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커브 아름다워" MLB 투구 전문가 호평, 시속 104㎞ 커브는 느려서 신기록이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구속으로 진기록을 썼다. 빨라서가 아니라 느려서다. 시속 104㎞ 초저속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했는데, 이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선발투수가 헛스윙을 끌어낸 커브 가운데 가장 느린 공이었다.
류현진은 2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을 4피안타(2홈런) 무4사구 5탈삼진 3실점 2자책점으로 막고 시즌 3승을 챙겼다. 토론토는 8-3으로 클리블랜드를 꺾었다. 류현진의 활약으로 3연패에서 벗어났다.
이날 류현진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0.8마일(약 146.1㎞)에 그쳤다. 그런데 류현진은 이제 패스트볼 구속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투구의 달인'이 됐다. 어느새 3경기 연속 5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투구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류현진은 27일 클리블랜드 타선을 만나 커브와 체인지업, 커터를 활용해 탈삼진 5개를 기록했다. 종전 4개를 넘어 올 시즌 1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이다.
먼저 1회 오스카 곤살레스를 상대로 3연속 체인지업으로 볼카운트 0-2를 만든 뒤 4구째 커브를 던져 헛스윙을 끌어냈다. 2회에는 선두타자 안드레스 히메네스를 바깥쪽 낮은 커터로 삼진 처리했다. 곧바로 가브리엘 아리아스까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번에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며 떨어지는 류현진의 전매특허 체인지업이 결정구로 쓰였다.
4회 2사 후에 나온 3구 삼진은 '느린 구속'으로 화제가 됐다. 류현진은 히메네스에게 '초저속'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기록했다. 초구 커브로 카운트를 잡고, 2구 커터가 파울이 되면서 볼카운트 0-2가 됐다. 3구 커브를 왼손타자 히메네스 바깥쪽 낮게 떨어트리면서 헛스윙을 끌어냈다. 이날 경기 4번째 탈삼진이었다.
'피칭닌자' 계정을 운영하는 롭 프리드먼은 이번에도 류현진의 변화구 구사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안드레스 히메네스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결정구 커브의 구속에 주목했다.
류현진은 볼카운트 0-2에서 시속 64.6마일(약 104.0㎞)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64.6마일 커브는 올해 선발투수가 헛스윙을 유도한 커브 가운데 가장 느린 공이었다. 그러면서 "기록지에서 구속을 확인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투수들은 얼마나 빨랐는지를 보지만, 류현진은 얼마나 느렸는지를 본다"고 썼다.
프리드먼은 이날 류현진의 탈삼진 영상을 올릴 때마다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덧붙였다. 류현진의 투구는 야구의 재미를 끌어올릴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류현진은 5회 아리아스를 상대로 5번째 삼진을 잡았다. 볼카운트 3-1로 몰린 상황을 탁월한 제구력으로 극복해냈다. 5구째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끌어내고, 6구째 포심 패스트볼을 몸쪽 낮은 코스에 꽂았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빠른 90.8마일 패스트볼이 여기서 나왔다. 커브-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늦춘 뒤 갑자기 기어를 올려 빠른 공을 던지면서 아리아스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토론토 존 슈나이더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투구에 대해 "대단했다.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제구가 아주 좋았다"고 칭찬했다.
6회 무사 만루 위기로 이어진 3루수 맷 채프먼과 유격수 산티아고 에스피날의 연속 실책에 대해서는 "6회 실책은 병살타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류현진은 무사 1루에서 이어진 실책 2개 탓에 2사 1루가 아닌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고, 여기서 이미 가르시아로 교체됐다. 가르시아는 몸에 맞는 공으로 밀어내기 점수를 줬지만 다음 세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하며 토론토의 리드를 지켰다.
느린 공으로도 타자를 제압하는 요령이 류현진의 부활 원동력이다. 슈나이더 감독은 "류현진은 타자들이 뭘 하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던졌다. 구속에 변화를 주면서 타자를 상대했다. 리그 최고 수준의 투수다", "몸쪽 바깥쪽을 다 잘 구사한다. (공 빠른)요즘 투수들과는 다르지만 잘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MLB닷컴 토론토 담당 키건 매티슨 기자는 류현진의 교체 시점에서 트위터에 "마지막 인플레이 타구 2개는 아웃이 됐어야 했다. 류현진에게 힘든 상황이 됐다"면서 "류현진은 홈런 2개를 맞았지만 전반적으로는 날카롭게 또 효과적으로 던졌다"고 썼다.
토론토 지역 매체인 토론토선은 경기 후 "류현진은 70구만 투구했고, 올 시즌 1경기 최다인 홈런 2개를 내줬지만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특유의 절묘한 변화구로 클리블랜드 타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다"고 호평했다.
6회 교체 상황에 대해서는 "더 많은 아웃을 잡을 수도 있었지만 그의 동료들이 마지막 이닝의 류현진을 위기에 빠트렸다. 연속 실책으로 무사 만루가 됐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넷 캐나다는 "왼손투수 류현진은 5회에 이어 6회까지 나오고도 70구만 던졌다. 4사구 없이 탈삼진 5개에 4피안타 3실점 2자책점을 기록했다"며 류현진의 효율적인 투구에 주목했다.
이 매체는 또 "류현진의 커맨드는 그가 예상했던 만큼 빠르게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두 번째 토미존 수술(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 후 단 1경기만 부진하고 바로 자신의 '클래스'를 되찾은 점에 대해 "솔직히 별로 놀랍지 않다"고 답했다.
류현진은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이 건강하다는 거다. 건강하기 때문에 내 공으로 상대를 잡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을 해낼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한편 토론토는 0-1로 끌려가던 1회말 윗 메리필드의 2루타와 보 비솃의 적시타로 빠르게 균형을 맞췄다. 이어 데이비스 슈나이더의 역전 2점 홈런으로 리드를 잡았다. 4회에는 채프먼이 적시타로, 에스피날이 희생플라이로 각각 1타점을 기록했다.
역전 홈런의 주인공 슈나이더는 5-3으로 쫓긴 7회 다시 클러치 능력을 발휘했다. 1타점 적시타로 점수 차를 벌렸다. 류현진은 슈나이더의 3타점이 승리에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슈나이더는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됐다. 데뷔전부터 지금까지 타격, 수비, 심지어 주루에서도 그가 하는 것들이 모두 팀에 힘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는 달튼 바쇼가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바쇼는 앞서 수비에서도 호세 라미레스의 우중간 라인드라이브를 무릎으로 미끄러지는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 류현진을 도왔다. 토론토는 8회와 9회 2이닝을 책임진 트레버 리차즈의 무실점 호투로 리드를 지키고 3연패 탈출의 기쁨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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