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이어 홍범도까지...이념전쟁 늪에 빠진 대한민국

정유선 기자 2023. 8. 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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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에 이어 육사 흉상 철거 논란 등 대한민국이 때아닌 이념전쟁의 늪에 빠졌다.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산전체주의'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념전쟁에 불을 붙인 가운데 국가보훈부가 전사로 나서고 여야 정치권도 합세하면서 이념전쟁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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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에 이어 육사 흉상 철거 논란 등 대한민국이 때아닌 이념전쟁의 늪에 빠졌다.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산전체주의’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념전쟁에 불을 붙인 가운데 국가보훈부가 전사로 나서고 여야 정치권도 합세하면서 이념전쟁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민통합위원회 2기 출범식에 참석,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가 힘을 합쳐서 그 방향으로 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리영희 선생 저서인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속 문구를 빌려 진보와 보수진영을 새의 왼쪽, 오른쪽 날개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과 사기적 이념에 굴복하거나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고,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방향이 틀린’ 진보세력을 한쪽 날개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인데 국민통합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념 대결을 부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정의당에서는 “철지난 색깔론과 상대 진영을 겁박하는 반쪽짜리 대통령의 행보로는 절대 대한민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논평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또 비공개 회의중 “어떤 공산주의자에 대한 추모공원을 한 지자체에서 만든다고 한다”며 “자유와 연대, 통합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정율성 공원화 사업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앞서 박민식 보훈부장관은 광주광역시가 48억 원을 들여 올해말까지 완공 예정인 정율성 역사공원을 문제삼으며 논란이 일었다. 박 장관은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사업 철회를 요구했고, 행정안전부 감사실도 이 사업을 들여다보겠다며 광주시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반면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며 공원 조성 목적이 한중 우호와 중국인 관광객 유치라고 강조했다. 정율성은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 활동 등 항일 독립운동과 작곡활동을 하다 중국으로 귀화했고, 이후 팔로군 행진곡(현 중국 인민해방군 국가) 등을 작곡하며 중국내 3대 음악가로 평가받고 있다.

2018년3월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에서 사관생도와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 이회영 선생의 흉상.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부 청사내 홍범도 장군 등 독립전쟁 영웅들의 흉상 철거를 놓고도 논란이 인다. 국방부는 지난 26일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교내 기념물 정비방안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1927년 소년 공산당 입당한 전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을 지적한 것인데 광복과 남북 분단 이전인 1943년 사망한 홍 장군에게 색깔론을 입히는 게 타당하냐는 비판도 인다.

광복회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5인의 독립유공자 흉상을 국방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철거를 시도한 것은 일제가 민족정기를 들어내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라며 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선다윗 상근부대변인은 27일 논평에서 “공산주의 색출이라는 미명 하에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에게도 사상검증을 강요하는 국방부의 만행을 규탄한다”며 “윤 정권은 왜 대한민국을 시착오적 이념전쟁으로 몰아넣으려 하느냐”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27일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시키려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윤 정부에서 확연해진 이념전쟁은 보수의 가치 재건을 통해 보수의 외연 확장을 꾀하는 윤 대통령의 총선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다만 경제성장률이 1% 초반대로 내려앉고 묻지마범죄와 일본의 후쿠시마 방류 이슈로 민생이 피폐함에도 이념전쟁에 매몰돼 갈등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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