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자축구, '기습 입맞춤' 후폭풍…감독 빼고 코치들만 사표

여자 A대표팀·연령별 대표팀 등 11명 사표
빌다 감독은 '기습 입맞춤' 비판했지만 잔류

[서울=뉴시스] 박지혁 기자 = 스페인축구협회장의 '기습 입맞춤'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루이스 루비알레스 협회장에게 항의하는 의미로 여자축구 대표팀 코치진이 대거 사표를 던졌다.

영국 BBC, 미국 CNN 등 외신은 27일(한국시간) "월드컵 시상식에서 여자 선수에게 입맞춤을 한 루비알레스 회장의 부적절한 행동에 항의하며 월드컵 코칭스태프와 연령별 대표팀 코칭스태프 총 11명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20일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결승전 시상식에서 스페인이 우승을 차지한 후, 미드필더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기습 입맞춤을 해 구설에 올랐다.

이후 루비알레스 회장이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커졌다. 에르모소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고, 회장을 향한 사퇴 여론이 폭발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에르모소의 동의하에 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하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짜 페미니스트들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FIFA는 26일 루비알레스 회장의 직무를 90일 동안 정지했다. 이 기간 동안 국내외에서 축구 관련 모든 업무에서 배제된다.

코칭스태프가 사표를 던지며 루비알레스 회장을 향한 항의를 이어갔지만 호르헤 빌다 감독은 사표를 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성명을 통해 "루비알레스 회장의 부적절한 행동은 스페인 여자축구의 우승에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선진적이고, 발전된 사회와는 거리가 있어야 하는 모든 마초적인 태도를 비난한다"고 밝혔다.

루비알레스 회장과 빌다 감독은 끈끈한 사이로 전해진다.

지난해 9월 스페인 선수 일부가 빌다 감독의 지도 방식에 반기를 들었을 때, 루비알레스 회장은 빌다 감독을 지지했다.

BBC에 따르면, 빌다 감독은 25일 스페인축구협회의 임시 총회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회적 암살"이라며 사임을 거부할 뜻을 밝히자 박수를 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월드컵에 출전했던 23명을 포함해 총 81명의 스페인 선수가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임하지 않으면 대표팀에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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