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수술 후 누가 이렇게 잘 던질 거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인간 승리'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홈런 두 방을 허용하는 등 동료들의 실책 파티 속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끝내 시즌 3승 달성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2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펼쳐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2023 메이저리그(MLB) 홈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4피안타(2피홈런) 5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호투했다.
이날도 류현진은 커브와 체인지업과 커터를 적절하게 섞어 던지면서 효율적인 투구를 펼쳤다. 속구 최고 구속은 시속 90.8마일(약 146.1㎞)까지 나왔다. 29개의 속구와 함께 체인지업 19개 , 커브 13개 , 커터 9개를 적절히 섞어 던지며 클리블랜드 타선을 잠재웠다. 커브 최저 구속은 64.6마일(약 103.9㎞)이 찍혔다.
토론토는 류현진의 호투를 앞세워 클리블랜드를 8-3으로 격파, 3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올 시즌 71승 59패를 마크한 토론토는 와일드카드를 통한 가을야구 진출 희망을 이어갔다. 앞서 토론토는 볼티모어에 24일과 25일 연속으로 패한 뒤 26일 클리블랜드에 일격을 당하면서 3연패라는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서 케빈 가우스먼(6이닝 2실점), 호세 베리오스(6이닝 5실점), 크리스 배싯(5⅔이닝 4실점)까지 팀 내 1,2, 3선발이 총출동했지만 3명 모두 패전을 떠안았다. 여기에 이날 경기까지 내줬다면 사실상 토론토의 가을야구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었다. 그러나 류현진이 출격해 '연패 스토퍼'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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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3연패 위기 속, 구세주는 류현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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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수술을 받은 뒤 많은 이들의 우려 속에서도 매 경기 환상적인 투구를 이어 나가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은 뒤 약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재활에 전념했다.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는 5이닝 동안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4자책)으로 많은 안타를 내준 끝에 시즌 첫 패전을 떠안았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볼티모어 강타선이 류현진의 위력적인 공을 그만큼 잘 때려냈다는 뜻이었다.
류현진은 8일 클리블랜드전에서 두 번째 등판에 나서 4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은 채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4회 종료 과정에서 상대 타자의 강습 투구에 맞으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지만, 노히트 강렬투로 예전의 위용을 보여줬다. 류현진은 14일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호투하며 마침내 감격스러운 시즌 첫 승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444일 만에 거둔 승리이자 올 시즌 연승의 시작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21일 신시내티를 상대로 5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비자책) 쾌투를 펼치며 시즌 2번째 승리를 챙긴 뒤 이날 다시 클리블랜드를 상대해 3승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올 시즌 성적은 5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2.25가 됐다. 이날 홈런 2방을 내주면서 평균자책점이 종전 1.89에서 2.25로 점프했다. 총 24이닝 동안 19피안타(3피홈런) 5볼넷 20탈삼진 6실점(3자책) 피안타율 0.211,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0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6경기에서 거뒀던 승수(2승)를 넘어서며 순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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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토는 위트 메리필드(좌익수)-보 비셋(지명타자)-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1루수)-조지 스프링어(우익수)-데이비스 슈나이더(2루수)-대니 잰슨(포수)-맷 채프먼(3루수)-산티아고 에스피날(유격수)-돌튼 바쇼(중견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짰다. 선발 투수는 류현진.
이에 맞서 클리블랜드는 콜 칼훈(1루수)-호세 라미레스(지명타자)-오스카 곤잘레스(좌익수)-라몬 로리아노(우익수)-안드레스 히메네즈(2루수)-가브리엘 아리아스(유격수)-타일러 프리먼(3루수)-캠 갤러거(포수)-마일스 스트로(중견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로간 앨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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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초 : 평범하게 몰린 패스트볼은 여지없이 홈런으로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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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1회초 홈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는 콜 칼훈. 류현진은 초구에 86.6마일 하이 패스트볼을 뿌렸으나, 칼훈이 제대로 받아치며 우측 라이너성 타구로 연결됐다. 다행히 파울이었다. 2구째는 스트라이크 존을 많이 벗어나며 높은 코스로 커브를 뿌렸으나, 스트라이크가 선언됐다. 3구째는 바깥쪽으로 낮게 빠지는 커터. 그리고 4구째. 칼훈이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했고, 타구는 공교롭게도 류현진의 정면으로 향했다. 다행히 류현진이 반사 신경과 함께 침착하게 타구를 잡은 뒤 1루로 송구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다음 타자는 호세 라미레스. 류현진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 다시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러나 87.8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 다소 높은 쪽으로 형성됐고, 라미레스가 여지없이 부드럽게 방망이를 잡아당기며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솔로포로 연결됐다. 올 시즌 류현진의 두 번째 피홈런. 앞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복귀전이었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거너 헨더슨에게 솔로포를 허용한 바 있다. 류현진도 맞는 순간, 타구를 아예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홈런임을 직감한 듯했다.
