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연구소] 더 많은 그늘과 나무를 허하라...극한 더위에서 도시가 살아남을 5가지 방법
CNN방송, 스페인 ·그리스 ·오스트리아 등 5개 도시 소개
올해 인간이 초래한 기후 위기와 엘니뇨 현상으로 유례없이 잔혹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지난 7월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날을 보인데 이어 8월에도 가뭄·산불·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지구 온난화의 위험에 대해 경고했지만,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도시는 ‘열섬 현상(다른 지역보다 도심지의 온도가 높게 나타나는 현상)’에 거의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의 정책을 지원하는 ‘공동연구센터(JRC)’가 2003년부터 2020년까지 도쿄, 뉴욕, 파리, 런던 등 인구 5만명이 넘는 여름에 도시 지역과 인근 농촌 지역의 지표면 온도 차이를 조사한 결과, 도시는 시골 지역보다 최대 10~15도 더 더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연구에서 전 세계 도시의 극한 열섬 지역의 기온이 2003년 이후 평균 1도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기후변화로 여름이 점점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도시는 각자의 방식으로 열섬 현상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기온 상승에 맞서기 위해 현재 미국, 스페인, 그리스, 중국 등 일부 도시들이 하고 있는 5가지 조치에 대해 보도했다.
도시에 심은 나무는 열섬 현상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미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나무 그늘로 피난할 경우 직사광선 아래에 서 있을 때 대비 약 11~25도 시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무 그늘은 햇빛 차단 효과 뿐 아니라, 나뭇잎 등에서 대기 중으로 발생하는 ‘증발산’(蒸發散)이 주변의 열을 감소시켜 주변 지역을 최대 5도까지 낮추는 역할을 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도시에 숲을 조성하는 데 적극적인 도시 중 한 곳이다. 스페인은 ‘나무 마스터 플랜’을 세우고 오는 2037년까지 기후 탄력성이 높은 종을 전체 도시의 30% 가량 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로 느릅나무, 알레포 소나무, 플라타너스, 편백나무 등을 심어 ‘도시숲’을 조성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503개의 수퍼블록 중 아직 일부 거리에만 나무를 조성했지만, 10년 내 더 많은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냉각 스프레이를 설치해 도시 온도를 낮추는 곳도 있다. 지난해 기온이 45도를 넘었던 중국 우한과 충칭 등 중국 도시의 쇼핑몰, 공원, 버스정류장 주변에서는 냉각 스프레이를 장착한 트럭을 흔히 볼 수 있다. 중국 환경 싱크탱크 기관 중국 다이얼로그(China Dialogue)는 “이러한 고압 냉각 스프레이가 장착된 다용도 트럭인 이른바 ‘물안개 대포’가 2014년부터 중국 대도시의 더위를 식히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는 온도가 35도 이상 올라가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안개 샤워기, 스마트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갖춘 22개 지역을 시원한 거리(cool street)로 지정했다.
이는 실제 효과도 있다. 서울대 김재경 박사팀의 최근 연구에서는 최적 각도에 배치된 냉각 스프레이에서 나오는 미세한 물 입자 분사가 주변 온도를 최대 7%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햇빛을 차단하기 위한 가장 고전적인 방식인 차양막을 설치하는 도시도 있다. 스페인 도시 세비야는 최근 더 많은 환승역, 운동장, 학교 및 병원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 캔버스 차양막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는 태양전지가 내장된 ‘스마트’ 천인 ‘루미위브(LumiWeave)’로 만든 캐노피 차양을 도시 상업 지구에 설치했다. 이스라엘 제품 디자이너 아나이 그린(Anai Green)이 개발한 태양전지 내장 차양은 낮 동안 태양 에너지를 저장한 후, 밤에는 이를 다시 LED 조명 전력 공급에 사용될 수 있게 제조됐다.
뜨거운 여름에 대비하기 위해 지붕과 도로를 흰색으로 칠하는 도시도 있다. 그리스 지중해 산토리니 전역에서는 흰 건축물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여름에 가장 쉽고 저렴한 햇빛 방어막이 될 수 있다. 깨끗한 흰색 지붕의 건축물은 직사광선의 약 85%를 반사하는 반면 어두운 지붕은 약 20%만 반사한다. 이를 알베도 효과라고 한다.
미 로스엔젤레스 도로 관리국은 최근 몇년간 쿨실(CoolSeal)이라는 흰색과 회색 반사 코팅으로 도로를 칠했다. 이 색깔로 도로를 칠한 결과, 2019년 시범지역에서 온도가 섭씨 -9.5도(화씨 15도) 내려갔다.
하지만 도로 위에 태양광 반사 코팅이 보도 표면 온도를 더 시원하게 하지만, 오히려 도로를 걷는 인간은 더 덥게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된 애리조나대 박사팀 연구에서는 이 같은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전통적 건축 기법을 활용해 건축물을 짓는 방식도 재조명되고 있다. 더운 기후에 사는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사용해 온 단열 진흙 벽돌과 같은 재료를 수용해 집을 짓는 경우가 대표적 예다. 지난해 아프리카인 최초로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케레(Francis Kéré)는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학교 건물과 달리 그는 진흙, 유칼립투스 가지, 나무를 이용해 건물을 지었다. 그가 지은 학교는 극한 더위에도 에어컨 없이 편안하고 즐거운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줬다.
인도의 남부 타밀나두에 있는 오로빌 지구 연구소(Auroville Earth Institute)는 급성장하고 있는 ‘토속적인’ 건축 운동의 중심지로 주목받는 곳이다. 이 연구소는 지난 40년간 진흙과 토양으로 경제적이고 저탄소 구조물을 건설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관심이 있는 건축자, 건축업자와 협력하고 있다. 전통적인 흙으로 지은 벽돌은 콘크리트, 강철, 유리에 비해 더 많은 열과 습기를 흡수한다.
인도 건축가인 아누파마 쿤두(Anupama Kundoo)는 “산업화 이전 지은 건축물은 우리 주변에 있는 재료를 활용했다”면서 “진흙이 있으면 진흙을 사용하고 나무가 있으면 나무를 사용했다. 얼음이 있으면 얼음을 사용하는 것에 답이 있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Global Environmental Change(2022) DOI: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95937802100220X?via%3Dihub
Building and Environment(2022) DOI: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360132322003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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