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왕의 다음 꿈은 홈런왕이다…"타자가 원하는 최고점 아닙니까"

김민경 기자 2023. 8. 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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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재훈 추신수 ⓒ곽혜미 기자
▲ 하재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홈런왕을 한번 하고 싶다. 타자로서 늘 원하는 최고점 아닌가."

SSG 랜더스 하재훈(33)은 2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구단 역대 3번째 진기록을 남겼다. 하재훈은 팀이 3-5로 뒤진 8회초 무사 1루에서 좌중간 담장을 향해 뻗어가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 담장을 타고 올라가 타구를 낚아채 보려 했으나, 타구는 담장 상단을 맞고 튀어 워닝트랙으로 흘렀다. 타격하자마자 전력 질주를 시작한 하재훈은 1루, 2루, 3루를 돌아 홈까지 내달렸다. 5-5 균형을 맞추는 2점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었다.

SSG 구단 역사상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의 주인공은 딱 3번 나왔다. 2001년 4월 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7회 3점)에서 조원우가 최초로 진기록을 작성했고, 2012년 4월 15일 인천 한화전(5회 1점)에서 안치용이 역대 2번째 주인공이 됐다. 하재훈은 안치용 이후 11년 만, 그리고 SK 와이번스에서 SSG로 바뀐 뒤로는 최초로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달성했다.

하재훈이 두산에 안긴 내상은 컸다. 계속된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전의산이 비거리 130m짜리 중월 홈런을 날려 6-5로 뒤집었고, 9회초에도 전의산이 1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7-5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하재훈은 경기 뒤 "오랜만에 이렇게 뛰어본다. 원 없이 달렸다. 동점 홈런이라 더 기분이 좋았다. 미국에서는 한번 기록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처음"이라고 진기록 달성 소감을 밝히며 웃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잠실야구장이기에 하재훈은 가속도를 올려 계속 뛰었다. 그는 "처음부터 3루까지 갈 거라고 생각하고 빨리 뛰었다. 그러다가 중견수 반대로 공이 튀길래 되겠다고 생각하고 뛰었다. 인천이면 넘어가는 거였는데, 잠실은 뛰고 봐야 되는 거라 뛰었다"고 설명했다.

하재훈은 박치국의 초구 슬라이더를 공략해 모처럼 큰 타구로 연결했다.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은 하재훈의 올 시즌 4호 홈런이었다. 그는 "워낙 감이 안 좋아서 직구 타이밍에 앞에 보고, 변화구는 대처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는데 이상하게 맞았다. 맞을 때는 긴가민가했다. 가는 건가? 하면서도 일단 뛰었다"고 이야기했다.

▲ 하재훈 ⓒ곽혜미 기자
▲ 하재훈 ⓒ곽혜미 기자

하재훈은 올해로 타자 전향 2년차가 됐다. 해외파 출신인 하재훈은 마이너리그, 일본프로야구, 일본 독립리그 등을 거쳐 2019년 SK(현 SSG)에 입단했다. 해외에서 뛸 때까지만 해도 타자였는데, KBO리그에서는 투수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9년 데뷔 시즌 하재훈은 마무리투수 보직까지 꿰차며 61경기, 36세이브, 59이닝, 평균자책점 1.98로 맹활약했다. 그해 세이브왕을 차지했고,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까지 보유했다.

타자로 다시 돌아온 이유는 야구를 더 하고 싶어서였다. 2020년부터 어깨 통증으로 고전하다 2021년 시즌을 끝으로 투수를 포기했다. 선수 생활하면서 투수보다 타자로 더 커리어가 길기 때문에 자신도 있었고, 타자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도 싶었다. 투수로 세이브왕이라는 결과를 얻었으니 타자로는 홈런왕 타이틀을 한번은 차지하고 유니폼을 벗겠다는 원대한 목표도 세웠다.

투수로는 빠르게 정점을 찍었지만, 타자로는 조금 시간이 걸리고 있다. 지난해는 60경기에서 타율 0.215, 6홈런, 13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시험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타자 하재훈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때는 어깨 골절 부상으로 이탈하고, 6월에는 왼쪽 엄지손가락이 골절돼 자리를 비웠다. 올 시즌 41경기 출전에 그친 이유다.

▲ 투수에서 외야수로 보직을 변경한 SSG 랜더스 하재훈 ⓒ곽혜미 기자

적은 기회 속에서도 하재훈은 한번씩 일발 장타력을 뽐내며 SSG 타선에 불을 붙여줬다. 타율 0.248, 4홈런, 12타점으로 지난해보다 경기 수가 적어도 그 이상의 성적을 낼 발판을 마련했다. 언젠가 홈런왕이 되겠다는 큰 꿈을 계속해서 품는 이유다.

하재훈은 "홈런왕을 한번 하고 싶다. 타자로서 늘 원하는 최고점 아닌가.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하재훈은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 기념구의 행방을 모른다고 했다. 홈까지 송구가 됐으니 관중석으로 넘어갔을 리는 없는데, 아무도 챙기지 않은 듯하다.

하재훈은 "두산이 가져갔나? 공을 돌려달라고 기사에 적어달라"고 답하며 활짝 웃었다.

▲ 김원형 감독 하재훈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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