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곤자가 대학 여준석 "지금은 도전 자체가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손대범 2023. 8. 27. 12: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점프볼=손대범 편집인]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1년여 만에 만난 여준석(곤자가 대학)은 '도전'이라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지난 1월, 여준석은 곤자가 대학에 입학하며 최진수, 이현중 등 NCAA 도전자 계보를 이어가게 됐다. 2021년 파이널 포 진출팀인 곤자가는 미국의 농구 명문 중 하나다. NCAA에서 가장 승률이 높은 지도자 중 한 명인 마크 퓨 감독이 이끌고 있으며 해외 유망주 리쿠르트, 해외 지도자 연수 등에 있어 굉장히 개방적인 스타일을 취하는 학교이기도 하다. 도만타스 사보니스(리투아니아), 루이 하치무라(일본) 등은 곤자가가 배출한 좋은 사례다.

여준석은 1월 입학생인 관계로 2022-2023시즌을 뛰지 못했지만, 착실히 훈련하며 공식 경기 데뷔를 준비 중이다. 팀에서 준 휴가를 이용,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잠시 귀국했다는 그는 큰 무대를 꿈꾸고 있지만, 이와 관계없이 지금은 도전하고 경쟁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즐겁다고 말했다.

Q. 잠시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잠깐 휴가를 받기도 했고, 가족 생일이 8월에 많이 몰려있어서 저도 쉴 겸 한국을 찾았습니다. (여준석은 주말에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Q. 곤자가에서의 첫 학기는 어땠는지?
코칭스태프나 팀원들이 적응에 도움을 많이 주셔서 수월하게 했던 것 같아요. 전보다 말하는 것도 편해졌고 팀원들과의 소통도 어느 정도 잘돼서 지금은 재밌게 지내는 것 같아요.

Q. 떠나기 전에 생각했던 미국 대학 생활과 많이 달랐나?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릴 거라 생각을 했는데, 팀원이나 코칭스태프 성격들이 다들 좋아서 장난도 많이 치면서 금방 적응한 것 같아요.

Q. 팀원들은 여준석 선수를 뭐라고 부르는지? 별명 같은 게 있나?
그런 건 없고, '준'이라고 불러주고 있어요.

Q. 학업에 어려움은 없었나?
예전에는 학업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어요. 곤자가 대학 입학하면서 좀 더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마음처럼 따라와 주지 않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이 1~2일이면 될 것을 저는 3~4일 걸리고 있어서…. 열심히만 한 것 같습니다.

Q. 학기 중 일과는 어떤지?
오전에 수업을 들어갔다가 오후에 운동하고, 나머지는 개인 운동을 하고 있어요. 밤에는 과제에 매달리고요. 과제는 웬만하면 혼자 하고 있어요. 혼자 하는 버릇을 들여야 나중에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Q. 지난해에 선택지가 많았다. 미국 대학을, 그리고 곤자가 대학을 택한 이유가 있나?
일단, 저는 미국 대학교에 가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곤자가란 학교에 입학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연락을 주셨을 때 루이 하치무라 선수같이 해외에서 온 다른 선수들도 수월하게 적응하고, 선수로서 잘 성장해서 나간 것을 보고 저도 열심히 해서 저런 선수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마크 퓨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를 만났을 때도 강한 인상을 받았던 것 같아요. 저 분들을 믿고 제 모든 걸 쏟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곤자가 대학을 택했습니다.

Q. 마크 퓨 감독의 첫인상은 어땠나?

국내에서는 한 번은 마주칠 법한 그런 분이었던 거 같아요. 뭔가 친근하게 느껴져서 더 와 닿았어요.

Q. 농구할 때는 주로 어떤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듣나?
한국에서는 키 큰 선수가 많지 않기에 그런 선수들을 상대할 기회가 없었는데, 미국은 장신들이 많아서 그런 선수들을 상대하는 거에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수비를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공격에서는 슛 찬스가 나면 바로 던지는 것, 자신 있게 드라이브인해서 플로터를 던지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곤자가 대학 스타일은 어떤 것 같은지?
팀플레이가 많아요. 그래서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고민도 많이 하지만 재밌는 것 같습니다.

Q. 시즌 치르면서 곤자가 대학 응원 열기도 직접 느껴보셨을 것 같은데?
체육관에 학생들 구역이 따로 있어요. 그 열기나 에너지를 보면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무대에서 뛰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Q. 지금 등번호는 몇 번인가?
원래는 22번을 계속 달고 싶었는데, 앤톤 왓슨 선수가 22번을 달고 있어서 저는 21번을 쓰고 있어요. 다른 큰 이유는 없고, 친형(KCC 여준형)이랑 같은 번호를 달면 좋을 것 같아서 21번을 택하게 됐습니다. 형은 되게 좋아했습니다(웃음).

Q. 오랜만에 보니 얼굴 살이 좀 빠진 거 같은데, 몸 상태는 어떤지?
살을 찌우려고 하고 있었는데 다시 빠지고 있어요. 미국에 돌아가면 다시 식단 관리를 신경 써야 할 거 같고요. 저도 살을 찌우려고 노력을 하는데 잘 안되네요.

