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똑똑한 ‘플랜B’가 절실한 시간···‘슈퍼 플랜B’는 최고참이었다

안승호 기자 2023. 8. 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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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경수. 정지윤 선임기자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최하위에 있던 프로야구 KT는 여름을 보내며 2위까지 올라서는 기적과 다름없는 레이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LG와 비교하자면 여전히 ‘뎁스(선수층)’에서는 부족함이 있다.

KT가 6월 이후 급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것도 주력선수들이 대부분 복귀해 제기량을 발휘한 것이 우선은 컸다. 그런데 여기에 전에 없던 뎁스가 더해지면서 KT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 올시즌 급성장세를 보이는 내야수 오윤석과 시즌 중 롯데에서 이적한 2루수 이호연이 주전급으로 사실상 발돋움을 하고 있는 데다 1, 2군을 오가던 ‘중장거리포’ 문상철 등이 알토란 활약을 하면서 개막 당시에는 잘 보이지 않던 ‘야수층’이 생겼다.

그러나 여름 이후 쾌속 질주하는 KT는 또 한번 뎁스 고민을 하는 시간을 만났다. 시즌 초반 우완 선발 소형준이 팔꿈치 수술로 내년을 기약한 이후 최근 3개월 가까운 상승세 속에 잘 돌아가던 ‘고정 5선발’ 중 엄상백이 지난주 늑골 미세골절로 4주가량 공백을 예고한 상태. 여기에 지난 주말 사직 롯데전을 시작하면서는 유격수 김상수가 발목 부상으로 일단 열흘 이탈을 예고했다. 연승 흐름에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불펜진도 수적으로 제한적인 KT로서는 이래저래 다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다시 ‘플랜B’를 찾아 나선 순간, KT가 만난 ‘슈퍼맨’은 최고참이었다.

최고참 주장이기도 한 KT 박경수(39)는 이호연이 2루수로 쏠쏠한 역할을 하고 있는 최근에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6일 사직 롯데전도 그랬다. 그러나 이호연이 1회 수비 도중 작은 부상에 이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된 뒤 등장해 ‘게임체인저’가 됐다.

2회 이호연 타석에서 대타로 나와 삼진으로 경기를 시작한 박경수는 경기가 끝난 뒤에는 3타수 2안타 2타점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이라이트는 8회였다. 3-5로 추격하던 2사 만루. 박경수는 자신의 타석에 등판한 롯데 마무리 김원중과 3구 승부 끝에 포크볼을 받아쳐 2타점 좌전안타로 연결했다. 실제 결과는 ‘싹쓸이 역전타’였다. 롯데 좌익수 안권수가 박경수의 타구를 바로 잡으려다 옆으로 한 차례 흘린 사이, KT 1루주자 김민혁까지 홈을 밟았기 때문. KT는 6-6이던 9회 결승점을 뽑았지만, 8회 집중력이 없었다면 경기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웠다.

허슬 플레이 뒤 그라운드에 넘어져있는 박경수. 정지윤 선임기자



박경수는 경기 뒤 인터뷰를 통해서는 “팀승리”을 반복했다. 으레 하는 소리가 아닌 박경수의 진심이 듬뿍 묻어나는 목소리. KT로서는 다시 ‘플랜B’가 순간, 박경수는 기꺼이 플랜B가 돼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KT의 정규시즌 향후 흐름도 ‘층의 싸움’에서 갈릴 전망이다. 마운드와 야수진 모두 다시 빈틈이 보이는 시간이 됐다. 누군가 그것을 메워야 하는데, 일단은 최고참이 물꼬를 텄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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