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수가 130%는 이례적···日·佛보다 지나치게 높아"

■보사연, 해외사례 비교 보고서
일본은 87%, 프랑스는 100% 수준
"본격 제도화되면 재검토 필요"
초진·의약품 수령 범위 확대 지적도

박민숙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부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노동·시민·환자단체, 비대면 진료 법제화 중단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회에서 비대면진료 법제화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의료기관에 일반진료보다 30%를 더 주는 비대면진료 수가(의료행위의 대가)가 해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이례적으로 높다는 국책연구소의 지적이 나왔다. 반면 의료단체들은 비대면진료 수가를 지금보다 더 높은 150%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대면진료의 초·재진 허용 범위와 함께 수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27일 보건사회연구원의 월간 보건복지포럼 최근호에 실린 ‘비대면 진료 국내 현황 및 국외 사례 : 일본과 프랑스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일본과 프랑스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 정책을 변경하거나 지침을 통해 정교화한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일본은 ‘단골의사’, 프랑스는 ‘주치의’를 통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다가 두 나라 모두 코로나19 유행 후 대상을 넓혔고 지난해에는 관련 지침을 정비했다. 두 나라와 한국은 건강보험으로 운영되는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수가와 관련, 비대면진료에 대면진료보다 높은 수준의 보상을 해주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이라고 지적했다. 시범사업에서 기본 진찰료와 약제비에 시범사업 관리료 30%를 더한 130%가 의료기관과 약국에 지급되는데 일본이나 프랑스 등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비대면 진료 초진료는 대면 초진료의 87% 수준으로 더 낮다. 재진의 경우 비대면 진료와 대면 진료의 수가가 같다. 프랑스는 초진과 재진 모두에서 비대면 진료와 대면 진료의 수가가 같다. 김대중 보사연 연구원은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참여율을 높이도록 가산을 부여할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제도화가 진행되면 수가 가산이 필요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대면진료 수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확연히 갈린다. 국민건강보험노조나 보건의료노조 등은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비대면진료에서 대면진료에 대해 더 높은 수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일반진료의 150%를 수가 수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보고서는 초진 비대면진료 허용 여부에 대해서도 시범사업의 대상이 상당히 제한적인 만큼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향후 확대 방안 마련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초진이 가능한 경우를 섬·벽지 환자,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등으로 제한했지만 일본은 후생노동성이 의사가 환자에 대한 의학적 정보를 파악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나 진료 전 상담을 실시한 경우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건강보험공단 지침에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을 중요하다고 보면서도 초진이라고 해서 비대면 진료를 못 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보고서는 또 의약품 수령 범위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시범사업에서 환자가 의약품을 직접 수령하도록 하고 섬·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에 한해 배송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모든 의약품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의약품 배송업체 혹은 민간 배송업체를 통해 집으로 의약품을 배달시킬 수 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