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도 반한 장인의 발걸음, '우보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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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뿔과 백토가 공예가의 묵묵한 걸음 끝에서 작품으로 탄생했다.
40대 화각공예 장인 한기덕(49)씨와 도자공예가 김동준(42)씨가 서울 북촌에 자리한 도심한옥 예올가에서 나란히 전시를 열었다.
이번 전시는 재단법인 예올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공동 프로젝트 결과물로, 두 공예인은 각각 올해의 장인과 올해의 젊은 공예인으로 러브콜을 받아 3개월간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화각 공예의 현대적 변신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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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뿔 갈고, 백토 빚어 만든 현대적 공예품 선보여
소뿔과 백토가 공예가의 묵묵한 걸음 끝에서 작품으로 탄생했다.
40대 화각공예 장인 한기덕(49)씨와 도자공예가 김동준(42)씨가 서울 북촌에 자리한 도심한옥 예올가에서 나란히 전시를 열었다. '우보만리: 순백을 향한 오랜 걸음'이란 제목 아래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9호인 한기덕 화각장은 소뿔로 만든 생활가구와 식기를, 김동준 도예가는 '조선 백자'를 모티브로 한 생활 도자기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재단법인 예올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공동 프로젝트 결과물로, 두 공예인은 각각 올해의 장인과 올해의 젊은 공예인으로 러브콜을 받아 3개월간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이번 전시에는 영국 출판사 파이돈이 선정한 ‘세계 100대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가 감독을 맡고 작품 협업에 참여했다. 양 디자이너는 "우직한 소가 천천히 걸어서 만 리를 걷듯 오랜 시간 덜어내고 깎아내 발견한 순수함의 미학인 화각과 도자기, 그 본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옛날과 현재를 이야기하려고 했다"고 전시 배경을 설명했다. 전시의 주제를 '장인의 발걸음'으로 정한 이유다.
올해의 장인으로 선정된 한 화각장은 경기도 무형문화재 화각장 보유자였던 부친 고(故) 한춘섭씨의 뒤를 이어 화각 공예의 맥을 이어왔다. 화각(華角) 공예는 소의 뿔을 얇고 투명하게 갈아 만든 각지(角紙)에 문양을 그리고 채색해 목기물 위에 덧붙여 완성하는 전통 공예다. 뿔 하나를 가공하면 10~20㎝ 정도의 작은 각지 단 한 장이 만들어질 정도로 섬세한 작업을 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화각 공예의 현대적 변신을 확인할 수 있다. 한 화각장은 양 디자이너와 협업해 뿔 160개를 갈고 흰색 단청 안료칠을 더해 완성한 화각 이층장을 포함해 스툴, 조명 등 생활 가구와 옻칠 마감을 덧붙인 식기 등 친숙한 용품을 대거 선보였다. 그는 "기존의 화각 공예가 화려한 색이나 문양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이를 배제하고 소뿔이 갖는 텍스트를 모던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젊은 공예인인 김 도예가는 '달항아리'의 미학을 재해석했다. 달항아리는 조선 후기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조선백자로 온화한 백색과 보름달을 닮은 둥근 곡선이 특징이다. 그간 달항아리 작업에 천착해온 김 도예가는 달항아리 특유의 빛깔을 담아내면서도 우리 생활에 녹아들 수 있는 그릇, 화병, 합(음식을 담는 오목 그릇) 등 생활형 도자기를 새롭게 제작했다. 그는 "조선백자의 고급스러움에 자유분방함과 순박함을 채워 넣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고민한 끝에 빚어진 작품들"이라고 했다.
프로젝트를 주관한 재단법인 예올의 김영 이사장은 "장인들의 노동의 결실을 선보이게 돼 감격스럽다"며 "소중한 우리의 아름다움이 모두의 평범한 일상에서 빛나는 날까지 한국 공예를 꾸준히 아끼고 지켜내겠다"고 했다. 전시는 다음 달 23일까지.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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