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나 보다, 김수지가 우승했다
[OSEN=강희수 기자] 그녀의 우승 소식은 가을과 함께 온다. 그녀가 우승했다는 것은 아직 8월이지만 가을이 왔다는 증빙이다. 실제로 27일의 아침은 가을처럼 선선했다.
‘가을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밖에 없는 김수지(27, 동부건설) 얘기다.
김수지는 한화 클래식 2023 이전까지 통산 4승(메이저 1승 포함)을 거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 4승을 모두 가을에 거두었다.
2021년 9월 5일 KG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했고, 같은 해 10월 10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우승을 거뒀다. 2022에는 9월 25일의 ‘OK금융그룹 박세리 INVITATIONAL’과 10월 2일의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까지 2주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해도 흐름은 마찬가지다. 가을의 여왕이 되기로 작정을 한 듯이 여름까지는 우승 소식이 없었다. 4월의 메디힐 한국일보 챔피언십과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3위에 오른 게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그랬던 김수지가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인 ‘한화 클래식 2023’에서 불쑥 살아났다. 아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는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는 처서(8월 23일)가 지난 시기에 열린 대회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하 한화큐셀)이 주최하는 '한화클래식 2023'은 총상금을 작년 14억 원에서 17억 원으로 3억 원 증액하면서, 2023시즌 최대 상금 대회가 됐다. 우승상금이 3억 600만 원이나 된다. 1990년, KLPGA 최초의 국제대회인 ‘서울여자오픈’을 전신으로 하는 ‘한화 클래식’은 지난 2017년 메이저 대회로 승격해 전통과 권위를 이어오고 있다.
대회장인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6,777야드, 강원도 춘천)도 KLPGA 투어 메이저대회를 위해 까다롭게 세팅됐다. 러프가 길고 핀 위치가 까다로워 정확도가 떨어지는 선수에게는 쉽게 버디를 허용하지 않는 대회장이다.
이런 곳에서도 김수지는 딱 가을에 솟아올랐다. 봄, 여름에 해당하는 1, 2라운드에서는 조용히 기초를 다지다가 가을에 해당하는 3라운드에 전예성과 함께 공동 선두(-7)로 치고 나왔다.
27일의 최종라운드에서도 발동이 비교적 늦게 걸렸다. 전반을 버디 2개, 보기 1개로 평타를 치더니 후반 10번홀부터 4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 기운을 만들어갔다.
330야드 파4인 10번홀에서 과감하게 드라이버 원온을 시도해 버디를 잡아낸 것이 연속 버디의 시발점이었다. 파4 12번홀에서는 6.0미터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상대를 기죽게 했고, 이어진 192야드 파3 13번홀에서는 티샷을 2.1미터에 붙이는 샷 감각으로 우승컵을 예약했다. 기세 오른 버디쇼는 파5 18번홀에서 6.1미터 버디 퍼트로 막을 내렸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72-70-67-66)의 성적이다.
대회 첫날 공동 선두로 나섰던 아탸야 티띠꾼(태국)은 최종라운드에서 8타를 줄이는 괴력을 발휘해 공동 2위(-10)로 대회를 마쳤다. 2, 3라운드에서 다소 주춤했던 티띠꾼은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하나 없이 버디만 8개(코스레코드)를 잡아내는 무결점 경기를 펼쳤다. LPGA투어에서 통산 2승을 기록하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한 티띠꾼은 ‘한화 클래식 2023’에 특별 초청선수로 참석했다.
김수지는 우승 인터뷰에서 “9번홀에서 버디를 놓쳐 답답한 마음에 10번홀에서 승부수를 띄우고 싶어 드라이버를 잡고 원온 시도를 했다. 상반기 잘 안 풀렸기 때문에 마음을 내려놓고 플레이 해서 좋은 결과를 맞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종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우승 다툼에 합류했던 이예원이 최종합계 10언더파로 아타야 티띠꾼과 공동 2위에 올랐고, 전예성은 9언더파로 단독 4위에 랭크됐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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