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관광 웃지만 물가는 복병… 日 ‘슈퍼엔저 랠리’ 언제까지 [세계는 지금]
日, 디플레 탈출 위해 경기부양 팔 걷어
금리 올리는 美와 반대로 ‘돈풀기’ 계속
日, 2분기 GDP 1.5% 늘고 증시 활황
수출 실적 개선… 관광 산업도 살아나
물가는 계속 올라 11개월째 3%대 상승
달러 환율 145엔 넘어… 당국 개입 촉각
#2. 민간 시장조사회사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195개 주요 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달 1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가격을 올렸거나 인상을 예정하고 있는 식품, 식료품의 수는 3만5000여 품목에 달한다. ‘가격 상승 러시’라 불렸던 지난해 2만5000여 품목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는 가격 상승의 정점을 10월로 예상했다. 비슷한 시기 일본 경제의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보여주는 이 두 가지 장면에는 ‘역대급’으로 불리는 엔저(엔화가치 하락)가 공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엔저 향유 日…기업실적 개선·관광 활기
지난 1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달러·엔 환율은 1달러당 146.56엔(1343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자 올해 들어 최고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 미쓰비시전기 등 주요 수출 기업이 “올해 환율을 달러당 137엔(1261원)으로 상정해 연간 계획을 잡았다”며 “예상 환율과 실제 환율 차이에 따른 추가 이익을 계산하면 2분기 영업이익은 3600억엔(3조3000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2분기(4∼6월) 일본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1.5% 증가하며 지난해 4분기부터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2분기 수출은 전 분기보다 3.2% 늘었고 수입은 4.3% 줄었다. NHK는 “반도체 부족 문제가 누그러들면서 자동차 수출이 늘었고 통계상 수출로 잡히는 외국인 여행자의 일본 여행도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보다 뛰어넘는 가격 인상 러시
역대급 엔저를 염려하는 시선의 핵심은 물가다.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물가가 올라서다.
미즈노 아키토 미즈노 사장은 아사히에 “엔저가 지금 이상으로 진행되면 원자재 조달의 비용이 늘어 해외에 공장을 가진 기업의 수익도 악화되고 개인소비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기화된 엔저에 저금리 기조 변화올까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장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금리, 통화팽창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도다.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목표 아래 금리를 올려 시중의 돈을 거둬들이는 미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와는 다르다. 이런 차이는 이자가 높은 달러를 사고, 낮은 엔을 파는 자금 흐름을 형성해 지속적인 엔저가 이어지고 있다.
관심은 일본 정부, 일본은행이 역대급 엔저를 언제까지 용인하고, 저금리 정책을 이어갈지에 쏠린다.
그러나 당국의 실제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낮고, 일본은행의 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시장 개입 가능성을 낮게 보는 건 지난해에 비해 올해 환율의 단기간 변동폭이 그다지 크지 않고, 기업실적이 개선되면서 엔저로 인한 부담감이 완화되었다는 점 등이 근거다. 장기금리의 사실상 인상에 대해서도 일본은행은 금융완화 정책 포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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