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련주 거품론? “옥석가리기 이제 시작” [코리아 인사이트]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 下
Q. 지난 시간에 AI(인공지능) 테마가 유망할 것이라고 전망하셨는데요. 올해 들어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지금 진입하는 것을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A. 일부 기업들은 확실히 비싼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주가가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Q. 결국은 종목별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전망이라는 말씀이신데, 좋은 종목을 잘 고르기 위한 팁이 있을까요?
A. 일단은 큰 그림을 봐야 할 것 같은 게, 현재 움직임들은 사실 정책인 거잖아요? 그래서 미국의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고, 기업별로 그 정책과 관련해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경쟁자들이 없거나, 기술력이 뛰어나서 이 기업이 아니면 안 되는 기업들이라야 좋겠죠. 이런 기업들을 조금 압축하실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GPT를 필두로 했었던 생성형 AI시장을 보면 지금 그들 간에도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들도 결국 지향하는 목적 자체가 독점적 구조였던 것처럼, AI 같은 경우도 궁극적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기업이 다 좋아지기보다 그중에서도 선두에 서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나눠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AI 분야에선 ‘생존경쟁’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시장에 접근하실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여러 종목에 나눠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AI 분야에 투자하기엔 적절하지 않겠네요?
A. 네. 지금 상황에선 애매할 수 있다고 보입니다. 사실 모든 AI와 관련된 기업들이 다 올라가야 ETF가 유의미할 수 있는데, 지금까진 괜찮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거죠.
옛날에 이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신흥국 5개 국가를 묶은 브릭스(BRICs)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나오다가, 그 다음에는 브릭스 중에서 딱 두 개만 남아서 러브(러시아+브라질)펀드로 만들고 그랬습니다. 러시아와 브라질 외 나머지 세 국가 증시가 안 좋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처음엔 다 좋다가 시간이 갈수록 압축될 가능성이 크니 ETF는 시간이 갈수록 의미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압축되는 기업 중심으로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게 조금 더 실익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A. 다른 자산들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금리가 굉장히 중요한데, 금리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립니다. 금리가 앞으로 떨어질 일만 남았다고 하면 채권도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빌 애크먼이라는 분은 오히려 반대로 얘기하고 있죠. ‘향후 물가도 더 오를 것 같고 금리도 더 오를 것 같아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계십니다.
또 앞으로 금리가 생각보다 많이 안 낮아질 가능성이 크니, 금리와 연관된 상품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예컨대 남의 돈을 빌려서 사업하는 자산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경우는 피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A. 리츠가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이잖아요? 이미 (상업용 부동산이) 터진다고 알고 있는데 거기에 돈을 집어넣는 건 지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부동산이나 리츠 같은 경우도 판단을 잘 해야 하는 게, 정말 목이 좋은 부동산인지 아닌지 우리가 잘 알 수가 없잖아요? 직접 가 봐야 하는데 안 가본 경우들도 많고요, 또 일반적인 대체 투자 이런 것들도 놓고 보면 선순위가 아니라 후순위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마 투자자분들이 단순히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것만 가지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건 지금 지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Q. 하반기 국내 경제상황은 어떨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A. 국내 경제상황과 관련해서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가 중국입니다. 여전히 중국이라는 그림자를 지울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의 경기가 얼마나 빠르게 또 강하게 회복되느냐에 따라서 우리 경제의 주름살이 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국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회복이) 훨씬 더딥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올해 하반기에 그래도 부양책을 쓰고 하는 효과로 경기가 좋아지는 쪽에 무게를 뒀었는데 확실히 실망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한국은행 총재께서도 (경기가) 바닥을 찍고 조금이나마 회복되고 있다고 말씀하고 계시는 것 같고, 전체적인 지표도 약간씩 회복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서 경제는 지금보다는 하반기로 갈수록 나은 수준으로 갈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주가가 좋은 것과 경제가 좋은 것은 전혀 별개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내내 경제가 안 좋았어도 주가는 계속 올라왔잖아요? 특히 한국의 경제와 한국의 주가는 아주 다른 경우가 많은 게, 우리나라는 수출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한국경제가 안 좋다고 주가가 안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반기 투자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관련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우선 저는 올해 상반기 많은 투자자분들께서 보여주신 모습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올해 상반기는 밸류에이션 싸움이었잖아요? 기업의 가치를 두고 대립이 있었던 걸로 보였는데, 그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그렇게 밸류에이션을 따져보는 것이 진짜 주식인 거잖아요? 최근에는 테마주들 이런 얘기를 중심으로 (주가가) 정말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데, 저는 올해 상반기 투자자분들께서 보여주셨던 모습만 나온다면 벌 때도 더 벌 수 있을 거고 시장이 어려울 때도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원칙과 초심을 지키는 투자를 이어가 달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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