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일까 vs "2년 조정"일까…앓는 中경제 두 진단

김희정 기자, 우경희 특파원 2023. 8. 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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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중국의 '잃어버릴' 시간]② 중국경제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편집자주] 'G2' 중국 경제가 위태롭다. 부동산을 동력 삼아 달려왔지만, 부동산에 발목이 잡혔다. 부동산발 금융 위기론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시장이 보다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내수 체력'이다. 부진한 소비가 발목을 잡으며 디플레이션의 늪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까.

[베이징=AP/뉴시스] 지난 5월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교차로를 건너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소매 판매 지수와 기타 활동이 예상보다 저조해 소비와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회복이 압박받고 있다고 밝혔다. 2023.05.16.
"고령화된 노동자와 실직한 젊은이들 때문에 중국 경제는 시한폭탄이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중국 경제는 여전히 강한 회복력과 엄청난 잠재력, 큰 활력을 갖고 있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휘청이는 중국 경제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서방에선 회복 동력을 상실해 40년 호황의 끝을 맞았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인 가운데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도 있다. 당사자인 중국은 팬데믹 이후 자연스런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안팎으로 자신감을 내비친다.
중국 밖에서는…"중국의 기적 끝" 부동산 위기, 지방부채 부담
지난 7월 중국은 최대교역국인 미국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과의 무역액이 지난해보다 5분의 1 줄었다. 2분기에 외국인 직접 투자는 지난해보다 87% 급감해 49억달러로 곤두박질쳤다. 국내총생산(GDP)의 25%가량을 차지한 부동산 부문은 컨트리가든과 시노오션이 디폴트 위기에 빠졌고 중룽신탁은 고객예치금 상환을 늦췄다. 부동산발 위기가 신탁업계로 전이되면서 올해 신탁부문의 손실규모만 최대 380억달러(약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위안화가 16년 만에 달러당 7.3 위안을 돌파했다. 이는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우량대출금리(LPR 론프라임 레이트) 1년물을 예상 인하 폭 보다 적은 3.45%로 0.1% 포인트 인하한 여파로 풀이된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3.08.21.

경기침체가 소비를 억제하고, 다시 물가 하락과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이 부채와 디플레이션 및 인구감소가 결합된 '일본화'에 직면하는 한편 단기적으로 그림자 금융 시스템에서 채무 불이행이 연쇄 발생해 '리먼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는 성숙해졌고 노동력(인구)은 줄고 있다. 중국의 기적은 끝났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2만달러를 넘어(구매력 기준, PPP) 세계 평균을 다소 상회한다. 그 사이 중국의 주거용 부동산은 2019년말 기준 30조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세계 최대 자산군 중 하나가 됐으나, 생애 첫 집이나 더 나은 땅을 찾으려는 신규 수요는 정점을 지나간 상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10~2020년까지 중국 도시에 늘어난 주택은 1억4000만 가구에 달한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중국경제책임자 줄리안 에반스-프리처드는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추세적으로 성장이 크게 감소했고 중기적으로 더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부동산부문의 추가 손실은 더 큰 금융 불안정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며 "국내자금이 점점 더 안전한 국채와 은행예금으로 빠져나가면서 더 많은 비은행 금융기관이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 정부의 부채도 부담이다. 부동산 침체로 토지 매각 수입이 급격히 줄고 팬데믹 봉쇄 조치로 비용이 늘면서 지방정부 부채가 기하학적으로 늘었다. 이는 중국 은행에 위험을 초래하는 한편 중앙정부가 경기부양책을 펴는 데도 발목을 잡는다.
부양책? 2007년 트라우마…인구감소·美제재도 넘어야 할 산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이 주택과 고용시장 회복에 집중해 경기부양책을 쓰면 장기 성장 잠재력은 제약되더라도 당장 '급한 불'(디플레이션+실업률)을 끄고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경기를 부양하기엔 트라우마가 크다. 중국은 당시에 4조 위안(5860억 달러) 규모의 재정 패키지를 발표했는데, 이는 전례 없는 신용 확대와 지방 정부 부채의 막대한 증가로 이어졌다. 에반스-프리처드는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부채 수준이 더 늘어 미래에 다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AP/뉴시스] 유엔은 인도가 이달 말이면 고령화된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지난 3월 20일 출근 시간대 인도 뭄바이의 처치게이트 역에 사람들이 지나는 모습. 2023.04.25.

인구 위기도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평균 출생아수)은 2년 전 1.3명에서 지난해 1.09명으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본보다 낮다. 지난해 중국은 60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무디스 인베스터스서비스는 "인구 고령화는 중국의 경제성장에 상당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자리잡은 외교적 위험도 넘어야 할 산이다. 반도체 수출에 대한 미국의 규제는 갈수록 심화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지도부에게 번영 추구는 이제 (과거와는) 다른 목표와 경쟁해야 한다. 시진핑 주석은 핵심기술 도입에 대한 서방의 견제를 깨고 싶어하지만, 금융을 나무에 묶인 연처럼 '실물' 경제 수요에 묶어두길 원한다"고 짚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애덤 포슨은 "2020~2022년 사이 엄격한 봉쇄 여파로 가계와 기업들은 시진핑 치하 간섭적인 당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 더이상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 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가 하락과 기업이익 감소, 고용악화의 악순환을 깨려면 경제적 신뢰를 갖춘 리더와 확고한 부양 의지 필요하지만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안에선… "부동산발 위기? 감당할 수 있으니 공론화"
반면 중국은 회복을 자신한다. 정부가 민간부문의 비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해석도 현지선 나온다. 팬데믹 회복을 계기로 시 주석이 구상하는 공공중심 경제구조 개편을 위해 부실을 안고 있는 민간기업들을 정리하고 있다는 거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경제관료들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 정부는 코로나 이후 새로운 경제질서에 중국 기업들이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공영역이 단단히 버티는 가운데 민간영역에서 정리돼야 할 기업들은 정리돼야 하며 거기에 걸리는 시간은 2년 정도로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터트릴 때가 됐으니 터트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감당할 수 있으니 공론화한다는 얘기다. 다른 소식통은 "올 들어 중국인들의 저축률이 급상승해 중국 4600개 은행의 총 자산 중 절반을 차지하는 6대 국영 상업은행들의 유동성이 매우 풍족하다.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부실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문제가 금융 위기로 비화하려면 채무가 시장 유동성 위기로 전이돼야 하는데, 중국 관료들은 지금이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하네스버그=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에 도착하고 있다. 2023.08.23.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부양책을 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기에 대한 진단부터 다르다 보니 대책도 국제사회의 눈높이와 다를 수밖에 없다. 소식통은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이라든지 중소기업 지원 등 조치를 발표하는 걸 보면 내수촉진이나 내수경기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며 "그러나 부동산발 위기가 확산할 거라고 보는 해외의 시각과는 달리 중국 정부는 지금을 큰 경제적 위기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자체의 위기에 주목하면서도 '글로벌 쇼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경제학자 폴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중국은 세계무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작년 미국으로부터 구매한 금액은 약 1500억달러로 미국 GDP의 1%에 그친다"며 "중국의 경기침체가 미국 제품 수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독일, 일본처럼 중국 수출 비중이 더 큰 국가들에는 영향이 더 크지만 전체적인 효과는 여전히 작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수요가 줄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선 오히려 긍정적인 대목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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