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두부’로 도시에 활력”…대전 ‘숨두부체험관’ 가보니[현장에서]
‘정(情)말 숨두부관.’
대전 동구 가오동 ‘숨두부체험관’ 건물 벽에는 이런 간판이 붙어있다. 체험관 관계자는 “‘숨두부를 나누며 정이 깊어져 가는 새터말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27일 설명했다. 새터말은 이 동네의 옛 이름이다. ‘숨두부’는 연한 두부를 뜻하는 순두부의 충청지역 사투리다. 숨두부를 이용한 두부두루치기는 대전 대표 음식이기도 하다.
숨두부체험관은 지난달 19일 문을 열었다. 이 곳에선 숨두부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단체 체험객들이 찾아왔다. 체험객 박모씨(67)는 “이 지역 대표 음식이었던 숨두부의 제조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체험관 측은 “숨두부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라 10여명 단위의 체험 신청이 많다. 현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험관은 지역 기관들과 협약을 맺고 단체 체험을 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이 체험관은 2017년 정부가 추진한 도시재생 뉴딜사업 광역 공모 사업에 선정되면서 건립됐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노후화된 주거지와 쇠퇴한 구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체험관 운영은 지자체가 아닌 지역 모임인 ‘새터말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이 맡고 있다. 협동조합에는 이 지역의 통장협의회,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부녀회 등이 참가하고 있다.
대전 동구는 이 체험관이 사람을 불러모아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도심인 동구는 사회·경제적으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협동조합은 체험관에서 숨두부를 만든 후 동네 주민들과 함께 숨두부를 시식해보는 행사도 열고 있다.
최영숙 새터말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숨두부체험관이 들어서면서 외부인까지 동구를 찾고 있다”면서 “침체한 동네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체험관은 지역주민 등 5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
새터말 숨두부는 1970년대 전국적으로도 유명했다. 숨두부 식당이 대전천 변 곳곳에 생기면서 지역 명소로 떠올랐지만 기계로 대량 생산하는 두부에 밀려나면서 숨두부 명성이 퇴색했다.
체험관을 찾는 체험객이나 관람객들은 1970년 당시 숨두부 제조에 쓰였던 가마솥과 맷돌 등도 볼 수 있다. 김모씨(58)는 “벗겨진 가마솥 뚜껑과 바랜 맷돌을 보니 50년이 넘는 새터말 숨두부의 역사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체험관 측은 앞으로 숨두부와 관련된 굿즈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만들어진 굿즈 등을 직접 판매한다는 계획도 세워놨다. 또 숨두부와 새터말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전시회를 열고, 관련 기록물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상영하는 등 체험관 내 즐길 거리도 다양하게 마련하기로 했다. 보다 많은 사람을 모아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다는 것이 체험관 측의 구상이다.
박희조 대전 동구청장은 “이 체험관이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새터말 숨두부의 전통이 미래 세대에게도 이어질 수 있도록 체험관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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