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준감위원장 "삼성은 항공모함···컨트롤타워 필요"
2017년 미전실 해체 후 별개 TF 운영
한경협 인적 쇄신 필요성 강조
준감위가 회계 투명성 검토할 것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그룹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삼성의 조직 규모가 거대한 만큼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효율성과 통일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위원장은 2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준감위 차원이 아닌 사견을 전제로 현재의 특수 상황에서는 삼성에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작은 돛단배에는 컨트롤타워가 필요 없지만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라며 “많은 조직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한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효율성과 통일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이 국내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세계적 기업이 돼야 국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컨트롤타워라는 함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이 삼성에 그룹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준감위원들의 면담 이후 이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개인적인 신념으로는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과거 그룹 컨트롤타워로 불린 미래전략실(미전실)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 각 계열사 이사회가 아닌 미전실이 중요한 경영 판단을 내리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논란이 제기됐고 결국 미전실은 국정농단 사태 후폭풍 속에 2017년 2월 해체됐다. 이후 삼성은 △사업 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과거 미전실의 과오가 있지만 상황이 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 흐름이 바뀌었고 컨트롤타워에 대한 시각도 시대 흐름이 바뀌는 것에 따라가야 한다. 그 흐름을 따라갈 때 항상 역사는 발전한다”며 “준감위라는 기구를 만들었기 때문에 지나온 시절보다 더 후퇴하거나 과거와 같은 지점으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준감위 활동으로 준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 신중한 사업 추진에 관한 문화가 삼성 내부에 자리 잡았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기 소멸을 향해 가는 조직”이라며 “각 관계사가 철저하게 준법 경영을 하면 필요 없어지는 만큼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존속할 텐데 아직은 그런 과정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새롭게 출발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든 누구든 정경유착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인적 구성원은 다 물러나야 한다”며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은 전경련 회원사로 복귀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전경련이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기업을 대변하는 직역단체로 자리 잡으려면 관계된 분들이 스스로 그 기회를 줘야 한다”며 “안에서 혁신 작업을 벌일 때까지 외부인이 와서 자문할 수는 있지만 그 작업이 끝나고 넘겨준다면 완전하게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6개월간 전경련을 이끈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 한경협 출범 이후에도 고문으로 남은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그는 “의심받을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제일 좋다”며 “안이 아니라 밖에서 자문하는 게 더 객관적이고 도움이 될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조직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이라 덧붙였다.
준감위는 한경협의 회비 운영 내역을 비롯해 회계 투명성을 철저하게 검토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특별회비든 어떤 명목이든 전경련에 들어가는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검토할 것”이라며 “삼성에 준감위가 존속하는 동안 명분 없는 후원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은 준감위 승인 없는 대외 후원이 어렵기 때문에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더라도 이를 막아낼 수 있는 보호막이 하나 생긴 것”이라며 “준감위가 기능하는 한 과거와 같은 정경유착이나 위법 가능성은 아주 적다고 확신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삼성증권이 유일하게 한경협 불참 결정을 내린 점에 대해서도 “그만큼 삼성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고 준감위에 대한 신뢰가 큰 것”이라 강조했다.
유창욱 기자 woog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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