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엔 김좌진, 용산엔 홍범도…흉상 철거해도 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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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가 독립군 흉상 철거를 추진하면서 거센 반발에 직면한 가운데 이를 실행하려면 현실적, 기술적으로도 겹겹이 난제가 예상된다.
국방부는 지난 26일 육사 내 독립군 흉상의 사실상 철거·이전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독립기념관 등과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국방부로선 이 가운데 육사와 중복되는 홍범도, 김좌진 흉상만 콕 집어 철거하거나 다른 묘안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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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잠수함은 개명해야 하나…국방부 앞 흉상도 '뜨거운 감자'
육사 발 '나비효과'에 소모적 공방 우려…여권서도 "너무 오버한다" 비판
육군사관학교가 독립군 흉상 철거를 추진하면서 거센 반발에 직면한 가운데 이를 실행하려면 현실적, 기술적으로도 겹겹이 난제가 예상된다.
국방부는 지난 26일 육사 내 독립군 흉상의 사실상 철거·이전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독립기념관 등과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육사는 교내 주요 건물 앞에 특정 시기에 국한된 독립군·광복군 흉상이 자리하고 특히 공산주의 전력이 있는 인물 흉상까지 설치된 것을 문제 삼았다.
따라서 이들 기념물은 독립운동의 정신이 더욱 부각될 수 있는 보다 최적의 장소인 독립기념관 등으로 이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독립기념관이 육사 요청 수용할지도 미지수…관장은 '독립군 뿌리론' 주장
국방부 계획대로라면 독립기념관에는 유독 김좌진 장군만 동상·흉상이 이중으로 설치되는 '특혜 아닌 특혜'를 받게 되며, 그 경위를 놓고 두고두고 궁색한 설명을 해야 한다.
물론 나머지 홍범도, 이범석, 지청천 장군과 이회영 선생의 흉상만 천안으로 옮길 수도 있지만 모양새가 좋지 않다. 홀로 남은 김좌진 흉상을 어디로 보낼지도 숙제로 남게 된다.
독립기념관이 육사 요청을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한시준(전 단국대 교수) 관장은 육사의 뿌리와 정통성을 독립군·광복군으로 규정하는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국방부로선 독립기념관 외에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는 있다. 독립기념관과 달리 강한 입김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기념관에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이미 설치돼있다. 2019년 6월에는 그 후손들이 방문해 조촐한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
홍범도 잠수함은 개명해야 하나…육사 발 '나비효과'에 소모적 공방 우려
가장 논란이 되는 홍범도 장군 흉상은 국방부·합참 청사 앞에도 설치돼있다. 현 대통령실로 사용되는 옛 국방부 현관에 있던 것을 지난해 4월 옮겨왔다. 이미 한 차례 이전한 셈이다.
정면에서 바라볼 때 우측엔 이순신, 강감찬, 을지문덕, 김좌진 등의 흉상 7기, 좌측엔 강우규, 홍범도 박승환, 안중근 등 순으로 흉상 6기가 나란히 서있다.
육사 내 '특정 시기' '공산주의 경력' 흉상이 문제라면, 군 수뇌부가 있는 국방부·합참 청사의 비슷한 흉상은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방부로선 이 가운데 육사와 중복되는 홍범도, 김좌진 흉상만 콕 집어 철거하거나 다른 묘안을 찾아내야 한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만약 홍범도 흉상이 '공산주의 전력' 때문에 퇴출된다면 해군 주력 잠수함인 '홍범도' 함(214급)도 문제가 된다.
국방부 논리대로라면 멀쩡한 잠수함의 함명을 바꿔야 하는 극히 이례적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벌써부터 해군의 반응이 주목된다.
결국 육사와 국방부의 섣부른 결정은 예상 밖의 나비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안보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소모적 공방으로 국론만 분열시키는 진퇴양난을 자초하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페이스북 글에서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밝히는 등 여권 내에서조차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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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en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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