단축과 같은 공정 개선으로 생산성 향상 △현장 환경 개선 △데이터를 활용한 의사결정 △새로운 생산·물류 방식 도입을 통한 시스템 개선 등 혁신 활동에서도 더 높은 성과를 나타냈다.

또 스마트공장 도입 여부와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혁신 활동을 수행한 기업보다 대기업의 기술 지원과 현장 노하우 전수 등 협업을 통해 현장 혁신 활동을 한 기업의 경영 성과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윤위상 KBIZ중소기업연구소장은 "스마트공장은 혁신 활동을 통한 경영 성과에 기여한다"며 "특히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은 제조 현장 노하우의 스필오버가 가장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는 만큼 국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종별 대기업의 참여 확대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10주 만에 생산량을 2배 늘린 비데 업체 '에이스라이프'는 스마트공장 사업의 지원을 받은 대표적 기업이다. 충남 아산에 있는 에이스라이프는 3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에서 비데 수요가 갑자기 늘면서 주문이 폭주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쏟아지는 주문에 비해 제품 생산이 더디자 해외 거래처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에 에이스라이프는 돌파구로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삼성전자는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올리기 위해 배선 공정부터 테스트까지 자동화 솔루션을 제안했다. 자동화 공정 구축 이후 비데 1대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60초에서 38초로 대폭 단축됐다. 생산량은 월 2만대에서 4만2000대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단 10주 만에 생산성이 대폭 향상된 것이다.

직원들 작업 환경도 개선됐다. 기존에는 물 분사 테스트를 직접 해서 직원들이 손에 습진을 달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자동화 공정을 도입한 뒤 직원들이 만성 습진에서 해방됐다. 에이스라이프는 스마트공장 도입을 통해 △체계적 관리 △깔끔한 공장 △효율적 동선 등을 갖춰 일본에도 비데를 수출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에이스라이프의 판로 개척도 지원했다. 에이스라이프는 지난해 6월 아마존에 진출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 4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매출 목표는 500억원에 달한다. 직원 수는 2021년 55명에서 지난해 70명으로 늘었다.

부산에 있는 '동아플레이팅'도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으로 다시 태어난 곳 중 하나다.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1997년 설립된 동아플레이팅은 '뿌리산업'으로 불리는 도금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이달의 기능 한국인' 여성 1호인 이오선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동아플레이팅 역시 사업이 점차 커지면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커졌다. 업종 특성상 고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계에 부딪히던 동아플레이팅은 2018년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을 알게 돼 신청했다.

삼성전자 전문가들은 일주일간 동아플레이팅 현장을 둘러본 뒤 개선 과제 100개를 선정했다. 이후 하나하나 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바꿔나갔다. 우선 삼성전자는 생산설비에 원재료를 투입하는 방식을 바꿨다. 기존에는 작업자들이 버튼을 눌러 진행하던 것을 센서를 적용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꿨다. 또 생산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 계획과 실적, 설비 현황, 재고 등 체계적으로 현장을 관리할 수 있게 도왔다. 특히 도금업은 화학물질 취급이 많아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기존에 정보도 없이 쌓여 있던 화학물질을 삼성전자는 약품 성분, 유효기간 등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도록 바코드 적용을 도왔다.

동아플레이팅은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뒤 근무 환경이 대폭 개선됐다. 또 생산성이 37% 증가했고, 자재 투입부터 완성품이 나오는 데 걸리는 제조 리드타임이 120분에서 90분으로 단축됐다. 불량률은 77%나 줄었다.

동아플레이팅에서 눈에 띄는 점은 MZ세대 직원이 많다는 점이다. 동아플레이팅 직원 수는 현재 35명인데 이 중 20·30대 직원이 전체에서 70%를 차지할 정도로 청년이 주다.

제조업인 도금업에서는 사람을 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표면 처리 공정에서 염산·질산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청년층이 피하는 일자리기도 했다. 이에 청년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뿌리산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아플레이팅은 전혀 달랐다. 스마트공장 사업에 힘입어 동아플레이팅은 청년층이 찾는 제조 현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대표는 스마트공장 구축 성과를 바탕으로 △자동화 공정 확대 △공장 내부 환경 개선 △회사 복지 강화 △사업 비전 제시로 청년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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