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주호민 논란' 이후 남은 건 장애 혐오뿐…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나
"여학생 때리고 속옷 훌러덩"
지난달 웹툰 작가 주호민 측이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이후 이런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주 씨 자녀의 돌발행동 사실을 강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주 씨에게서 돌아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저 또한 제 아이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려움부터 느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단체에선 이런 방식의 언론보도와 여론재판은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아동학대 신고자의 신상을 까발려선 안 될뿐더러, 발달장애 아동의 행동특성을 선정적으로 부각해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애 아동 부모와 특수교사가 외로운 싸움을 벌이기 전에 미리 조정하고 중재해야 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주호민 작가 논란에 대한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그것은 학대였나 훈육이었나... "승자 없는 싸움"
그러나 검찰 기소 후 유죄율이 90%를 넘는다는 점에서 유죄 판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동보호기관의 전문가들은 "언어적인 모욕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면서 "실제 목소리의 높낮이나 발화 상황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녹음 속 억양, 말투, 사용한 어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학대 유무를 함부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런 사안이 법정에 간 것 자체가 비극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아동학대 전문 변호사는 "학대 정황이 있지만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수준의 불법인지는 의문"이라면서 "장애 아동 부모들이 문제제기를 했다가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많고, 이런 소송에서 아무도 이득을 얻는 사람이 없어 고소를 말리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검찰이 특수교사들의 힘든 상황을 알고 있어 경미한 학대 행위는 시민 기소위원회를 거쳐 기소유예하거나 형사조정으로 합의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며 "녹취 파일이 있어서인지 중재 노력 없이 이례적으로 빨리 기소된 케이스"라고 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주 씨 아들의 피해에 대해 아무도 주목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학대 피해를 신고한 발달장애 아동을 성범죄자인 것처럼 전제하고 신상을 노출하는 2차 가해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란 겁니다.
제 역할 못한 갈등 중재 시스템... "골든타임 놓쳤다"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장애 아동의 돌발행동이 문제 되거나, 부모와 특수교사 간에 감정의 골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갈등이 소송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설치된 '장애학생 인권지원단'이 피해를 예방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권지원단은 장애아동 관련 내외부 전문가들이 모여 특수교사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를 돕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뇌병변 장애 당사자이자 서울 지역 장애학생 인권지원단 외부전문위원인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주호민 작가가 소송에 나서기 전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장애 아동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부터 교육청에 즉각 보고하고 인권지원단과 함께 논의했어야 하는데, 양측의 입장문 등을 종합하면 교육청이 조기에 개입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김형수 사무총장은 "녹음기를 넣거나 교사가 장애 아동에게 욕을 하는 이런 일들이 드물지 않아 특이한 사건도 아니다"라며 "인권지원단이 빨리 나섰다면 사법적 판단까지 갈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상호 소통을 유도해 부적절한 언사나 감정적인 대응을 한 교사에게 인권 교육을 하거나 녹음 등 과도하게 대응한 장애 학생 부모가 교사에게 사과하도록 중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청이 직접 개입해 예산을 지원하며 성교육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며, 특수교사 한 명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학교와 교육청이 문제 해결과정에서 제대로 소통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주호민 작가는 2차 입장문에서 "교장실에 찾아가 녹음을 들어달라고 했지만 교장선생님이 거절했다"며 "교사의 교체는 신고를 통해야만 가능하다고 들었고 사법처리 외 다른 방법을 안내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총장은 이에 대해 "녹음 파일을 듣는 순간 교장에게도 아동학대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고 판단해 듣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학교의 장애 인권의식과 교육청의 관리 감독 문제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용인교육지원청에 인권지원단 개입 여부 및 시점 등을 물었지만 개인정보 문제라는 이유로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정반석 기자 jb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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