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의 전쟁’이 키운 阿 군부 독재… 지지자들 "푸틴" 연호 [뉴스 인사이드-‘사헬 쿠테타벨트’ 親러 가속]
세계 테러 희생자 43%가 사헬서 발생
군부 "치안 강화" 내걸고 잇단 쿠데타
'최후 보루' 니제르마저 지난 7월 군 장악
러 깃발 흔드는 사헬 반프랑스 시위대
프랑스 10년간 대테러전쟁, 반프랑스 정서만 키워
러 용병 바그너, 쿠데타 세력 '우군' 등장
군부 테러 진압 도와주고 자원 이권 챙겨
러의 아프리카 밀착, 경계하는 국제사회
'최빈국' 니제르, 우라늄 생산 세계 4위
서아프리카공동체 "무력 개입" 군부 경고
미국도 "안보 협력 중단" 엄포… 긴장 고조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대통령 경호실장이 최초의 민선 대통령 모하메드 바줌을 억류하고 정권을 잡자 외신들은 “사헬 지역 쿠데타벨트 도미노의 마지막 조각이 쓰러졌다”고 평가했다.
2020년 말리, 2021년 차드·기니·수단, 2022년 부르키나파소 권력을 군부가 장악한 데 이어 니제르마저 그 대열에 동참함에 따라 인도양에서 대서양까지 아프리카 대륙의 허리를 약 5600㎞ 길이로 가로지르는 지구상의 가장 긴 군부통치 구역이 형성된 것이다.
아랍어로 ‘가장자리’라는 뜻의 사헬은 사하라사막과 중부 아프리카 초원지대 사이 스텝지대를 말한다. 사막보다는 기후 조건이 낫고 목축도 가능하지만, 빈곤이 심하고 출산율은 높아 젊은이들의 불만이 팽배한 지역이다. 다양한 인종·종교가 뒤섞여 대립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이곳은 보코하람, 이슬람국가(IS) 서아프리카지부,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과 무슬림 지지그룹’(JNIM)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기승을 부린다. 국제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테러리즘 인덱스’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테러 희생자 6701명 중 43%가 사헬 지역에서 발생했다. 2007년에는 비중이 1%밖에 안 됐던 곳이 이제는 전 세계 테러 폭력의 진원지가 된 것이다.
이는 이 지역 잇단 쿠데타의 공통적 배경이 됐다. 테러 집단과 싸우는 과정에서 군부 위상은 자연히 높아졌고, 민선 정부는 테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군부는 치안 강화를 내세워 쿠데타를 정당화했다.
바줌 대통령이 아랍계 소수민족 출신이어서 권력 기반이 약한 점, 이웃 군부 정권이 아프리카연합(AU)이나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로부터 별다른 제재·타격을 받지 못하고 생명을 유지함에 따라 발생한 ‘전염 효과’도 쿠데타 발발 요인으로 꼽힌다.
ECOWAS는 이번에야말로 무력 개입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으나, 니제르 군부는 이웃 군정의 엄호 아래 ‘3년 내 민정 복귀’ 약속만 내놓으며 버티고 있다.
◆팽배해진 반프랑스 정서
이는 지난해 1월31일 말리 모습과 놀랍도록 닮았다. 당시 말리 군정은 쿠데타 후 프랑스와의 관계가 험악해지자 자국 주재 프랑스 대사를 추방했는데, 며칠 뒤 반프랑스 시위대가 이를 축하하는 집회를 하면서 러시아 깃발을 흔들고 프랑스 국기를 불태웠다.
◆러시아에 열린 기회
러시아가 쿠데타의 배후라는 증거는 없지만 서방, 특히 프랑스의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영국 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폴라한미 아이나 연구원은 아랍 매체 알자지라 기고에서 “사헬 지역에서 프랑스가 일으킨 많은 실수의 가장 큰 수혜자는 러시아”라고 했다.
러시아가 그간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온 점도 대중의 환영을 받는 이유로 분석된다. 소련 시절 반서방 성향 정권에 군사 원조를 제공하며 아프리카 국가들과 연을 맺었던 러시아는 2014년 크름반도 강제 병합 후 서방 제재가 본격화하자 아프리카로 다시 눈을 돌려 군사 협력, 자원 외교를 강화했다. 프리고진이 자금을 댄 인터넷연구기관(IRA)이 아프리카에서도 가짜뉴스를 살포하며 반서방 정서를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1국가 1표’ 원리가 작동하는 국제기구에서는 아프리카 54개국이 강력한 블록이 되는 만큼 이들을 끌어안으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유엔총회 결의안 투표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26개국이 기권·반대·불참을 통해 러시아에 동조했다.
서방에는 악몽이다. 특히 ‘최후의 보루’인 니제르마저 러시아 영향력 아래로 넘어간다면 뼈아프다는 평가다.
바줌 대통령은 2021년 니제르 역사상 처음으로 평화적·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돼 국가의 체질을 민주주의적으로 개선하는 데 열성을 기울였고 서방은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NYT는 니제르가 미 국방부 아프리카 전략의 주춧돌이었다고 했다. 니제르에는 최소 1100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며, 니아메와 아가데즈에 각각 1억1000만달러(약 1455억원)를 들여 드론 기지를 건설하기도 했다. 쿠데타는 지금까지 미국이 기울여온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바줌이 복귀하지 않으면 재정 지원과 안보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김 교수는 “쿠데타 정권이 테러 집단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테러리스트들이 나이지리아, 가나, 토고 등 아프리카 서부 해안 쪽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럴 경우 기니만에서 석유를 운송하는 한국 상선에 대한 위협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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