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 '잃어버린 ○○년'? 1990년 日과 비교해보면…
[편집자주] 'G2' 중국 경제가 위태롭다. 부동산을 동력 삼아 달려왔지만, 부동산에 발목이 잡혔다. 부동산발 금융 위기론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시장이 보다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내수 체력'이다. 부진한 소비가 발목을 잡으며 디플레이션의 늪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까.
1990년대 초반 일본은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수십 년에 걸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에 시달렸다. 고령화·저출산 등 인구학적 문제까지 겹치면서 최근에야 간신히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중국이 일본과 다른 점도 있다. 먼저 1990년 일본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2만5371달러로 미국(2만3888달러)을 넘어섰을 정도로 일본은 이미 선진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2720달러로 미국(7만6398달러)의 6분의 1 수준이다. 중국이 중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몇 년간 조정을 받아온 중국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과거의 일본만큼 극심하지 않다는 점도 다르다. 지난 7월 베이징시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평당 25만1000위안(약 4520만원)에 달하지만, 버블 정점 시기의 일본 부동산에 비할 바는 아니다. 당시 도쿄의 땅을 다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소비 부진과 물가하락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올해 초 제로코로나 종료 후 소비회복을 기대했지만, 지난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5% 증가에 그치며 시장 전망치(4%)를 밑돌았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대비 0.3% 하락하며 2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돼지고기 가격이 큰 폭 하락한 영향이 크지만, 제로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이후 물가가 하락한 데 대해 중국 당국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막대한 부채 축소도 부담이지만, 중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건 디플레이션이다. 디플레이션은 중국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디플레이션의 'D'도 공개 석상에서 언급하지 못하도록 경제학자들을 입 단속하고 있다.
1990년의 일본과 비교하면 중국이 유리한 점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진국인 중국은 지금도 성장할 여지가 많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아·태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상황은 아주 비슷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차이는 중국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중동매체 알자지라에 말했다. 그는 "올해 중국이 5% 성장하더라도 (부동산 버블) 붕괴 당시의 일본 같은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시장의 예상보다 보수적인 '5% 안팎'으로 제시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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