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또 먹나 봐라”…중국 ‘오염수 방류’ 일본 보이콧 움직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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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식당에서 먹는 음식에 (어디 산인지 알수 없는) 소금이 들어가긴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라도 안 먹기 위해 엊그제 소금을 샀다.”
중국 산둥성에 사는 류(37)는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방류한 다음 날인 지난 25일 슈퍼마켓에서 소금 10근(5㎏)을 샀다.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친척들과 친구들이 소금 사재기에 나서는 것을 보고 그 역시 동참했다.
류는 최근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에 온 관심을 쏟고 있다. 신문·방송 뉴스는 물론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 올라오는 동영상을 챙겨보고 일본과 가장 가까운 국가인 한국 뉴스도 찾아본다. 그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나는 회를 좋아하는데 앞으로 다시는 일식을 먹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4일 일본이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자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중단 조처를 취했다. 이후 중국 주민들도 일본산 제품 불매 및 여행 취소에 나서고 있다. 소금 사재기와 해산물 섭취 중단에 이어, 일본산 화장품 불매운동과 일본 단체여행 취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에 사는 왕(35)은 오염수 방류 이후 소금을 사지 않은 드문 중국인이다. 하지만 그도 최근 할머니와 시어머니로부터 소금을 샀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왕은 한겨레에 “할머니는 10근, 시어머니는 20근의 소금을 샀다. 두 분은 나한테도 소금을 사 놓으라고 권했다”며 “오염수 방류가 30년 동안이나 이어진다고 한다. 30년 동안 버틸 수도 없고, 나는 소금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당분간은 해산물을 먹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왕은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한 6개월은 해산물을 안 먹고 버틸 작정”이라고 했다.
베이징의 일식 가게들은 일본산 수산물 대신 러시아산이나 다른 국가의 수산물로 대체하고 있다. 중국 홍싱신문은 “오염수 방류가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기 때문에, 많은 일식 가게들이 일찍부터 일본산 재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산이나 한국산, 동남아산 등으로 이미 대체됐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은 일본산 화장품 불매운동에도 슬슬 나서고 있다. 중국 인터넷상에는 일본산 화장품 브랜드 30여개와 함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의 목록이 올라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에스케이투(SK-Ⅱ)나 시세이도 등 일본 화장품의 인기가 높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충실한 일본 화장품 구매자였던 황(35)이 오염수 방류 소식을 듣고 일본산 대신 유럽산 화장품을 구매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일본산 화장품은 2019년 이후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해 왔지만, 올해 5월부터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해 지난달에는 전년 동기 대비 수입액이 30% 감소했다.
일본 단체여행 예약을 취소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온라인 여행플랫폼인 씨트립과 퉁청, 투뉴 등은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던 일본 여행 상품을 아래로 내렸고, 일부 고객은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며칠간 일본 단체여행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며 “애초 국경절(10월1일) 연휴 기간 일본에 갈 계획이었던 일부 고객이 관망세로 돌아서 곧장 주문을 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매체 제일재경이 보도했다. 중국문화관광산업연구원의 최근 발표를 보면, 올 상반기 해외 관광에 나선 중국인 중 12.1%가 일본을 찾았다. 중국 땅인 마카오(50.9%)와 홍콩(26.7%)을 제외하면, 태국(16.3%)에 이어 2위이다. 한국은 7.6%로 싱가포르(8.7%)에 이어 4위였다.
일본에 대한 중국 내 여론이 악화하면서 주중 일본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고 있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된 24일과 이튿날인 25일 연이어 일본어 홈페이지에 “만일의 사태를 배제할 수 없으니 각별히 주의하라. 불필요하게 큰소리로 일본어로 말하지 말라”는 안내문을 올렸다.
일본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28~30일로 예정됐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의 중국 방문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중국 쪽이 26일 오후 “중-일 관계 상황을 감안해 적절한 (방중) 시기가 아니다”라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공명당은 밝혔다. 야마구치 공명당 대표는 4년만에 중국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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