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K-과학기술’은 뭘까 논문까지 뒤져봐요”···9일에 하나씩 테마주 생겼다

권정혁 기자 2023. 8. 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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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짧아지는 테마주 형성 주기···단타 성행
초전도체·맥신·양자컴퓨터 이어 ‘오염수 방류’
“테마주 장세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

소액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20대 직장인 한모씨(27)는 틈틈이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 접속해 새로 나온 논문이 없는지 살핀다. 한씨는 “주식 테마주들이 국내에서 연구 중인 ‘미래 지향적’ 기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최신 과학 논문을 보고 있다”면서 “구글 스칼라(구글 학술검색)나 군소 과학 학술지도 중요하게 참고한다”고 말했다.

한씨가 과학 논문을 읽는 것은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성과에 영향을 받은 일부 종목들이 ‘테마주’로 부상하면서다. 한씨는 “물리학을 전공했어서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놀랍긴 했지만 ‘관련주’까지 생길 줄은 몰랐다”면서 “최근엔 양자컴퓨터 관련주까지 크게 오르고 있는 걸 보고 최근 국내외 연구팀들의 최신 논문도 참고할 필요가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초전도체를 필두로 과학기술과 관련한 테마주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갈수록 그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7월말 이후 평균 9일마다 새로운 테마주가 나왔다는 증권사 분석도 나왔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5일까지 회전율 상위 종목 10개 중 9개가 테마주로 묶인 종목이었다. 8월 들어 회전율이 가장 높았던 서남(2106%)을 비롯해 덕성(1914%), 덕성우(1617%), 모비스(1514%), 파워로직스(1237%), 서원(1101%)등 초전도체 관련주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양자컴퓨터 관련주인 우리로(1147%)도 1000%대 회전율을 보였다.

전체 종목 평균 회전율이 35% 수준임을 감안했을 때 이들 종목은 평균 대비 최대 30~60배 수준의 회전율을 보인 것이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시장에서는 이 수치가 높을수록 단타성 거래가 많았던 것으로 판단한다.

강진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힘을 잃기 시작한 7월 말 이후 평균적으로 약 9일마다 새로운 테마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최근 매크로(거시경제) 악재로 하락하는 시장 수익률과는 달리 개인들의 수익률에 대한 기대 때문에 개인들은 고위험 종목에 수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도 테마 1주 수익률. 신한투자증권 제공

테마주로 단기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가는 크게 요동쳤다.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3거래일 동안 급등하던 맥신(MXene) 관련주는 이후 양자컴퓨터 테마로 묶인 종목들이 강세를 보인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22일에는 경동인베스트(-29.88%), 아모센스(-29.86%), 센코(-27.33%)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내렸다.

같은 기간 양자컴퓨터 관련주는 지난주 대비 50% 넘게 뛴 우리로(54.52%) 비롯해 엑스게이트(46.08%), 텔레필드(25.25%) 등 강세를 보였다. 양자컴퓨터 관련주들의 급등세는 지난 23일 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 대규모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양자 소재 후보 물질을 확인했다는 소식의 영향을 받았다. 이달 초에는 초전도체 관련 종목들이 연구기관별 검증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급등락을 거듭하기도 했다.

기존 장세를 주도했던 2차전지 테마의 경우 기술이 실현돼 이미 상용화 되고 있는 것과 달리 최근 테마주들은 주로 뉴스 흐름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단기 과열 우려를 낳고 있다.

8월 주요 테마 흐름. 인포스탁, 신한투자증권 제공

과학기술 테마에 이어 지난주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테마주까지 등장했다. 시장에선 방류가 시작되고 나면 수산물 대신에 육류로 수요가 쏠릴 것이란 예상에 지난 한 주 동안 마니커(25.88%), 마니커에프앤지(45.21%), 하림(16.12%) 등 닭고기 가공 관련 업체들 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같은 기간 모나미(43.76%), 신성통상(19.61%) 등 국산 문구류, 의류 종목들도 ‘불매운동 관련주’로 묶이면서 덩달아 주가가 우상향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한 국내 여론 악화가 일본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국내 관련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거둘 수도 있다는 예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테마주 장세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 있어 높은 변동성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주식에 대한 선호가 유지되는 가운데 높은 금리 수준은 요구수익률을 높이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매매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지수가 추세 전환할 수 있는 재료가 나타나거나 압도적인 주도주가 나타나지 않은 이상 테마주 장세는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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