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타율 0.355, 팀내 1위'→고우석에 첫 블론 쾅, 겨우내 가장 불운했던 FA의 절치부심, 행운은 준비된 자의 몫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2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2회말 NC 권희동이 선제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7.27/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6일 창원 LG전.

NC 5번 타자 권희동은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보였다. 첫 3타석 연속 삼진에 8회까지 4타수 무안타. 소득 없는 날이 되나 싶었다.

3-5로 뒤지던 9회말. 그에게 빅 찬스가 찾아왔다.

마운드에 리그 최고 마무리 고우석. 2사 후 박민우가 우중간 안타로 마지막 희망을 살려냈다.

하지만 박건우의 2루땅볼과 포스아웃으로 경기가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윤상원 2루심의 발을 스치면서 내야안타로 둔갑했다. 행운이 계속 이어졌다. 마틴의 2루 베이스 쪽 크게 튄 땅볼이 유격수 오지환 앞에서 더 튀어오르며 외야로 빠져나갔다. 행운의 적시타. 4-5 한점 차 추격이 이뤄졌다.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2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2회말 NC 권희동이 선제 솔로홈런을 치고 강인권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7.27/

2023 KBO리그 LG트윈스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NC 4회초 선두타자 권희동이 좌월 솔로홈런을 치고 홈인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6.03/

이어진 2사 1,3루. 기사회생의 팀 행운은 '준비된' 타자 권희동에게 이어졌다.

전 타석까지 4타수 무안타에 고우석 상대 통산 5타수 무안타. 하지만 벤치는 권희동의 클러치능력을 믿었다. 뚝심 있게 믿고 맡겼다.

권희동의 배트는 고우석의 150㎞를 넘는 빠른 공에 타이밍이 늦었다. 그럼에도 경험 많은 타자 답게 차분하게 풀카운트 승부까지 끌고 갔다.

권희동의 스윙 스피드가 빠른 공을 따라오지 못하는 걸 확인한 LG 배터리. 위닝샷으로 이날 가장 빠른 155㎞ 포심을 선택했다.

하지만 순간 권희동이 타이밍을 바꿨다. 간결한 스윙으로 전광석화 처럼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던 120m짜리 장쾌한 끝내기 스리런 포.

시즌 5호 홈런이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다. 창원NC파크가 요동쳤다. 9회말 투아웃 역전 드라마에 NC 선수단이 몰려나왔고, 믿을 수 없는 역전패에 망연자실한 LG선수단은 고개를 숙였다. 리그 최고 마무리, 고우석의 시즌 첫 블론세이브였다.

행운은 준비된 자의 몫이란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우쳤던 순간.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2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3회말 NC 권희동이 KIA 양현종을 상대로 안타를 치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7.27/

지난 겨울 권희동은 가장 불행했던 FA 중 한명이었다.

외야 전체 수비가 가능한 클러치 히터. 1990년생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도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보호선수 25인 외 선수 보상이 필요한 B등급이 발목을 잡았다. 한석현 천재환 김성욱 등 젊은 외야수를 백업으로 활용할 계획이던 NC 구단은 사인앤트레이드 가능성까지 열었지만 이적은 쉽지 않았다. 소속팀 없이 개인 훈련에 몰두했다. 가장 외로웠던 겨울.

결론은 NC 잔류였다.

시범경기 개막을 앞둔 2월 27일 NC와 1년 최대 1억 2500만 원(연봉 9000만 원, 옵션 3500만 원)에 사인했다.

절치부심 권희동은 개막 한달 여 만인 5월4일 콜업돼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안정된 수비는 기본. 게임을 읽는 눈이 탁월하다.

출루가 필요할 때 출루를, 적시타가 필요할 때 한방을 날린다. 시즌 타율 2할8푼5리인데 출루율이 3할9푼8리로 갭 차이가 1할을 넘는다. 5홀런과 11개의 2루타로 장타율도 4할1푼5리에 달한다.

클러치 히터 답게 득점권 타율이 3할5푼5리로 제이슨 마틴과 함께 팀 내 1위. 찬스만 되면 왠지 기대가 되는 타자. 이날도 어김 없었다.

"늘 팀 승리를 위한 내 역할을 생각한다"는 베테랑 외야수. 힘겨운 상황 속에도 절망 대신 준비를 택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 때 그 겨울, 안 잡았으면 어쩔 뻔 했을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