Q. 팀에서 가깝게 지내고 있는 친구가 있나?
룸메이트로 같이 지냈던 브레이든 허프란 선수가 있는데 그 친구랑 항상 같이 다닌 것 같아요. 모르는 게 있으면 항상 물어보고, 운동 끝나면 같이 돌아오고 그랬죠.

Q. 호주 NBA 아카데미 시절과는 또 다른 타지 생활인데, 음식에 대한 어려움은 없나?
생각보다 요리를 즐겨 해서 혼자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 그런데 운동 끝나고 돌아오면 살짝 귀찮은 정도? 요리는 먹고 싶은 건 다 만드는 것 같아요. 레시피도 찾아봐서 만들고, 재료도 직접 구하고요. 한국에 있을 때도 요리는 좋아했는데, 생각보다 제가 요리를 직접 할 일이 많이 없었어요. 항상 부모님이 해주시거나 식당 나가서 먹곤 했으니까요. 여기서 혼자 있다 보니 재미를 갖게 된 것 같아요.

Q. 해외 도전이 오랜 꿈이었다고 알고 있다. 직접 겪어본 미국대학 농구 시스템의 특징은?
짧고 굵게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붓는 것 같아요. 한국과는 다른 종류의 힘듦인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 하는 시스템이 저와는 더 잘 맞지 않나 싶습니다.

Q. 곤자가 대학 내에 농구선수들 인기가 높다고 들었다. 여준석 선수도 알아보는 분들이 있는지?(최근 대학 과정을 마친 드류 티미 같은 경우는 대학 내에서 거의 연예인급 인기를 자랑했다.)
아시아권 친구들이 말도 걸어주고 많이 알아봐 줘서 고마웠던 것 같습니다.

Q. 지난해 미국행을 택했을 때, 국내에서는 여준석 선수의 선택에 대해 여러 의견이 오갔다. 그 부분에 대해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는데 어린 마음에 급하게 결정했던 것 같아요. 가서 좋은 결과가 생겨서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뒤 (추일승)감독님께도 연락을 드리며 지내고 있었어요. 얼마 전에도 대표팀 관련해 연락을 주셨는데, 제가 여름학기 때문에 힘든 상황이 있어서 합류를 못 하게 됐었습니다. 고려대 입학 후 지금까지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고려대에 있을 때는 주희정 감독님께 색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시스템을 배웠고, 국가대표팀에서는 추일승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감독님만의 스타일을 받아들였을 때 단시간에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외곽 수비요. 중고교 시절에도 수비에 신경을 많이 안 썼던 부분이 있어서 한창 배워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아직 정규경기는 안 뛰었지만)직접 대학 선수들과 부딪쳐 보니 어땠는지?
항상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부딪쳐 봤을 때도 제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잘 알기에 그 부분을 열심히 잘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스피드나 이런 부분은 신장이 작은 친구들에겐 밀리긴 하지만 힘에서 크게 밀리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Q. 하치무라 같은 경우 대학 시절에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지금 마크 퓨 감독은 어떤 역할(포지션)을 맡겼나?
지금은 2번, 3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슛을 과제로 주셨고요. 그래서 슛 연습을 많이 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출전시간이 주어지게 될 텐데 목표는?
벤치에서 출전하든, 몇 분을 뛰든 상관하지 않고 제가 할 일을 찾아서 그 부분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Q. 농구선수로서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다치지 않고, 후배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고 싶어요. 성공과 실패에 상관없이 과정에 대한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 저도 열심히 해서 후배들에게 잘 알려주고 싶습니다.

Q. '과정'이라는 것에 대해 처음 그런 마음을 먹은 건 언제였나?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단지 실천을 못 하고 있었죠. 그러다 기회가 왔을 때 가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2019년 일본서 열린 '국경없는 농구'에서 MVP가 되고 우리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때도 같은 포부를 갖고 있었나?
그런 꿈은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계속 방법을 찾고 기회를 갈망해 왔던 것 같습니다.

Q.여준석 선수나 이현중(일라와라 호크스) 선수를 보며 꿈을 품는 후배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이것만은 준비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해주고 싶은 게 있는지?
일단 저는 언어가 정말 힘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언어를 많이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결정은 신중히 하고, 결정하고 난 뒤에는 후회를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뒤 놓일 과정을 후회 없이 즐겼으면 합니다.

Q. 미국 농구 도전은 어쩔 수 없이 '=NBA 도전'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마음속으로도 그런 꿈을 갖고 있나?
네. 제 목표는 NBA입니다. 그렇지만 설령 못 가더라도 그 과정을 밟았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 과정에 있어서 충분히 즐겼나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지금은 충분히 즐거운가?
행복해요.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 대단한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합니다.

Q. 농구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앞으로 다치지 않고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_점프볼DB, 박지현(농구대학) 제공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