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할 맹타' 천재 유격수의 귀환, 그러나…"경쟁 이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경쟁에서 이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겼다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두산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38)는 최근 '폼 미쳤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다. 8월 들어 타격감이 절정에 이르렀다. 19경기에서 타율 0.423(52타수 22안타), 2홈런, 12타점, 17득점을 기록하며 강한 2번타자로 타선을 이끌고 있다. 시즌 61경기 성적은 타율 0.338(148타수 50안타), OPS 0.863이다. 후반기 들어 꾸준히 선발 출전 기회를 보장받는 이유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나이는 상관없다. 잘하면 당연히 쓰는 것이다. 김재호도 워낙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고,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매 경기 100% 몸 상태로 나갈 수 있도록 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나이가 들면 살갑지 않지 않나. 프로 세계에서 나이는 상관없다. 같은 선수기에 나이가 아닌 실력순으로 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잘하고 있다"고 김재호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재호는 올 시즌을 어느 해보다 의욕적으로 준비했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FA 재자격을 얻어 두산과 3년 25억원에 계약해 올해로 계약이 끝난다. 김재호는 올해는 지난 2시즌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어쩌면 선수로 뛰는 마지막 시즌이 될 수 있다는 각오로 겨울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풀타임을 잘 치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했다. 호주 스프링캠프 때부터 좋은 타격감을 자랑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시즌 초반에는 그라운드에 나설 일이 잘 없었다. 이유찬, 안재석, 박계범 등 젊은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가 돌아갔다. 이 감독은 날씨가 쌀쌀한 시즌 초반에는 김재호의 컨디션이 완벽히 다 올라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신 김재호가 벤치에 머물며 후배들이 흔들릴 때 언제든 중심을 잡아주는 조력자가 되길 바랐다. 그러다 컨디션이 다 올라오면 베테랑으로서 그라운드에서 해줄 몫이 있을 것이라고 늘 이야기했다.
때를 기다리던 김재호는 날이 무더워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기회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이유찬은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면서 체력과 경험 부족 문제를 드러냈고, 안재석은 부상과 부진이 겹쳐 2군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 감독은 시즌 내내 주전 유격수의 부재로 수비 전체가 흔들리자 김재호의 출전 기회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김재호는 그럴 때마다 공수에서 안정감을 보여주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넣는 횟수를 늘려 갔고, 후반기부터는 주전 유격수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김재호는 '포지션 경쟁에서 이겼다'는 표현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내년에도 두산에서 뛴다면, 똑같이 어린 후배들이 먼저 경기에 나갈 것이다. 그리고 후배들이 어려운 시간을 보낼 때 내게 기회가 올 것이다. 구단은 어린 선수들을 키워야 하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서 내게는 이겼다는 표현은 안 맞는 것 같다. 나는 계속해서 팀이 어려울 때 나가게 될 것"이라며 베테랑의 숙명을 냉정히 짚었다.
벤치에 머무는 동안 김재호는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기다리며 더 철저히 준비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그렇게 묵묵히 기다린 결과가 지금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부터 김재호를 괴롭힌 어깨 부상 후유증도 요즘은 잠잠하다. 김재호는 최근 타격감이 좋은 것과 관련해 "일단 팔이 안 아프다. 안 아픈 상태에서 경기에 나가고 있고, 상대와 수 싸움 감각을 찾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결과가 좋게 나오는 것 같다"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안 아프고, 내가 할 수 있고, 경쟁이 되고, 경기를 나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힘든 시간을 버틴 힘은 가족이었다. 김재호의 가족은 올 시즌 더 자주 경기장을 직접 찾아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생후 30개월인 막내 아들은 "아빠 야구 하러 가?"라고 인사도 잘하고, 삼남매 가운데 경기장에서 야구 관람하는 것도 가장 좋아한다.
김재호는 "(시즌 초반은) 조금 힘들긴 했는데, 가족이 많이 위로해 줬다. 아쉬운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준비를 했다. 가족도 내가 마지막일 수 있으니까 그 생각에 주말에 거의 일요일마다 경기장에 오는 것 같다. 내가 경기하는 모습을 눈에 넣고 싶다고 하더라"며 가족의 응원에 힘입어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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