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79.3cm가 떨어진다, 류현진의 新 주무기…'104km' 초 슬로우커브가 만들어낸 이색 기록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느리게, 더 느리게.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새로운 주무기인 커브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류현진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70구, 4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3승째를 손에 넣었다.
토미존 수술을 받기 전까지 '류현진'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종은 '주무기' 체인지업과 커터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1년의 공백기 속에 마운드로 돌아온 뒤 볼 배합과 투구 패턴에 큰 변화를 주기 시작했는데, 바로 커브의 빈도가 늘어나고 사용 방법이 달라졌다는 점이었다.
부상 전 류현진은 초구에 타이밍을 빼앗는 용도나 상대 타자가 체인지업 또는 커터에 노림수를 갖고 있을 때 '허'를 찌르는 용도로 커브를 사용해 왔다. 물론 이전에도 커브의 구종 가치는 매년 '플러스'일 정도로 좋았던 볼. 하지만 토미존 수술에서 복귀한 뒤 커브는 더욱 효과적인 구종으로 거듭났다.
커브가 빛을 보고 있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속도를 더욱 낮추면서, 회전수를 늘리면 무브먼트를 증가시킨 것에 있다. '스탯 캐스트'에 따르면 올 시즌 류현진의 커브 수직 무브먼트는 27일 경기 종료 시점으로 70.6인치(약 179.3cm)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 가장 변화의 폭이 크다. 무브먼트가 큰 만큼 효과도 배가 됐다.
류현진은 최근 카운트를 잡을 때는 물론 위닝샷으로도 커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현지 언론과 투구 전문가들은 류현진의 커브를 주목, 집중 조명하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직전 등판(21일)은 물론 이날 또한 류현진의 커브는 단연 돋보이는 구종 중 한 가지였다.
류현진은 1회 오스카 곤잘레스와 맞대결에서 체인지업만 3개를 던져 0B-2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뒤 4구째에 몸쪽 스트라이크존에 살짝 걸치는 65.8마일(약 105.9km) 커브를 던져 이날 첫 번째 삼진 솎아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류현진은 2회 가브리엘 아리아스를 삼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등 타이밍을 빼앗는 용도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가장 '압권'의 장면은 4회였다. 류현진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안드레스 히메네스에게 볼카운트 0B-2S에서 3구째 스트라이크을 벗어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커브를 '위닝샷'으로 구사해 헛스윙 삼진을 솎아내며 순항을 펼쳤는데, 이 공은 64.6마일(약 104km)에 불과했다.
이날 커브가 가장 아쉬운 결과로 이어진 것은 5회였다. 류현진은 5-1로 크게 앞선 5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테일러 프리먼에게 초구에 66.2마일(약 106.5km) 커브를 던졌는데, 테일러의 노림수에 제대로 걸린 커브는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으로 연결됐다. 이를 제외한다면 류현진의 커브는 완벽에 가까웠다.
류현진은 이날 커브를 통해 이색적인 기록 한 가지를 만들어냈다. 바로 올 시즌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 중 가장 느린 커브를 던졌다는 것. 메이저리그 투구 분석 전문가로 '피칭 닌자'를 운영하고 있는 롭 프리드먼은 "류현진의 화려한 66.4마일(약 104km) 커브는 올 시즌 선발 투수가 던진 가장 느린 커브"라고 전했다.
그리고 칭찬은 이어졌다. 직전 등판에서도 류현진의 커브를 집중 조명했던 롭 프리드먼은 히메네스를 66.4마일(약 104km) 커브로 삼진 처리하는 영상을 올리며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빠르게 던지는지를 확인한다. 하지만 류현진은 얼마나 느리게 던지는지를 확인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류현진은 전성기 시절에도 빠른 볼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구를 선보였던 투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뒤 류현진의 볼은 더욱 느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확실하게 만들어내는 중. 특히 피안타율 0.111에 불과한 슬로우 커브는 강속구에 맞서는 '느림의 미학'이라고 볼 수 있다.
류현진은 2개의 피홈런과 6회 3루수 맷 채프먼, 유격수 산티아고 에스피날의 실책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빅리그 복귀 이후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5이닝 3실점(2자책)으로 클리블랜드 타선을 묶어낸 류현진은 지난 2021년 이후 842일 만에 3연승을 질주했고, 토론토의 3연패 탈출의 선봉장에 섰다. 다만 평균자책점은 1.89에서 2.25로 소폭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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