그래도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후속 오스카 곤잘레스를 상대로 순식간에 0-2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뒤 결국 4구째 65.8마일 환상적인 낮은 커브를 뿌리며 방망이를 헛돌게 했다. 이어 라몬 로리아노를 초구에 2루수 뜬공으로 솎아내며 1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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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회초 : 환상 글러브 토스, 수비도 잘하는 류현진... 예술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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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타선의 지원 속에 팀이 3-1로 앞선 2회초 다시 마운드를 밟았다. 결과는 삼자 범퇴. 선두타자 안드레스 히메네즈를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으로 흐르는 커터를 뿌리며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다음 타자는 가브리엘 아리아스. 류현진은 볼카운트 2-1에서 체인지업을 뿌리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5구째 커터는 파울. 6구째 커브 역시 파울 커트. 결국 류현진이 7구째 전매특허인 바깥쪽 체인지업을 뿌리며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2아웃. 다음 장면에서는 류현진의 환상적인 수비가 빛났다.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를 던져 투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타구를 잘 잡은 류현진은 1루를 향해 뛰어간 뒤 '골드글러브급' 환상 글러브 토스로 1루수 게레로 주니어에게 넘겨주며 2회를 마무리 지었다.
3회초에는 류현진이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선두타자 캠 갤러거를 상대로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를 공략당하며 2루타를 허용했다. 타구가 토론토 3루수 채프먼의 글러브를 살짝 스친 뒤 외야로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장타로 연결되고 말았다. 후속 스트로가 침착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1사 3루 상황을 만든 클리블랜드. 하지만 류현진은 다음 타자 칼훈을 상대, 불리한 2-0의 볼카운트에 몰리고도 3구째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3루에 있던 갤러거는 쉽게 태그업하며 홈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계속해서 라미레즈를 상대로 2구째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시키며 실점 없이 큰 위기를 넘겼다.
류현진은 팀이 여전히 3-1로 앞선 4회초 마운드에 다시 올랐다. 이번에도 삼자 범퇴로 완벽했다. 선두타자 곤잘레스를 3루 땅볼로 유도한 뒤 후속 로리아노를 3구째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어 곤잘레스를 헛스윙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는데, 이번에도 바깥쪽으로 완벽하게 흐르는 커브가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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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회초 : 커브를 노리고 들어왔나, 초구 커브를 망설임없이 받아쳐 홈런으로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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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회초. 잘 던지던 류현진이 이날 자신의 두 번째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선두타자 아리아스를 상대로 완벽한 볼 배합과 함께 풀카운트 승부 속 6구째 루킹 삼진 처리했다. 다음 타자는 프리먼. 류현진이 던진 가운데 낮게 떨어지는 초구 66.2마일 커브를 제대로 걷어 올리며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로 연결했다. 프리먼이 처음부터 커브를 노리고 들어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망설임 없이 느린 볼에 배트가 나가는 모습이 돋보였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류현진은 홈런 허용 후 흔들리지 않았다. 갤러거를 5구째 유격수 땅볼로 유도한 뒤 스트로를 투수 앞 땅볼 처리하며 5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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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회초 : '완투 페이스였는데...' 