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타&3루타&2도루' 오타니, 뉴욕이 홈경기야? 타석마다 박수갈채→고의4구에 집단야유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FA를 앞두고 팔꿈치 인대 손상이라는 치명적 부상이 발견됐지만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여전히 전국구 인기스타다. 원정경기에서 고의4구로 출루하는데 홈 팀 팬들이 야유를 보내는 보기 드문 장면까지 나왔다. 모두의 응원을 받은 오타니는 팔꿈치 부상을 안고도 2루타와 3루타, 도루 2개까지 평소와 다르지 않은 것처럼 뛰었다.
오타니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 퀸스 씨티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 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나와 3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 2도루를 기록했다. 타율은 0.307로, OPS는 1.084로 올랐다. 오타니는 팔꿈치 부상 후 3경기에서 모두 장타를 터트리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도루까지 두 번이나 시도했고 모두 성공했다.
1회부터 터졌다. 오타니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루타를 터트렸다. 메츠 선발 카를로스 카라스코를 상대로 볼카운트 2-1에서 오른쪽 폴대 옆으로 살짝 빠지는 초대형 파울홈런을 날리더니 8구 승부 끝에 결국 중견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싱커까지 변화무쌍한 공으로 오타니를 상대하던 카라스코가 처음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이 공이 스트라이크존 높은 곳으로 들어오는 실투가 됐다. 오타니가 날린 타구가 원바운드로 담장을 맞았다. 오타니는 브랜든 드루리의 적시타에 홈을 밟아 선취 득점을 기록했다.
3-0으로 앞선 2회 2사 1루에서도 장타를 날렸다. 이번에는 카라스코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외야 오른쪽 구석에 떨어트렸다. 루이스 렝히포가 득점해 점수 4-0이 됐다. 오타니는 성큼성큼 내달려 3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시즌 8호 3루타다. 이번 타석으로 바비 위트 주니어(캔자스시티)와 함께 아메리칸리그 3루타 공동 선두에 올랐다.
1회에 이어 이번에도 드루리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오타니는 홈을 밟았다. 이날 2득점을 추가해 100득점을 달성하면서 오타니는 또 한번 진기록을 추가했다. 100안타-100득점-100이닝-100탈삼진을 한 시즌에 모두 기록하는 '쿼트로 100'을 완성했다. 올 시즌은 더이상 투구하지 않지만 100이닝 100탈삼진은 일찌감치 넘겼다. 오타니는 145안타 100득점 132이닝 167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4회에는 상대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와 3루를 연달아 훔쳤다. 시즌 18호, 19호 도루가 한 이닝에 나왔다. 2021년 26도루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한 시즌 20도루를 바라보게 됐다. 그것도 다친 팔꿈치를 안고 뛰어 만든 기록이다.
에인절스 필 네빈 감독은 경기 후 오타니의 연속 도루에 대해 "그가 뛸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투수로 나오는 날은 도루 시도를 거의 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뛴다. 앞으로는 더 많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7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중견수 뜬공을 쳤다. 5-3으로 앞선 9회에는 2사 후 렝히포가 2루타로 출루한 뒤 득점권 기회를 얻었다. 오타니는 자동 고의4구로 1루를 밟았다. 왼손타자에게 강한 '전 롯데 자이언츠' 브룩스 레일리가 마운드에 있었지만 메츠 벤치는 고의4구를 택했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이날 씨티필드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관중석에서는 메츠 티셔츠를 입은 팬들까지 오타니에게 열광했다. 큼지막한 파울을 쳤을 때나 빠른 발을 자랑할 때마다구장은 큰 함성에 휩싸였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자동 고의4구 사인이 나오자 오타니의 타격을 보여달라는 듯 큰 야유가 쏟아졌다." 오타니의 전국적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타니의 활약을 앞세운 에인절스는 메츠를 5-3으로 꺾고 연승에 돌입했다. 역대 단일 시즌 최고 연봉 지출에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일종의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메츠를 이틀 연속 꺾었다. 에인절스는 이번 승리에도 63승 67패로 5할 승률에 -4승을 기록하고 있다.
에인절스의 마지막 5할 승률 시즌은 2015년 85승 77패(승률 0.525)였다. 2014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에 이어 2년 연속 위닝 시즌(5할 승률 이상)을 보냈지만 텍사스 레인저스(88승 74패)와 휴스턴 애스트로스(86승 76패)에 밀려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 뒤로 8년 동안 가을 야구를 누리지 못했고, 7년 동안 5할 승률을 밑돌았다. 올해도 상황이 좋지 않다.
27일에는 에인절스 페리 미나시안 단장의 발언이 빈축을 샀다. 오타니가 이번 팔꿈치 부상 전부터 MRI 촬영을 거부했다는 얘기를 꺼냈다. 투명한 정보 공개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책임 회피'로 여겨질 수 있는 발언이었다.
미나시안 단장은 이날 "손가락 경련으로 조기강판됐을 때 검진을 받을 것을 권유했으나 오타니 측 에이전시에서 거부했다. 이유는 이해가 간다. 중지 경련 정도로는 검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단은 검사를 원했으나 선수가 원하지 않았다'는 뜻이 담긴 발언에 팬들은 둘 사이의 작별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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