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아웃' 맞아? 9년 만의 기록 쓰고, 40홈런-20도루 눈앞…만찢남 오타니 연이틀 '4출루 폭주'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투수로 시즌이 아웃되는 큰 부상을 당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9년 만의 구단 기록을 만들어내는 등 그야말로 펄펄 날아올랐다.
오타니는 2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플러싱의 시티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 원정 맞대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2볼넷 2도루로 활약했다.
오타니는 지난 24일 신시내티 레즈와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했는데, 단 1⅓이닝 만을 소화한 뒤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경기에서 빠지게 됐다. 평소의 오타니라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타석에서까지 빠지지 않는 편인데, 당시 투·타에서 모두 교체된 것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그리고 검진 결과 오타니가 빠진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타니는 마운드를 내려간 뒤 곧바로 검진을 받았는데, 우측 팔꿈치 인대(UCL)가 파열됐다는 소견을 받았다. 팔꿈치 인대 파열은 최소 1년 이상의 공백이 불가피한 토미존 수술로 이어질 수 있는 큰 부상. 아직 수술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오타니는 남은 경기에서 더 이상 투수로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게 됐다.
그동안 만화같은 활약을 펼쳐온 오타니는 잔여 시즌 투수로는 시즌이 아웃됐지만, 타자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오타니는 인대 파열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블헤더 2차전에 타자로 출전했었는데, 뉴욕 원정에도 몸을 실었고, 전날(26일) 또한 메츠와 맞대결에서 2타수 1안타 1득점 3득점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심각한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자로 출전해 팀의 승리를 이끄는 오타니. 만화같은 활약임은 분명했다. 오타니는 1회 1사 주자 없는 첫 번째 타석에서 메츠 선발 카를로스 카라스코와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하이 패스트볼을 '힘'으로 받아 쳐 가운데 담장을 원바운드로 때리는 2루타를 뽑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브랜든 드루리의 적시타에 홈을 밟으며 에인절스에 선취점을 안겼다.
활약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오타니는 3-0으로 앞선 2회초 2사 1루에서는 카라스코의 슬라이더를 힘껏 잡아당겨 우익수 방면에 장타성 타구를 만들어냈다. 1루 주자는 홈을 밟기에 충분한 타구였고, 오타니는 엄청난 주력을 바탕으로 3루 베이스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드루리의 적시타에 홈을 파고들면서 2득점째를 기록했다.
안타가 없어도 오타니의 활약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오타니는 5-0으로 앞선 4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볼넷을 얻어내 '3출루' 경기를 완성했다. 이때 오타니는 2루 베이스를 훔치면서 시즌 18호 도루를 완성했고, 내친김에 3루 도루까지 성공하면서 개인 통산 두 번째 40홈런-20도루 클럽에 도루 1개만 남겨두게 됐다.
그리고 이는 한 가지로 기록으로 연결됐다. 'MLB.com'의 사라 랭스에 따르면 오타니는 생애 처음으로 멀티 장타와 함께 도루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14년 5월 12일 하위 켄드릭 이후 에인절스 선수로는 무려 9년 만에 나온 기록이었다.
오타니는 선두타자로 나선 7회 네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8회에는 前 롯데 자이언츠 출신 브룩스 레일리를 상대로 자동 고의4구를 얻어내 '4출루'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이날 경기에서는 한차례 아찔한 장면이 발생했. 상황은 이러했다. 4회말 1사 1, 2루에서 메츠의 1루 주자였던 제프 맥닐(메츠)가 2루 도루를 시도했다. 그런데 2루 주자 프란시스코 린도어는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았다. 이에 에인절스 포수 로건 오하피는 2루 주자 린도어가 귀루하게 될 경우를 대비, 도루를 한 맥닐을 잡아내기 위해 1루수 트레이 캐비지에게 공을 건넸다. 그러자 뒤늦게 린도어가 3루를 향해 내달렸다.
이를 본 캐비지는 3루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공을 뿌렸는데, 투수 체이스 실세스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캐비지의 송구에 맞은 실세스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털썩 엎어졌고, 그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으면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에인절스 동료들과 트레이너는 급히 실세스 쪽에 모여들어 상태를 체크했으나, 몇 분 동안 실세스는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급기야 에인절스와 메츠 선수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실세스의 상태가 호전되기를 기다림을 가져갔다. 그 결과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실세스는 스스로 몸을 일으켜 세웠고,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이동했다. 일단 큰 부상을 피한 만큼 시티필드 관중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뜨거운 박수로 실세스를 배웅했다.
그리고 다소 어수선한 상황도 나왔다. 8회말 에인절스 호세 소리아노가 던진 초구 86.2마일(약 138.7km)의 커브가 피트 알론소의 어깨를 강타한 까닭. 알론소는 공을 피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맞을 뻔했는데,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한 뒤 포수 오하피와 언쟁을 벌인 탓에 양측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오면서 한차례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하지만 큰 충돌 없이 선수들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상황은 일단락됐고, 이날 경기는 5-3 에인절스의 승리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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