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 전혜진 "부모와 자식, 독립체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배우 전혜진이 '남남'을 통해 엄마와 딸의 관계 그리고 역할, 더 나아가 가족의 정의를 화두로 던졌다.
지니 TV·ENA 월화드라마 '남남'(극본 민선애·연출 이민우)은 남남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철부지 엄마 김은미와 쿨한 딸 김진희의 대환장 한 집 살이 및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남남'은 첫 방송 당시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1.2%로 시작해 마지막 12회에서는 5.5%를 기록했다. 지상파·종합편성에 비해 접근성이 낮은 채널이었음에도 입소문을 타고 매회 상승 곡선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성적이었다.
사실 전혜진은 이렇게 인기와 호평을 얻을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다.또한 작품이 방영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밝힌 전혜진은 "시청률보다도 채널에서 다양한 연령층에서 여러 분야의 사람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메시지에 공감해주시는 게 뜻깊다. 어린 친구들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연배가 많은 신 분들도 재미있게 봤다고 해주셔서 그런 게 감사할 따름이다"고 마음을 전했다.
특히 전혜진의 경우 '남남'을 통해 코미디 연기를 선보여 '전혜진의 재발견'이란 평가와 함께 큰 사랑받았다. 또한 첫 회에서 19금 연기로 파격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전혜진은 "그래서 좋았다. 이전엔 강직한 형사, 카리스마 넘치는 커리어우먼 등 캐릭터를 맡으면서 좋기도 했지만 목말랐던 지점이 있었다"면서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우려도 있었지만 염려가 되면서도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통통 튀는 '김은미'를 연기한다는 것은 인간 전혜진에게 있어 힘든 일이었다. "은미는 들어갈 때부터 에너지가 강한 장면들이 많았고 저를 놔야하는 부분도 많았다. 말투도 최대한 제 것으로 가져가려고 했지만, 저도 저에게 평상시에 없는 부분을 끌어올려 '나한테 이런 부분도 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김은미를 '무장해제 되는 인물'이라 분석한 전혜진은 "사랑스러워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눈치도 빠르고. 연인을 만났을 대 또 다르고. 그런 솔직한 모습들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은미스럽고 솔직한 모습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전혜진은 자신만의 캐릭터 해석으로 애드리브도 넣었는데, 주로 '요즘말'을 썼다고. 전혜진은 "김은미는 잃어버린 과거(젊은 시절)에 머물고 있는 게 있어서 '아직 죽지 않았어' 이런 게 있는 거다"고 설명했다.
전혜진은 고등학생 시절을 제외한 '김은미'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두 연기해야 했는데, 이와 관련해 해변신에 대한 비화도 들려줬다. "CG도 중요했지만, 스태프들과 처음 보는 자리였는데 인간적으로 너무 창피했다.(웃음) 수영복도 그렇고, 20년이 생각보다 멀지 않은데 스타일이 너무 70~80년대 같은 거다"고 토로해 웃음을 유발했다.
또 포즈 때문에 담이 걸리기까지 했다고. "사방에 스태프가 너무 많아서 '괜찮아요. 빨리 찍죠' 했다. 부단히 노력했는데, 그러고 스태프들과 마주친 게...(웃음). 그래서 인생 최초 P.T도 받았다. 물론 다른 작품도 비슷하게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겸사겸사 운동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해변 수영복핏을 공개한데 이어 병원에서 홀로'ASAP'(원곡 스테이씨)의 춤을 추기도 했는데, 전혜진의 신선한 면모로 부각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때는 부끄러운 것도 없고 '빨리 끝내죠' 이러고 촬영 팀이랑 열심히 췄다. 막 가수들처럼 카메라 두 대 돌리면서.(웃음)"라고 이야기했다. 전혜진은 당시 손동작을 보여주며 "손동작을 열심히 했는데, 손동작과 하체가 같이 움직이는 게 힘들더라"고 토로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어 "저작권 문제로 곡을 고르는데 오래 걸렸다"면서 "곡이 결정되고 저도 연습을 하고 싶다고 부탁드렸다"며 춤에 대한 남달랐던 열정(?)을 드러내기도.
이러한 연기들을 하면서 '내려놨다'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처음엔 눈 딱 감고 '키득거리지만 말아다오' 이런 심정으로 했다. 그런데 점점 은미가 되는 거 같더라. 나중엔 '그러든가 말든가' 태도로 카메라에만 잘 나오면 좋겠더라. 내가 은연중에 부끄러워하는 모습만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으면 했다"고 밝혔다.
'김은미'라는 캐릭터에게는 의리와 속 깊은 면도 있지만, 어린 시절엔 방황하다 아이를 임신한 미혼모인데다 전형적인 '어머니'와는 거리가 먼 철부지 엄마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부정적 시선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캐릭터가) 굉장히 독립적인 인물이더라. 살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렇다보니 물렁물렁해서는 살아갈 수 없었을 거다. 마음은 계속 따뜻한 고등학생 시절 모습도 있겠지만, 살다 보면 그렇게 안 되지 않나. 보호막이 별로 없었던 거다. 딸 진희와 살아가기 위해서는. 강해 보여야 하고, 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생각한 거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남남'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관련해, 전혜진은 "엄마와 딸의 소통이 주포인트다. 은미의 삶에는 통상있는 '전형적인 가족관계'가 없지 않았나"고 말했다. 그는 "은미는 진희에게도 어릴 때부터 가감 없이 보여주지 않나. 딸이자 친구인 진희를 독립체로 본 거 같다. (자식을 독립적 개체로 본다는 게) 엄마는, 특히 자식을 그러기가 쉽진 않은데, 은미가 감당할 것들에 대해 나름 생각을 많이 한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대로 '남남'에는 가족이라 불리는 인간 관계를 생각해보게 한다. 박진홍(안재홍)이 생부란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김진희는 아버지라 부르지 않는다. 김은미 역시 자신의 남자친구일 뿐, 박진홍에게 "내가 키운 내 딸"이라고 강조한다. 피가 이어졌다고 해서 가족이 아니고, 혈연관계는 아니더라도 김미정(김혜은)과 그의 어머니를 진짜 가족처럼 생각하는 은미·진희 모녀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특히나 두 주인공 은희와 진희, 엄머와 딸의 독특한 관계가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다. 왜곡된 시선에서 말하는 '정상 가족'이 아닌 두 사람에겐 엄마와 딸에게 부여되거나 기대되는 전형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모녀가 아닌 '자매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전혜진은 모녀 관계에 대해 "딸은 엄마를 공경하고, 엄마는 엄마답고, 서로 존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엄마와 딸 모두 '여자'다. 서로의 존재가 복잡 미묘하다. 서로 싸우게 되는 부분도 있지만, 속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모녀만 아니라 조금 더 포괄적으론 부모·자식 관계에 대해서도 "사실 진홍의 부모님이 대부분 아니냐. (자식을 휘두르려 하는 것이) 그게 보통인 거다"면서 "어른들은 꼭 지나고나면 잊어버리는 건지, 뭔갈 계속 가르치고 '그건 잘못됐다' 하는 게 있지 않나. 분명 그들도 20~30대 때가 있었을 텐데, 이건 사실 저에게 하는 말이다.(웃음) 모든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잘 지내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남남'이라는 제목처럼, 서로를 각각의 한 인격체라고 봐주면 좋겠다. 그 부분을 이 드라마를 통해, 관계라는 걸 배워갔으면 좋겠다. 딸과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가도 되는구나. 물론 사랑해서 갈등이 생기는 것도 있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다르게 사랑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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