두 차례 연속 더블플레이성 타구가 실책으로 연결, 감독이 직접 마운드로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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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5회까지 투구수는 정확히 60개에 불과했다. 그중 32개가 스트라이크로 연결될 정도로 제구가 잘 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류현진의 투구는 6회까지였다. 동료들의 실책 퍼레이드가 나오면서 류현진이 더 이상 마운드에 설 수 없었던 것이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칼훈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으나, 우전 안타를 내주고 말았다. 다음 타자는 라미레스. 이미 토론토 불펜에서는 지미 가르시아가 몸을 풀고 있었다. 류현진은 볼카운트 1-1에서 라미레스를 3구째 3루 땅볼로 유도했다. 완벽한 병살타성 타구. 그런데 토론토 3루수 채프먼이 그만, 포구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더블플레이로 2사 주자가 없어야 할 상황이 무사 1, 2루 위기로 이어진 순간.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류현진은 후속 곤잘레스를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토론토 유격수 에스피날이 또 공을 잡아내지 못하며 빠트리고 마는 게 아닌가. 지난 신시내티전에 이어 또 류현진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대환장 실책쇼. 결국 류현진의 투구는 여기까지였다.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이 직접 마운드로 걸어 나와 류현진으로부터 공을 건네받았다. 류현진은 특별하게 불만 섞인 표정 하나 짓지도 않은 채 마운드를 덤덤하게 내려왔다. 이후 더그아웃에서는 피트 워커 투수 코치가 무언가 말을 건네자 류현진이 미소를 짓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다행히 류현진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가르시아가 로리아노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긴 했으나, 이후 히메네즈와 아리아스, 프리먼을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며 6회를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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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토론토는 팀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고 불펜도 리드를 잘 지켜내면서 값진 승리를 챙겼다. 1회초 류현진이 솔로포를 내준 상황에서 곧바로 이어진 1회말 토론토는 3득점에 성공, 역전을 이뤄냈다. 선두타자 메리필드가 좌전 2루타를 친 뒤 비셋의 좌중간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게레로 주니어와 스프링어가 모두 내야 땅볼로 물러났지만, 슈나이더가 좌월 투런 아치를 그리며 3-1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어 류현진의 호투가 펼쳐지는 가운데, 4회말 2점을 추가하며 5-1까지 달아났다. 선두타자 슈나이더의 2루타와 잰슨의 좌전 안타로 만든 무사 2,3루 기회에서 채프먼이 중전 적시타를 터트린 뒤 후속 에스피날이 중견수 희생플라이 타점을 올렸다. 점수는 5-1이 됐다. 5회 류현진이 프리먼에게 솔로포를 내준 뒤 6회 실책 퍼레이드 속 한 점을 내주며 5-3까지 쫓긴 토론토. 그렇지만 클리블랜드의 화력은 여기까지였다. 오히려 토론토는 7회말 3점을 더 뽑으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선두타자 게레로 주니어의 안타와 스프링어의 2루타로 만든 2, 3루 찬스에서 슈나이더가 좌중간 적시타를 쳐냈다. 계속해서 잰슨의 몸에 맞는 볼로 만든 2사 만루 기회에서 바쇼가 2타점 우전 적시타를 작렬, 8-3을 만들었다. 결국 최종 승자는 토론토였다.
토론토는 류현진에 이어 가르시아와 에릭 스완슨, 팀 마이자가 나란히 무실점 투구로 홀드를 챙긴 뒤 트레버 리차드가 2이닝 투구를 펼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총 11안타를 몰아친 타선에서는 슈나이더가 3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3득점 1볼넷으로 맹활약을 펼쳤으며, 비셋도 멀티히트로 힘을 보탰다. 반면 클리블랜드 선발 앨런은 4이닝 6피안타 1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지며 시즌 7번째 패전(6승)을 떠안았다. 타선은 산발 5안타에 그쳤다.
류현진에게 향후 계속해서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토론토다. 류현진은 8월에도 다른 투수들과 비교해 좋은 성적을 자랑하고 있다. 8월에 나선 5경기에서 볼티모어전만 제외하고 팀이 모두 승리를 챙겼다. 또 이번 달에 팀 내 다른 선발 투수인 배싯(2승2패), 기쿠치(1승1패), 베리오스(1승2패), 가우스먼(1승3패)보다 승수를 더 많이 챙겼다. 그야말로 최고 에이스다운 위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경기 후 토론토는 구단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빈티지 류"라면서 다시 한번 엄지를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