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예’ 머그샷으로 ‘선거 마케팅’ 나선 트럼프, 사흘만에 100억원 가까이 모금

선명수 기자 2023. 8. 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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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사진’ 머그샷으로 되려 지지층 결집
‘머그샷 = 정치탄압 상징’으로 활용
각종 상품 만들어 판매···단숨에 ‘돈방석’
바이든, 머그샷 질문에 “핸섬 가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인쇄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이 인쇄된 티셔츠와 모자가 제작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머그샷’을 앞세워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머그샷을 조 바이든 정부의 ‘정치 탄압’ 상징으로 포장하면서 이를 내년 대선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머그샷을 활용한 각종 상품을 판매해 사흘 만에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모금했다.

26일(현지시간) 트럼프 선거운동 캠프는 지난 2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구치소에서 머그샷을 촬영하고 보석으로 풀려난 날부터 이날까지 총 710만달러(약 94억2000만원)가 모금됐다고 밝혔다. 25일에는 418만달러(약 55억50000만원)가 모였는데, 이는 트럼프 캠프의 선거 운동을 통틀어 하루 최고 모금액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석방 직후 자신의 머그샷을 직접 엑스(X·옛 트위터)에 올려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그의 선거 캠프는 머그샷을 활용한 티셔츠, 포스터, 자동차 스티커, 머그컵, 인형 등 다양한 상품 판매를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Never Surrender!)는 문구가 쓰였다. 트럼프 캠프는 지지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이 머그샷은 폭정에 맞선 미국 저항의 상징으로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썼다.

‘굴욕사진’이라 할 수 있는 머그샷을 ‘정치탄압’과 연관지어 선거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려는 트럼프의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실제 트럼프의 지지층은 네 차례 기소될 때마다 오히려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의 지지율은 공화당 내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2020년 대선 개입 혐의로 연방 특검과 조지아주 검찰의 기소가 이어진 지난 3주간 약 2000만달러(약 256억4000만원)를 모금했다고 밝혔다. 이는 선거운동 초반 7개월간 모금한 금액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금액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는 지난 23일 한 인터뷰에서 “머그샷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당황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그의 지지자들은 머그샷으로 포스터를 만들고 기숙사방에 붙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20년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공동 피고인 18명의 머그샷. 로이터연합뉴스

정치 분석가들도 머그샷 이미지가 트럼프 캠프에 막대한 정치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화당 대선 캠페인에 여러 차례 참여한 보수 성향 정치 분석가 데이비드 코첼은 “트럼프의 열성적인 팬들은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기꺼이 25달러를 지불하고 이런 셔츠나 머그컵을 살 것”이라며 “13가지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선거 캠페인에 활용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 정치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자말 보먼 연방 하원의원도 엑스에 올린 글에서 “정상적인 세계에서 머그샷은 정치 인생의 끝을 의미하지만, 현실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올라가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이 이미지로 수백만달러를 모을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문인 크리스 라시비타는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선거 캠프의 허가 없이 머그샷을 활용해 자금을 모금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경고 글까지 올렸다.

반면 머그샷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반 트럼프 진영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공화당 내 대표적 반트럼프 단체인 ‘링컨 프로젝트’는 머그샷과 함께 그를 조롱하는 표현이 담긴 상품을 제작해 판매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런 각종 ‘머그샷 상품’이 ‘분열된 미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내년 대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머그샷을 보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TV에서 봤다”며 “핸섬 가이”라고 짧게 답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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