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술병·쓰레기 사라진 민락수변공원…방문객도 '뚝'

손형주 2023. 8. 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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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무분별한 술판이 벌어져 몸살을 앓아 온 부산 민락수변공원을 7월부터 금주 구역으로 지정한 이후 쓰레기와 범죄 신고는 크게 줄었지만, 관광객을 비롯한 유동 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관할 지자체가 고심에 빠졌다.

민락수변공원 인근 회 타운에서 23년째 횟집을 운영하는 김기옥 비상대책위원장은 "금주 구역 지정 이후 한 건물에서만 횟집 4곳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 상인도 대부분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며 "임대를 얻어 장사하는 상인들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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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쾌적하고 좋다"…상인들 "매출 90% 감소, 폐업 줄이어"
수영구 예비비 들여 공연 등 계획하지만 일시적 효과에 머물러
휴가철이 한창이던 지난 1일 민락수변공원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밤마다 무분별한 술판이 벌어져 몸살을 앓아 온 부산 민락수변공원을 7월부터 금주 구역으로 지정한 이후 쓰레기와 범죄 신고는 크게 줄었지만, 관광객을 비롯한 유동 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관할 지자체가 고심에 빠졌다.

인근 주민들은 소음, 쓰레기, 범죄 발생 우려가 줄었다며 환영하지만, 수십년간 장사를 이어온 회센터 상인들은 줄폐업 위기에 빠졌다.

금주 구역 지정하자 방문객 '뚝'…"횟집은 줄줄이 문 닫아"

27일 부산 수영구에 따르면 여름철이면 주말과 평일 할 것 없이 밤만 되면 인파로 넘실대던 민락수변공원은 지난 7월부터 금주 구역으로 지정됐다.

민락수변공원은 금주 구역 지정 이전에 인근 회센터에서 회를 구매하고 편의점에서 술을 사 비교적 저렴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일부 과도한 음주 문화가 이어졌고 쓰레기로 몸살을 앓다가 결국 술을 마시다 적발되면 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금주 구역으로 지정했다.

수변공원 주변에 붙은 현수막 [손형주 기자]

금주 구역으로 지정된 데는 기존 상가들보다 늦게 들어선 인근 아파트단지의 민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민락수변공원 한 상인은 "쓰레기나 소음 문제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문제 해결 방법이 금주 구역 말고 없었냐는 것인데 수십년간 장사하던 회센터 상인들한테 나가거나 업종을 변경하라는 말밖에 안 된다"고 토로했다.

실제 7월 금주 구역 지정 이후 회센터에 입점한 임대 상인을 중심으로 줄폐업이 계속되고 있다.

민락수변공원 인근 회 타운에서 23년째 횟집을 운영하는 김기옥 비상대책위원장은 "금주 구역 지정 이후 한 건물에서만 횟집 4곳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 상인도 대부분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며 "임대를 얻어 장사하는 상인들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상인 20~30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는 '금주 구역 지정 철회' 서명운동을 벌이고 법적 대응과 집회 등을 예고한 상태다.

무알콜 맥주 판매한다는 현수막 무알콜 맥주를 금주구역 내에서 마실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편의점에는 재고가 가득 쌓여 있었다. [손형주 기자]

예비비까지 편성해 트로트 공연까지 기획…일시적 효과 지적도

수영구는 민락수변공원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한 이후 이곳을 가족 친화형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마다 마술공연, 플리마켓, 클래식 콘서트 등을 개최하지만, 행사가 열리는 시간에만 잠시 유동 인구가 늘 뿐 전체적인 방문객 증가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구는 다음 달 9일 오후 6시에는 가수 조향조와 미스트롯 2 출신 가수를 불러 트로트 특별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수 초청을 위한 예비비 5천만원을 편성한 것을 두고 야당을 중심으로 구의회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구는 민락수변공원 일대 상권 회복이 시급한 문제로 예비비를 긴급하게 편성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지만, 상인들 반응도 그다지 좋지 않다.

비대위 관계자는 "트로트 공연한다고 횟집 매출이 올라가겠느냐"며 "실질적인 대책도 아닌데 긴급 예산까지 편성해 생색만 내는 꼴"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시민들은 단순 공연과 일회성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이 아닌 문화와 특색이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되기를 기대한다.

인근 주민 박진용(42)씨는 "주민들은 금주 구역 지정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전국적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민락수변공원의 유동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아쉽기도 하다"며 "이곳이 다시 명성을 얻어 상권도 살아나고 젊은 활기가 넘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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