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법규 준수 당연, 사업 타당성 낮아”… 보건복지부, 경기도 배달노동자 ‘기회소득’ 제동
경기도가 예술인·장애인에 이어 배달노동자에게도 ‘기회소득’을 지급하려는 계획에 대해 보건복지부에서 제동이 걸렸다.
기회소득은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상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하는 것으로, 김동연 경기지사의 역점사업이다.
27일 경기도에 따르면 ‘배달노동자 안전기회소득’ 도입과 관련해 지난 2월 보건복지부에 사회보장신설 협의를 요청했다. 사회보장기본법은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달노동자 안전기회소득은 3개월 이상 무사고·무벌점, 산재·고용보험 가입, 안전교육 이수 등의 조건을 충족한 도내 사업장 근무 또는 도내 거주 배달노동자에게 상·하반기 60만원씩 모두 120만원을 지급하는 복지사업이다. 도내 배달노동자 2만3400명 가운데 5000명(21%)가량을 지원 대상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지난달말 경기도에 ‘재협의’를 통보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당연히 지켜야 하는 교통법규 준수를 조건으로 금전적 보상을 주는 사업은 도입 타당성이 낮다는 게 이유다. 배달노동자의 사고 예방을 통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정책 목적이라면 기회소득보다는 보험료 지원사업 등 사업 설계를 달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배달노동자에게 안전기회소득을 지급하려는 경기도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내년에 50명가량의 배달노동자를 대상으로 8개월 동안 위험 운전 행동을 측정하고 기회소득을 지급했을 때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을 실증한 뒤 보건복지부와 재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3월 예술인·장애인 기회소득 지급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완료했으며, 지난달말부터 지급을 개시했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예술활동증명유효자중 개인소득이 중위소득 120% 이하인 예술인을 대상으로 연 150만원을 지급하며 올해 대상자는 9050명가량이다. 장애인 기회소득은 13∼64세,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의 건강을 챙기는 ‘정도가 심한 장애인’ 2000명을 선발해 6개월간 3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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